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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골' 인천대 권기범, 뜨겁게 타오르는 마지막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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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골' 인천대 권기범, 뜨겁게 타오르는 마지막 불꽃
  • 임부근 명예기자
  • 승인 2021.11.13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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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 바꿔놓은 권기범의 결정적 한 방
- "나보단 다른 선수들이 주목 받기를"... 팀 정신 보이기도

[영덕=스포츠Q(큐) 임부근 명예기자] 대학에서 뛰는 마지막 대회. 인천대 권기범의 발끝이 날카롭다. 

인천대는 12일 경북 영덕군 해맞이축구장에서 열린 2021 U리그 왕중왕전 32강에서 동원과학기술대(동원과기대)를 3-1로 이겼다. 올 시즌 3권역에서 창단 첫 무패 우승(12승 2무)을 거둔 인천대는 그 기세를 이어갔다. 인천대는 14일 한라대를 꺾고 16강에 오른 동의대와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인천대는 권기범의 선제골로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사진=본인 제공]
인천대는 권기범의 선제골로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사진=본인 제공]

여유로운 스코어와 달리 인천대는 동원과기대의 강한 압박에 경기 운영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인천대가 공격하는 방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킥 미스가 평소보다 잦았고, 동원과기대는 인천대의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한방으로 흐름을 바꿔놓아야할 때, 권기범의 발끝이 빛났다.

전반 28분 페널티박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권기범이 때린 강력한 슛은 골대 오른쪽 상단을 꿰뚫었다. 권기범의 원더골로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인천대는 후반 8분 조성호의 추가골, 21분엔 박재용의 쐐기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원과기대에 한 골을 내주긴 했지만 승부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권기범은 이날 몸이 가벼웠다. 빠른 스피드와 체력을 활용해 오른쪽 측면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두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했으나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이라이트였던 선제골은 왕중왕전 최고의 골로 꼽혀도 손색없을 '원더골'이었다.

권기범은 경기 뒤 "권역에서 무패 우승을 하고 치른 첫 경기였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추운 날씨였는데 이겨서 정말 좋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한 동료들과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영덕군 전체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 특히 바닷가에 인접해 있으면서 높은 고도에 있던 경기장엔 철제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바람을 맞는 진영에선 골킥이 하프라인을 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고, 밋밋한 크로스는 바람 때문에 궤적이 바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기범은 "영덕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훈련을 해보니 생각보다 더 강하게 불더라. 경기 전 선수들끼리 바람을 의식하면서 뛰자고 얘기 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마지막 대회. 권기범의 각오와 발끝은 날카롭다 [사진=본인 제공]
대학에서 마지막 대회. 권기범의 각오와 발끝은 날카롭다 [사진=본인 제공]

권기범의 골은 차는 순간 '들어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제대로 된 슛이었다. 골 장면에 대해서는 "(김)영환이가 상대 볼을 뺏어서 나에게 줬다. 처음엔 측면으로 패스를 줄 생각이었는데, 상대가 덤벼드는 수비를 해서 슛 찬스가 생겼다. 그래서 자신 있게 때렸다"면서 "평소에도 좋아하는 위치와 슈팅 궤적이었다. 공이 발에서 떠나는 순간 골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골만 넣지 않았다.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빠른 스피드로 상대 측면을 꾸준히 괴롭혔다. 결정력만 따라줬다면 어시스트도 1~2개 기록할 수 있었다. 몸상태도 좋았지만, 마음가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권기범은 "4학년이다보니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다. 간절하게 임했던 부분이 컸던 것 같다. 남은 경기도 잘해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올 시즌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잔부상도 조금 있었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천대가 16강에서 만날 상대는 동의대. 수도권과 지방에 있어 권역 리그에서 만나진 않았지만, 올 시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맞붙은 적 있다. 이 경기에서 2-1로 이겼던 만큼 좋은 추억이 있다. 이에 대해선 "아직 미팅 하기 전이다. 권역 1위를 한 팀이고, 지난 경기 때도 굉장히 끈끈한 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도 공격력이 좋고, 수비도 탄탄하다. 잘 준비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천대는 매 시즌이 끝나면 주축 선수가 졸업 및 프로 진출로 전력에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류정규(파주시민축구단), 이석규, 안해성(포항 스틸러스), 조상현(서울 이랜드) 등 핵심 선수가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올 시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4강, 권역 리그 무패 우승 등 최고 성적을 냈다. 권기범은 이에 대해 "주축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팀에 여전히 잘하는 선수가 많다. 남은 선수들끼리 동계훈련부터 똘똘 뭉쳤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팀이 잘 단합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권기범은 팀 동료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공격수다 보니 골을 넣으면 주목을 받거나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수비수나 미드필더 친구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골을 넣는 건 내 포지션에서 할 임무를 한 것일 뿐이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그 덕분에 내가 골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항상 고맙다"며 묵묵히 헌신하는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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