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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무결점' 11월, 이라크전 성과 셋 [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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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무결점' 11월, 이라크전 성과 셋 [월드컵 최종예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17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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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하려는 축구가 90분 내내 잘 구현된 경기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무결점 경기력으로 11월 일정을 2연승으로 마무리했다. 10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8부능선을 넘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 원정경기에서 이라크를 3-0 완파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 1-0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4승 2무(승점 14) 무패로 조 3위 UAE(승점 6)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내년 1~2월 펼쳐질 최종예선 7, 8차전 스케줄 도중 본선행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팬들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던 이재성(마인츠)이 마음고생을 날려버리는 결승골을 넣었고,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A매치 30번째 골을 달성했다. 막내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데뷔골을 작렬했다.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고 높은 결정력까지 보여주며 내용과 결과 모두 잡았다. 

11월 A매치 주간 진행된 이번 2연전 '벤투호'가 거둔 성과는 크게 3가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이 A매치 30번째 골을 달성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넣은 3번째 골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안고 2021년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조규성 등장에 손흥민 '훨훨'

첫째, 손흥민 활용법을 찾았다. 대표팀은 2경기에서 4골을 뽑아냈다. UAE전 황희찬(울버햄튼)의 페널티킥 1골에 그쳤지만 골대를 3차례나 강타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라크전에선 그간 문제가 됐던 결정력 문제도 해소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원톱 자원 황의조(지롱댕 보르도)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조규성(김천 상무)이 공백을 잘 메웠다. 조규성과 투톱처럼 배치된 손흥민은 조규성이 수비를 묶어두자 공간으로 파고들며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잡았다. 조규성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수비를 끌고 다녔고, 전방 압박 등 수비 면에서도 기대에 완벽 부응했다.

손흥민은 이라크전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었다. 2연전 동안 필드골은 없었지만 그동안 밀집수비에 막혀 고전했던 것과 달리 자유롭게 움직이며 장점인 속도를 살린 드리블과 슛 능력을 뽐냈다. UAE전 골대를 두 차례 때렸고, 이라크전에선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에 관여한 뒤 직접 키커로 나서 마무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조규성(오른쪽)이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레프트백 김진수는 이번 2연전 안정적인 활약으로 홍철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레프트백 김진수는 이번 2연전 안정적인 활약으로 홍철과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 주전 윤곽 속 경쟁심리 유발

선수운용에서 인상적인 점은 지난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김진수(전북 현대)가 다시 부름을 받아 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는 점이다. 그동안 왼쪽 풀백에선 홍철이 1순위로 여겨졌고 이기제(수원 삼성), 강상우(포항 스틸러스) 등이 뒤를 받쳤다. 

공수 양면에서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진수는 왼쪽에서 동갑내기 손흥민과 좋은 합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우측의 이용(전북)이 크로스를 올릴 때 페널티박스 안으로 깊숙히 침투하는 전진성을 보여줬다. 이라크전 이재성의 선제골 당시 이용의 크로스가 다소 길었지만 김진수가 반대쪽에서 쇄도하며 공을 살려낸 덕에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번 소집기간 홍철은 이라크전 후반 37분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10여분을 소화한 게 전부였다.

앞서 언급했듯 최전방에선 조규성이 황의조를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수비에선 권경원(성남FC)이 역시 붙박이 주전으로 취급되는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자리를 위협했다. 김영권과 마찬가지로 왼발잡이인 그는 안정적인 빌드업과 제공권으로 무실점 2연승을 견인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우영(등번호 22)이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

특히 이라크전에선 승기를 확실히 잡자 교체카드 활용에 신중한 벤투 감독이 이례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대거 기회를 줘 고무적이다. 월드컵 티켓을 조기에 확보할 경우 젊은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1-0으로 앞선 후반 21분 이재성 대신 정우영을 투입했고, 정우영은 후반 34분 황희찬의 도움을 받아 데뷔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A매치 3경기 만에 골 맛을 보고 기분 좋게 독일 무대로 돌아가게 됐다. 

스코어가 3-0으로 벌어지자 후반 37분부터 송민규, 백승호(이상 전북), 엄원상(광주FC) 등 올림픽 대표팀 출신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베스트일레븐 윤곽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지만 한국 축구 미래가 될 자산들에게도 월드컵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교체였다.

역시 올림픽 대표팀에서 꾸준히 활약했던 조규성이 중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기회를 얻지 못한 이동경, 이동준, 원두재(이상 울산 현대), 이강인(마요르카) 등도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를 중계한 서형욱 tvN 축구 해설위원은 "소집되기만 한 것과 경기까지 치른 것은 선수들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며 젊은 선수들이 피치를 밟는 것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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