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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야구 정석' 쿠에바스, 아버지의 이름으로 [두산 KT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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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야구 정석' 쿠에바스, 아버지의 이름으로 [두산 KT 한국시리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1.14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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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상대는 부족한 선발로도 역경을 헤치고 올라온 두산 베어스. 그러나 KT 위즈 앞에선 고개를 숙였다. 윌리엄 쿠에바스(31)가 진정한 선발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쿠에바스는 1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쏠)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7⅔이닝 100구 7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1실점 호투, 팀에 4-2 승리를 안겼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역대 1차전 승리팀은 74% 확률로 우승반지를 꼈다. 지난해 두산에 덜미를 잡혔던 KT에 완벽한 복수를 성공케 한 쿠에바스의 역투였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14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⅔이닝 100구 8탈삼진 1실점하며 팀에 소중한 첫 승을 안겼다.

 

공격적 투구가 두산 타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100구 중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은 무려 71개. 포심(11구)과 투심(17구) 두 속구와 낙차 큰 고속 커브(25구), 컷패스트볼(37구)과 체인지업(10구)까지 고루 활용하며 두산 타자들을 제압했다.

승부처에선 탈삼진으로 위기를 지워냈다. 특히 4회초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고 김재환에게 2루타까지 맞았지만 커브와 투심, 컷패스트볼까지 고루 활용하며 KKK로 불을 끈 건 이날 투구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잡아낸 삼진 8개 중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만 6개를 솎아내며 위기 때 더 강해지는 승부사 면모를 보였다.

두산 곽빈과 팽팽한 선발 대결을 벌였으나 결국 쿠에바스의 승리였다. 곽빈은 5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는데 쿠에바스는 이후에도 3이닝을 더 책임졌다. 

그만큼 공의 위력이 살아 있었다. 5회 대형 3루타 등 정타가 늘어날 땐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정타가 나오기에 교체도 고민했는데 (장)성우한테 물어보니 실투 한 두 개가 나와서 그렇지, 괜찮다고 했다”며 “정타가 나왔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이기에 ‘참자, 참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혼신의 역투로 두산의 상승세를 잠재운 쿠에바스.

 

올 시즌 23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ERA) 4.12.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3승 10패 ERA 3.39), 고영표(11승 6패 ERA 2.92)에 비해 무게감이 크지 않았음에도 이 감독이 그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시즌 막판 흐름이 좋았다. 10월 5경기에서 1승 1패 ERA 2.57을 기록했고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7이닝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하며 팀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더불어 지난해 두산과 플레이오프(PO)에서도 8이닝 1실점하며 승리를 챙긴 기억이 있었기에 쿠에바스의 1차전 선발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믿음에 완벽히 보답한 쿠에바스는 “(타이브레이커와) 다른 건 없었고 시즌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압박감을 느끼면 경기 중 가진 걸 다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경기 중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8회 2사에서 교체될 때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끝까지 던지고 싶은 마음도 컸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하자 감정을 나타냈고 더그아웃에서도 이강철 감독에게 농담 섞인 볼멘소리를 했다. 쿠에바스는 “투구수도 많았고 다른 투수가 역할을 할 수 있어 원래 같으면 더 던지겠다고 했겠지만 내려왔다”며 “교체 후 (감독님께)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원래 경기가 끝나야만 하이파이브를 해주셔서 안 된다고 했 그러면 왼손이라도 해달라고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데일리 MVP로 선정된 쿠에바스는 경기 후 "아버지가 도와주고 계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 남다른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쿠에바스는 최근 커다란 시련을 겪었다. 유독 크게 의지했던 아버지가 지난 8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세상을 떠난 것. 큰 충격 속에 5㎏ 이상이 빠졌고 한동안 제대로 공을 잡을 수도 없었다.

이강철 감독과 구단은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충분한 시간을 주며 마음을 추스르도록 했다. 홈구장 수원 KT위즈파크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등 많은 신경을 썼고 쿠에바스도 더욱 빠르게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팀에 74% 확률은 안기고 데일리MVP와 상금 100만 원을 챙긴 뒤에도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아버지였다. 쿠에바스는 “아버지가 그때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는 여러 면에서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온다. 아버지가 도와주고 계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가 한국시리즈에서 잘하길 바랐는데 못 보게 되셔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기에 더 나를 보이지 않는 힘으로 지탱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적적인 힘으로 버텨온 두산은 진정한 선발 야구의 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더욱 힘을 낸 쿠에바스의 기분 좋은 시작이 소형준, 데스파이네 등 이어 나설 선발 투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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