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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유한준 황재균, 막내 KT에 더한 '형님'의 간절함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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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유한준 황재균, 막내 KT에 더한 '형님'의 간절함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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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KT 위즈는 KBO리그(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막내다. 역사도 짧고, 당연히 큰 경기를 치러본 집단경험도 가장 적다.

하지만 최근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로 마쳤고, 올해는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유리한 고지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한국시리즈(KS)도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KT는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프로야구 KS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6-1 완파했다. 그 중심에 베테랑 박경수(38)와 유한준(40), 황재균(34)이 있었다.

박경수
KT 박경수가 1회초 멋진 다이빙캐치로 실점을 막는 병살플레이를 만들었다.
박경수
KT 박경수는 수비 뒤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엘지) 트윈스에 입단한 내야수 박경수는 올해 생애 처음 KS 무대를 밟고 있다. 프로 입문 19년 만이다. 플레이 하나 하나 KS 우승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2회 우중간으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에 몸을 날려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대선배가 호수비 뒤 가슴팍을 치며 포효하자 흔들리던 약관의 선발 소형준도 이내 안정을 찾았다. 박경수는 이날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타석에서도 제 몫을 했다. 5회 조용호 적시타에 보여준 주루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전 강백호는 "(박경수) 선배도 나도 KS가 처음이다. 야수가 좋은 수비를 하면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배는 내가 할 수 없는 수비를 보여주곤 한다. 그럴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며 고마워했는데, 이날도 클래스를 입증했다.

리그 최고참 야수 유한준도 마찬가지. 2000년 2차 3라운드 20순위로 현대 유니콘스 지명을 받고 2004년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KS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2007년까지 현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현대를 승계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었다. 2016년부터 신생팀 KT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1군 데뷔 이래 17시즌 만에 마침내 KS 우승이 가시권에 들었다.

정규리그 말미 삼성 라이온즈와 살얼음판 우승 경쟁을 하고 있을 때 보여준 투혼의 베이스러닝은 불혹 나이에도 챔프 칭호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가늠케 한다. 정규 104경기에서 타율 0.309(282타수 87안타)을 기록, 동년배들의 은퇴러시 속에서도 힘을 내며 처음 페넌트레이스 우승 멤버가 됐다. 이날 안타로 기분 좋게 출발하더니 5회말 몸쪽으로 공이 날아오자 피하지 않고 밀어내기 득점으로 연결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각종 영광을 안았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경험한 황재균도 같은 마음이다. 2007년 현대에서 시작해 넥센, 롯데를 거쳐 2018년 KT에 안착했다. 역시 KS가 처음이다. 전날 꿈에 그리던 KS 데뷔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그는 이날 첫 타석 좌월 솔로포로 기선제압에 앞장섰다. 3루에서 연신 좋은 수비를 선보였고, 5회말 동료들이 잔뜩 진루한 상황에선 희생번트로 공격 흐름을 살렸다.

불혹의 베테랑 유한준도 제 몫을 다했다.
황재균은 1회 솔로포로 기선 제압에 앞장섰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오늘은 수비로 이긴 것 같다. 1회초 박경수 수비 덕에 분위기를 탔다. 이어 황재균이 흐름을 가져오는 홈런을 쳤다. 베테랑들이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소)형준이가 초반에 안 좋았지만 야수들이 이겨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총평했다.

이어 "(황)재균이가 수비를 잘해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평소였으면 놓쳤을 것 같은데, 오늘은 집중력이 좋았다. 볼넷이 많았는 데도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던 건 그런 수비 덕"이라며 "원래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인데, 집중력이 플러스됐다. 긴장했다기보다 아드레날린이 나온 것 같다. 모두 정확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우리 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공격으로 받고 싶었는데, 수비 덕에 MVP가 됐다. 고참들을 대표해서 받는 거라 표현하고 싶다. 어제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잘해줬다. 오늘도 막내 형준이가 큰 경기 선발로 나섰다. 오늘은 노땅들이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재균이가 홈런을 치고, 나도 수비에서 보탬이 됐다. (유)한준이 형도 몸에 맞는 공으로 도왔고, (장)성우도 적시타를 쳤다"고 기뻐했다.

승리투수 소형준도 "편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선배들이 있어 믿고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경수 선배 수비가 병살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거기서부터 경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고 고마워했다.

유한준은 정규리그 말미 "KS 우승이라는 게, 하는 선수들은 많이 하던데 못하는 선수는 몇 년이 흘러도 못하는 일이더라. 하늘이 점지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기회가 왔다. 후배들이 우승을 통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던 바 있다. 베테랑들이 든든히 버텨주자 KT의 젋은 선수들도 기량을 십분 발휘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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