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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와 비하 사이, 기로에 선 공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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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와 비하 사이, 기로에 선 공개 코미디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1.1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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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공개 코미디 부활의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높아진 시청자 수준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개 코미디가 또 다시 삐걱댄다.

14일 KBS2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개승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김준호, 변기수 방송불가 영상(feat. 시청자데스크)’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13명의 개그맨들이 코미디의 발전 방향과 ‘개승자’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TV 방송에서는 편집된 내용이다.

영상에서 MC 김성주는 12명의 유명 코미디언과 함께 “시청자분들이 기억하는 코미디가 2014년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코미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토론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김원효는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까 예전만큼 못 살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KBS 2TV '개승자' 유튜브 채널]
[사진=KBS 2TV '개승자' 유튜브 채널]

 

이에 변기수는 "제약이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 제약이 많으면 조심스러워지고,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까 스스로 위축되고 (재미를) 예전만큼 못 살리는 것 같다"면서 "오나미 씨한테 ‘못생겼어’라고 직설적으로, 1차원적으로 개그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난리가 난다"고 언급했다.

여성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고 덧붙인 변기수는 "싸우지 좀 말자. 제발. 남자, 여자 왜 이렇게 싸우는 거야"라며 "오나미가 못생긴 역할 할 때는 ‘못생겼어’라고 해서 웃길 수도 있는 거고, 유민상이 뚱땡이 역할 할 때는 ‘뚱땡이’ 하면서 약 올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가장 웃긴 1차원적인 걸 막아놓으니까 2차원적인 걸로 못 간다"고 토로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들을 향해 “죄송한데 어느 정도 (심의 기준을) 풀어주셔서 개그를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발언한 후 “나 또 (방송에) 못 나오겠네”라고 말했다.

김준호는 “방심위 찾아가서 1인 시위라도 하겠다”며 “개그는 개그일 뿐인데, 다 비하로 본다. 우리는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개그맨들 역시 “개그는 개그로 받아들여 달라”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박준형 역시 영상 말미에 "보시는 분들은 저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실 것 같다. 개그는 개그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성광은 "서로 깎아내리고 헐뜯는 개그맨들의 문제"라며 "개그맨들끼리 존중해야 한다"고 다른 의견을 냈지만, 동료 개그맨에게 공감 대신 야유를 얻었다.

 

[사진=KBS 2TV '개승자' 유튜브 채널]
[사진=KBS 2TV '개승자' 유튜브 채널]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희화하하는 1차원 적인 개그가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있는 관객을 웃겨야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더욱 이런 관성에 의존하곤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더이상 비하와 조롱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다.

당장 최근에도 지난 14일 방송된 tvN '코미디 빅리그'가 동료 개그맨뿐만 아니라 관객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를 선보여 논란이 됐다. 개그맨 박영진과 이상준은 '두분사망토론'에서 커플 관객을 지목하며 "여자친구가 예쁘다고 생각하냐", "(배우자의) 얼굴부터 봐라" 등 조롱을 유도하는 개그를 했다. 일부 관객이 웃음을 보이긴 했으나 크게 번지지는 않았고, 대상이 된 여성 관객의 표정은 굳어졌다.

'사이코러스' 코너에서도 외모 비하로 볼 수 있는 개그가 사용됐다. 양세찬과 황제성은 '은근히 낯가려요' 무대를 선보이는 '부끄뚱' 문세윤에게 "돼지면 돼지답게 수육이면 수육답게 굴어라", "우리는 널 돼지로 봐", "그러면 살을 빼" 등 코러스를 넣었다.

"시청자들이 개그를 비하로 본다"는 개그맨들의 호소에 일부 누리꾼들은 "공감된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윗선에서 죄다 잘라버리는데 개그를 할 수가 있겠냐"라고 공감했지만, 일각에서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왜 옛날 개그를 그대로 하려고 하냐", "조롱과 개그는 다르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누군가를 타깃으로 삼아 조롱하는 개그가 과연 건강한 개그라고 할 수 있을까. 앞서 한 예능인은 방송에서 "개그를 하다보면 내 무지로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내 목표는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개그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었다. 시청자들은 이제 비하와 조롱이 주된 '1차원' 개그가 아닌, 풍자와 해학이 담긴 '고차원' 개그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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