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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우울해? '힐링캠프' 윤태호가 밝힌 창작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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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 우울해? '힐링캠프' 윤태호가 밝힌 창작 원동력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19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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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BS '힐링캠프'184회

[스포츠Q 오소영 기자] "대학에 가지 못했던 것, 가난에 대한 원망이 모두 분노가 돼서 창작에 원동력이 됐어요. 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의 문제인 것처럼 생각했죠."

만화가 윤태호는 때론 분노에서 원동력을 얻었다. 괴기스러울 만큼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본 작품 이끼, 희망적인 드라마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너무 우울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던 '미생'은 이런 배경으로 탄생됐다.

18일 오후 11시 15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184회는 만화가 허영만과 윤태호 편을 방송했다. 이들은 사제지간으로 동반 출연해 화실을 공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 SBS '힐링캠프' 윤태호 만화가 [사진=방송 캡처]

윤태호는 만화 '미생', '이끼', '파인', '야후' 등의 작가다. 최근 작품이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며 그는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인세 수입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스승 허영만은 "'미생'은 1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으로 오기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고 언급했다.

윤태호는 녹록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림을 배우러 학원을 다니기 위해 학원 근처에서 노숙했고, 대학생활을 하지 못해 고향친구들의 서울 모임에 끼지 못하는 등 기억이 있었다. '미생'을 그려낸 작가 역시 '살지 못했던(미생)' 때가 있었다.

그가 만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유전적 피부병을 앓아 친구들과 함께 놀기가 어려웠던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방학 때면 종이묶음을 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만화도 아니고 그림도 아닌 것들이었다. 그렇게 종이 위에서 방황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끼'는 어둡고 섬뜩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아버지의 부고를 이유로 고향을 다시 찾은 남자가, 마을을 뒤덮고 있는 음모를 파헤쳐가는 내용이다. 이 또한 분노에서 시작했다. 윤태호는 "(집의 형편이 어려워) 아내가 처가에서 돈을 계속 빌려온다는 걸 알게 됐다. '난 가장이 아닌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몰입해 만든 게 '이끼'였다"고 설명했다.

▲ SBS '힐링캠프' 허영만, 윤태호 편

그는 긍정적인 생각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는 "내 유전병이 아이에게도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가 예쁘게 태어나고 나니 당시 연재 중이던 만화('야후')의 테러리스트 주인공이 꼴보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윤태호는 작업 원동력 외에도 세세한 작업 방식 또한 공개했다. 그는 캐릭터별 연보를 설정해 대사의 한계를 정해뒀다. 그렇지 않으면 캐릭터가 모두 같은 대사를 말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하나의 컷을 위해 실제 물방울을 촬영해 관찰해 그려내는 등 노력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신선하고 뻔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었다.

히트작 작가로 추켜세우는 와중에도 윤태호의 태도는 겸손했다. 그는 "과거처럼 작가의 천재적인 역량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때는 지난 것 같다"는 말로 노력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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