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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야? 굴리트야?' 지소연, 적장도 해설도 반했다 [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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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야? 굴리트야?' 지소연, 적장도 해설도 반했다 [여자축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1.28 0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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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적장도 해설위원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메시' 지소연(30)이 2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후보로 선정된 월드클래스 위용을 뽐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지소연은 2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친선경기 1차전에 선발 출전, 풀타임 활약하면서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메시'라는 별명은 그의 공격적인 재능에서 기인했다. 화려한 드리블과 동료에게 넣어주는 정확한 킬러패스는 물론 날카로운 슛까지 현존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연상케 한다.

이날까지 A매치 130경기에 나서 역대 한국 남녀선수 통틀어 최다골(59골) 기록을 갖고 있는 그다. 남자축구에 차범근 전 감독이 있다면 여자축구에는 단연 지소연이 있고, 대표팀 내 영향력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메시에 준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소연이 공수 양면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한국은 체격이 큰 뉴질랜드의 강한 전방압박에 고전했다. 뉴질랜드 선수들은 큰 보폭으로 많이 뛰면서 활동량에서도 한국에 우위를 점했다. 포백 앞에 조소현(토트넘 홋스퍼)을 세우고 그 위에 이민아(인천 현대제철)와 지소연을 배치하는 공격적인 4-3-3 전형을 들고 나온 한국은 전반 내내 빌드업에 애를 먹었다.

지소연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까지 내려와 직접 공격을 전개했다. 특유의 키핑 능력과 시야를 바탕으로 아래서부터 공격을 풀고 나왔다. 간헐적으로 잡은 세트피스 때는 키커로 나서 홍혜지(창녕 WFC) 등 센터백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들어 한국이 선수 교체를 통해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렸다. 공세를 높이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지소연은 역습 상황에서 좌우로 공을 배급했고, 위협적인 중앙 돌파로 뉴질랜드 수비진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한국이 리드를 잡은 뒤에도 전후좌우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공수에서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경기를 중계한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과 소준일 캐스터는 "빌드업 때 라볼피아나(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을 이끄는 미드필더)처럼 내려와 관여하고 있다. 지메시가 아니라 지굴리트인가요? 오늘 정말 공수에 걸쳐 활약이 대단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네덜란드의 전설 루드 굴리트 전 감독은 선수시절 탁월한 신체능력은 물론 높은 전술 이해도까지 갖춰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스카이스포츠 중계진은 지소연의 전방위적 영향력에 굴리트를 소환했다.

경기 후 지트카 클림코바 뉴질랜드 감독도 "지소연은 아주 훌륭한 선수다. 굉장히 기술적이고 필드 내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다. 오늘 경기 내내 지치지 않고 공에 관여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소연은 2년 연속 FIFA 올해의 여자선수 후보로 선정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소연은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에 힘입어 2년 연속 FIFA 올해의 여자선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2020~2021시즌에도 어김없이 첼시 주축으로 뛰며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2연패와 리그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WUCL)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경기 앞서 그는 "후보에 올랐다는 걸 몰랐다"며 "주위에서 말해줘 알게 됐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유럽 생활을 잘 해왔다는 의미로 느껴져 뿌듯하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 그가 간절히 바라는 건 바로 대표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일. 줄곧 은퇴 전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을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최근 여자축구 대표팀은 콜린 벨 감독 부임 이후 신구조화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에서 5위 안에 들어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내친김에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지소연은 "항상 대회에 나갈 때 우승을 목표로 준비한다"며 "아시아에 쟁쟁한 팀들이 있지만, 우리도 많이 올라왔다. 우승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매 경기 잘 준비해 좋은 성적으로 월드컵까지 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뉴질랜드전은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나아가 피지컬이 강한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모의고사다. 지소연은 3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2차전에도 변함 없이 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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