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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선언 KT, 마법군단 어메이징 레벨업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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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선언 KT, 마법군단 어메이징 레벨업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4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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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여유만만했고 강백호와 황재균 등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상대로 올라온 두산 베어스를 반겼다. 복수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KT는 1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역대 KS에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4%(28/38). 가을야구 경험이 부족한 KT로선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1승 이상의 값진 수확이었다.

KT 위즈 선수단이 14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나섰던 지난해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됐다. KT는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고 나선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고개를 숙였다. 승부처마다 두산 벤치에 수싸움에서 밀렸고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뼈아픈 결과로 다가왔다.

먼저 KS에 직행해 두산의 가을야구를 지켜봐 온 KT는 여유를 보였다. 두산의 기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리벤지를 할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윌리엄 쿠에바스가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고 벤치의 움직임과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4회말 강백호가 곽빈과 끈질긴 승부 끝에 기술적인 타격으로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허경민의 포구 실책으로 무사 1,2루. 이강철 KT 감독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제러드 호잉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익숙지 않은 작전수행이었으나 호잉은 침착히 주자의 진루를 도왔다. 이어 장성우가 타구를 중견수에게 보내며 손쉽게 선취점을 뽑아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고민이 됐다. 실점 위기에서 계속 막아냈고 이번엔 반드시 흐름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높은 공에도 잘 대더라”며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이지만 경기 전 어느 타순이든 번트를 지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고 쿠에바스에게도 보다 편하게 투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러드 호잉의 4회 희생번트와 이후 선취득점은 지난해와 달라진 KT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오며 5회초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으나 KT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7회 다시 기회가 왔다. 배정대가 바뀐 투수 이영하를 상대로 앞서가는 솔로포를 날린 것. 이어 1사에서 심우준이 안타로 나갔고 조용호 타석 때 과감히 2루를 훔쳤다. 상대 실책까지 겹치며 잡은 1사 1,3루 기회.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석 때 이강철 감독은 히트 앤드 런을 지시했는데 이로 인해 병살타가 될 뻔한 타구를 3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결과로 바꿔냈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은 손뼉을 치며 작전 성공을 기뻐했다.

이어 강백호는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좌익선상으로 타구를 날리며 추가타점을 올렸다. 두산이 수비 시프트를 가동해 3루 측이 비어 있었는데 이 공간을 노려 영리하게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시작한 두산의 가장 큰 힘은 경험과 집중력이었다. 비슷한 안타를 때리고도 득점력에선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찬스를 잘 살리던 두산 타선이었다. 수비 집중력도 마찬가지. 결정적인 호수비로 승부 흐름을 뒤집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두산은 믿었던 허경민과 김재호의 실책 이후 연이은 실점을 허용했다. 벤치 움직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빠른 투수 교체로 재미를 봐온 두산이지만 이날은 선발 곽빈이 제 역할을 해줬음에도 불펜 이영하, 이현승 등이 줄줄이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비 시프트를 뚫어낸 7회 강백호의 안타는 승부를 가르는 쐐기 타점으로 연결됐다.

 

9회초 박세혁의 주루플레이는 ‘미라클’을 노래하는 두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팀이 1-4로 끌려가던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박세혁은 내야 플라이를 직감하고 1루가 아닌 몸을 돌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황재균이 타구를 놓쳤고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후 허경민과 강승호의 연속 안타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던 걸 생각하면 더 아쉬운 장면이다. 

이 감독은 “가장 잘한다는 선수 2명이 실책 2개를 범했는데 우리는 안 했다”며 “작년보다 수비도 더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박)경수가 좋은 수비를 보여줬고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다”고 전했다.

반면 김태형 감독은 부족했던 집중력에 대해 꼬집었다. 막판 박세혁의 플레이를 보고 “그런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세혁이는 당연히 잡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야구는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하는 장면”이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가을야구에서 놀라운 수비와 타선 집중력 등으로 열악한 전력에도 상대를 연이어 격침해온 두산.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 점이 KT 선수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부족한 경험에도 침착함과 여유까지 갖춘 KT가 창단 첫 우승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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