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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FA 빈손, 한화이글스 리빌딩 기조 보는 시선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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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FA 빈손, 한화이글스 리빌딩 기조 보는 시선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1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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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0억 원대 계약이 나오는 등 스토브리그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외부 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던 한화 이글스는 일찌감치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화 팬들이 뿔났다. 만년꼴찌 팀이란 오명으로 서러워 간절히 외부 영입을 바랐지만 최근 한 매체의 정민철 한화 단장이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관련해 ‘농담조’로 이야기 했다는 보도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팬들이 트럭시위까지 나섰고 한화는 15일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화 이글스가 FA 시장에서 물러났다. 내년 시즌에도 리빌딩 기조를 확고히 하며 내부 육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화 팬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2010년대 이후 한화는 줄곧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김응용, 김성근 등 명장들을 데려왔으나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8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서게 됐으나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최근 3년 순위는 9위, 10위, 10위.

지난 시즌 이후 한화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일가견이 있단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었다. 리빌딩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낸 것.

실제로 올 시즌 정은원, 노시환(이상 21), 하주석(27) 등에게 꾸준한 기회를 주며 내야진을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태연(24)도 전역 후 가능성을 보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외야. 한화 외야진은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부실하다. 2할 중반을 넘어서는 자원이 없다. 지난 시즌 FA 시장에서 정수빈(두산 베어스) 영입전에 뛰어들려고 했던 것도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결국 소득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다.

FA 시장 개장 직후 포수 최재훈(32)과 계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한화가 스토브리그에서 달라진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내년에도 내부육성을 통한 리빌딩에 힘쓰겠다며 사실상 FA 시장에서 조기 철수했다.

한화는 지난 10일 새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와 계약을 마쳤다. 좌투좌타로 MLB에서 5시즌 257경기를 뛰었는데 2021시즌에도 뉴욕 양키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75경기에 나섰다. 마이너리그에선 8시즌 통산 타율 0.301 49홈런 336타점을 냈고 최근 3년 트리플A OPS(출루율+장타율)이 0.900으로 타격 생산력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팬들은 한화가 FA 시장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화는 15일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터크먼 하나만으로는 외야의 큰 구멍을 메울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 최인호, 유장혁(이상 21), 임종찬(20), 이원석(22) 등 젊은 자원들이 많지만 내야와 달리 올 시즌 성적만 놓고보면 가능성을 큰 기대감을 남기진 못했다.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팀들을 보더라도 무조건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건 팬들도 잘 알고 있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는 분위기 속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기회를 얻게 됐을 때 간절함을 갖고 보고 배우며 몸으로 부딪히면서 팀 주축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팀들이 결과적으로 자연스런 리빌딩 효과를 보곤 했다.

한화 팬들이 외야 한 자리에 대한 간절함이 컸던 이유다. 올해 FA 시장엔 국가대표급 외야 자원이 쏟아져 나왔다. 나성범, 김재환, 김현수, 손아섭, 박건우, 박해민. 이 가운데 박건우와 박해민은 각각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 중 누구라도 데려올 수 있다면 리빌딩을 원하는 한화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이들이다.

애초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확고한 철학을 얘기했더라면 팬들의 분노가 이토록 커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마치 FA 시장 분위기를 본 뒤 과열 양상이 나타나니 슬쩍 발을 뺀 것처럼 보여 더욱 화를 키운 꼴이다.

‘농담조’로 FA 시장에 접근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오해의 소지가 있었으며 한화 이글스가 FA와 관련해 결코 가볍게 접근했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한화의 미온적 태도에 팬들은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

일찌감치 FA 시장에서 물러난 한화의 리빌딩 정책이 2022시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성적을 내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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