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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합우승, 막내는 착실히 내공을 쌓았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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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합우승, 막내는 착실히 내공을 쌓았다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1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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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KBO리그(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새 역사를 썼다. 2013년 창단해 2015시즌부터 1군리그에 참가했으니 7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4차전 중립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제압, 4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만년 꼴찌였던 KT는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시즌 5할 승률로 가을야구를 노크하더니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로 처음 포스트시즌(PS)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리그와 KS를 휩쓸었다. KS를 4승 무패로 끝낸 역대 9번째 팀이다. 또 먼저 3연승을 거둔 팀이 100%(12차례) 왕좌에 올랐던 역사도 이어갔다.

KT 매직은 하루 아침에 쓰인 게 아니다. 지난 3년 차분히 성적을 끌어올렸고, 최강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험치를 적립해왔다. 착실히 내공을 쌓은 덕에 7년 연속 KS에 오른 '가을 강자' 두산을 완파할 수 있었다.

KBO리그 막내 구단 KT 위즈가 리그 참가 7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가을야구 전통의 강자 두산 베어스를 4전 전승으로 완파했다.

KT의 우승 동력으로 신구조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장성우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이 팀 중심을 잡아줬고 강백호와 소형준, 배제성 등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해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고영표, 주권, 김재윤 등은 경기장 안팎에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 심우준, 조용호 등 언성히어로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 시절 152승을 생산한 레전드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에 무한 신뢰를 보내며 덕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호잉 등 외국인선수들도 이 감독의 신임을 등에 업고 각자 위치에서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PO)에선 큰 경기 경험 부족을 실감하며 1승 3패로 무너졌지만 올 시즌에는 초장부터 우승 경쟁을 벌였다. 시즌 막판 힘에 부쳤는지 타율이 떨어진 탓에 잠시 선두를 내주기도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와 동률로 마쳤고,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크) 단판 승부에서 1-0 신승을 따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상위권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퉜다. 올 시즌 막바지 잠깐 동안 1위를 내줘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지만 이내 분위기를 추스르고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힘들게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서면서 KT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불혹의 베테랑 유한준은 지난 시즌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올 시즌 큰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돌아봤다. [사진=KBO 제공]
KT 선수들은 높은 작전 수행력으로 이강철 감독의 야구를 완성시켰다. [사진=KBO 제공]

정규리그를 제패한 덕에 가장 유리한 입장에서 KS를 준비할 수 있었다. 두산이 놀라운 타선의 집중력으로 와일드카드(WC) 결정전부터 준PO, PO를 거쳐 올라오는 동안 체력을 비축했다. 

시리즈가 시작되자 선발진이 힘으로 찍어눌렀다. 쿠에바스부터 소형준, 데스파이네, 배제성까지 각기 다른 선발투수가 전원 승리투수가 됐다. 타자들은 정교한 작전수행 능력을 보여주며 철저한 팀 타격으로 차근히 점수를 냈다. 수비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지칠 대로 지친 두산에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고 맹활약한 박경수, 유한준 등 선수생활이 얼마나 남았는지 장담할 수 없는 형님들의 간절함이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시너지를 냈다.

4차전 앞서 만난 불혹의 지명타자 유한준은 "KS는 언제 또 뛸 수 있을지 모르는 무대다. 나는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선수생활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어 더 간절하다"며 "(박경수의 투혼에) 동생이고 후배지만 그런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후배들도 그걸 보고 시너지를 냈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S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비결을 묻자 "10월에 1위를 지키는 과정이 참 힘들었다. SSG 랜더스와 시즌 마지막 경기, 삼성과 타이브레이크 등 큰 경기를 이기면서 후배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1위를 한 덕에 2주간 체력을 비축한 게 집중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경수는 4차전 부상으로 결장하고도 시리즈 MVP에 올랐다.
박경수는 연일 호수비를 펼쳤고, 3차전에는 홈런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부임하며 선발 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비를 잘 만들어야 어쨋거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에 기회를 많이 줬는데, 잘 성장해줬다. 전임인 조범현, 김진욱 감독님께서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많이 줘 기반이 닦인 상태였다. 그 선수들이 자리를 잡고, 승부처 싸움도 많이 경험하면서 특히 지난 시즌부터 많이 올라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연일 호수비를 펼치며 팀 사기를 올린 박경수는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목발을 짚은 채 더그아웃에서 4차전을 지켜본 그는 시리즈가 끝나고 팬들 앞에서 "내가 잘해서 큰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 MVP는 저희 팀 KT 전부"라는 말로 동료들에 공을 돌렸다.

인터뷰실에선 "이번 시리즈 동안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장점이 다 나왔다. 투수들은 워낙 잘 버텨준 반면 야수들은 후반기 사실 안 좋았다. 그런데 이번 KS에서 선취점을 내고 추가 득점하는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 그러면서 다 같이 사기가 올라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참답게 한마디 더 덧붙였다. "KS를 준비할 때 한화 이글스가 수원까지 원정와 연습경기를 해줬다. 이 자리를 통해 정민철 단장님을 비롯한 한화 선수단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경기감각이 아예 없었던 만큼 너무 고마웠다. 고참들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최원호 퓨처스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화 덕에 이번 시리즈에 돌입할 준비가 잘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날 투런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타점을 올리며 데일리 MVP로 선정된 호잉은 "옆에 앉아있는 (박)경수의 리더십도 한 몫 했다. 3차전 타자들이 연속 삼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런을 때렸고, 팀 전체가 힘을 얻었다. 그 점이 팀 KT를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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