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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소방수 최용수, '승강전 참 재밌다'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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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소방수 최용수, '승강전 참 재밌다' [K리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1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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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용수(48) 매직. 벼랑 끝에 내몰렸던 강원FC가 기적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놀라운 최용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최 감독이 이끈 강원FC는 12일 강원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전반 중반 4분 동안 3골을 몰아쳐 대전 하나시티즌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1,2차전 합계 4-2를 기록한 강원은 위기를 딛고 내년에도 K리그1에서 뛰며 재도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최용수 강원FC 감독(가운데)이 12일 2021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경기에서 득점 이후 선수들과 부둥켜 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힘겹게 승격을 이뤘던 2016년 이후 다시 2부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던 강원이다. 지난달 16일 강원을 구해낼 적임자로 최용수를 택했다. 리그 2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했지만 잔류가 보장되는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고 결국 승강전으로 향해야 했다.

1차전 패배가 뼈아팠다. 마사에게 내준 골로 0-1 패배를 떠안고 안방으로 옮겨와야 했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아직 90분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잘 회복해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상대 장점을 좀 더 집중해서 커버하면 홈에선 반드시 다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선 7차례 치러진 승강 PO에서 1차전에서 진 팀이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K리그1 팀이 생존한 사례도 단 2차례에 그칠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16분 만에 대전 이종현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30m 가량 먼 거리에서 강력한 무회전 중거리슛을 날렸는데 골키퍼 이광연으로서도 손댈 수 없는 원더골이었다.

합산 2-0. 원정골까지 내줘 잔류를 위해선 3골 이상 필요했다. 희망이 꺼지려는 순간 최용수 감독의 승리 DNA가 나타났다. FC서울을 이끌고 우승 경험도 있는 최용수 감독은 2018년 서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다시 소방수로 부임해 승강 PO에서 팀을 살려냈던 기억이 있다. 이듬해 서울은 3위로 뛰어오르며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꿔놨던 최 감독이다.

잔류에 다가서는 득점에 성공한 뒤 세리머니하는 한국영(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 중반 강원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전반 26분부터 30분까지 3골을 쓸어담았다. 공격수 김대원이 왼쪽에서 시도한 날카로운 컷백 패스가 대전 수비수 이지솔의 발에 맞고 골키퍼 김동준의 가랑이 사이로 흘러들어갔다. 자책골.

동점을 만든 강원은 1분 뒤 김대원의 크로스를 수비수 임채민이 강력한 원바운드 헤더, 경기를 뒤집었다. 승리를 위해 한 골이 더 필요했던 강원은 쉼 없이 밀어붙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이 혼전 상황에서 공을 가로채 빠르게 골문으로 파고들어가 잔류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자신의 시즌 2호골을 가장 극적인 순간 만들어냈다.

대전은 후반 외국인 선수 바이오를 투입했고 그를 타깃으로 한 롱볼 플레이로 반격을 노렸다. 그러나 승기를 잡은 강원의 수비는 더욱 안정감이 넘쳤다. 최 감독 부임 이후 기회를 늘려간 이광연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선방쇼를 펼치며 강원의 잔류를 지켜냈다.

후반 추가시간 자축포가 터졌다. 황문기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날린 과감한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가장 짜릿하게 살아남은 강원. 현장을 찾은 팬들의 감격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강원은 승강 PO를 앞두고 K리그1에 잔류하면 2차전 입장료 전액 환불을 공약했는데, 이날 승리를 차지하며 4154명 관중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위기를 딛고 잔류에 성공한 강원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차전 결승골의 주인공 마사의 한 마디가 최 감독에겐 큰 자극제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감독은 “축구에서 압도적인 경기는 있을 수 없다. 마사가 ‘압도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말한 건 실수였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팀을 바꾸기 위해 강하게 선수단을 장악했던 최 감독. “그동안 선수들에게 너무 압박을 준 것 같았다”며 “(쫓기는 상황이었지만) 거꾸로 선수들이 편안하게, 더 도전적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접근했는데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승리 비결을 전했다.

옛 동료 이민성 대전 감독에 대한 격려도 있지 않았다. 대전은 정규리그에서 3위를 하고서 전남 드래곤즈, 안양FC를 연달아 격파한 뒤 마지막 한 계단을 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은 “이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놨더라. 앞으로 쭉쭉 성장해 나가야 할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경기 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대전 이현식을 향해 걸어간 강원 한국영은 묵묵히 따뜻한 포옹을 건넸다. 서로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기에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전날엔 FA컵 결승전에서 1차전 0-1로 패한 K리그2 전남이 대구에 4-3 승리를 거두고 2부 리그 첫 대회 우승 감격을 안았다. 무엇보다 화끈했던 경기로 축구 팬들을 매료시켰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왜 승강제가 존재해야 하는지 이유를 증명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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