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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출정식,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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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출정식,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8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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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여자월드컵 출정식, 전가을 "외로운 싸움"…지소연 "여민지와 오랜기간 동고동락했는데"

[광화문=스포츠Q 박상현 기자]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외로워… 외로웠어요.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노력했던 것들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어요. 이 위치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지금 흘리는 눈물, 그리고 훈련 때 힘들어서 흘렸던 눈물이 헛되지 않게 감동을 보여드릴게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전가을(27·인천 현대제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간중간 복받치는 감정을 못이겨 눈물을 쏟아내 말이 끊겼다. 그때마다 출정식에 모인 축구팬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넀다.

다음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출정식을 갖고 선전을 다짐했다. 태극낭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준비했던 개성 포즈를 취하며 유쾌한 출정식을 치렀다.

▲ [광화문=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전가을이 1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월드컵 출정식에서 각오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12년 만에 출전하는 여자월드컵이어서인지 격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A매치 67경기에 나서 32골을 넣은 백전노장 전가을도 자신의 첫 월드컵 도전과 이를 위해 힘들게 훈련하고 경기했던 것이 생각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전가을의 눈물에 두 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박은선(29·로시얀카)도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눈물과 미소가 함께 섞인 오묘한 표정. 그라운드 안에서는 '투사'지만 밖에서는 눈물 많은 소녀가 된다는 심서연(26·이천 대교)도 함께 울먹였다.

모든 선수들이 전가을의 눈물에 숙연해지자 사회자는 "전가을 선수에게 괜히 질문했다. 이러면 내가 미안해진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돌려놓고자 애썼다.

선수들의 눈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출정식이 끝난 뒤 개별 인터뷰에서는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눈물을 보였다.

2010년 U-20 여자월드컵 동메달 주역 지소연은 "(전)가을이 언니의 눈물을 모두가 공감한다. 모두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한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외롭다. 외로운 상황 속에서 묵묵히 뛰어왔고 월드컵에 나가게 됐다. 여자축구의 붐을 5년만에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다짐했다.

▲ [광화문=스포츠Q 이상민 기자] 지소연이 18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월드컵 출정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지소연의 눈물은 여민지(22·대전 스포츠토토)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여민지는 지난 16일 연습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8주 진단을 받으면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윤덕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을 격려하며 더욱 힘을 내자고 독려했지만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의 부상 제외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지소연은 여민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을 닦느라 1분 가까이 인터뷰가 중단됐다. 기자가 건넨 휴지로 눈물을 닦아낸 지소연은 한참을 머뭇거린 뒤 "너무 많이 아쉽다. 같이 뛰었던 동료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처럼 슬픈 것은 없다"며 "민지도 많이 울었다. 함께 가지 못해 우리가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또 지소연은 "모든 선수들이 캐나다에서 민지의 몫까지 뛰자고 결의했다"며 "어떤 말로도 민지를 위로할 수 없음을 잘 안다. 많이 힘들 거다. 민지를 위한 세리머니를 캐나다에서 펼쳐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태극 여전사들의 눈물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팬들은 그것이 여자 월드컵에서 기쁨의 눈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이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16강 그리고 그 이상의 목표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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