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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안산 고진영, 여성이 이끈 한국체육 [2021 스포츠결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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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안산 고진영, 여성이 이끈 한국체육 [2021 스포츠결산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21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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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해를 넘겨 2021년도 지배했다. 스포츠계 역시 감염병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한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신축년(辛丑年) 한국 체육을 돌아보면 눈에 띄는 게 바로 여성들의 대활약이다. '여제' 김연경(상하이 유베스트)으로 말미암아 여자배구 상승세는 이어졌다. 올해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였던 2020 도쿄 올림픽을 휩쓴 스타는 단연 3관왕에 오른 안산(광주여대)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한류는 다소 주춤했지만 고진영(솔레어)만큼은 자존심을 지켰다. 또 하반기에는 SBS 여자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연경의 '라스트댄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사진=FIVB 제공]
V리그에 복귀해 클래스를 보여주더니 국가대표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끈 김연경. [사진=FIVB 제공]

◆ 여자배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와 외형적으로 견주기 어려울 만큼 작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국가대표팀의 활약, V리그 여자부의 자체 성장으로 판이 커졌다.

2021년 여자배구 인기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여름에 열리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리그로 복귀해 관심이 증폭된 상태였다. 2018~2019시즌을 기점으로 관중동원력에서 남자부를 앞질렀고, 2019~2020시즌 마침내 시청률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김연경이 뛴 20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앞서 컵대회부터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렇잖아도 잘 나가던 여자배구 인기에 불을 지핀 건 올림픽. 이재영·다영 쌍둥이가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빠지고, 몇몇 선수들도 부상으로 제외됐지만 원팀으로 똘똘 뭉쳐 기대 이상 성과를 냈다. 세계랭킹 등 객관적 전력 열세를 극복하고 4강에 올라 메달을 노크했다. 특히 야구, 축구 대표팀이 모두 고개를 떨군 날 중계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여자배구는 한일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큰 감동을 안겼다.

연초 쌍둥이가 불미스런 논란을 일으키고, 지난달 IBK기업은행 조송화·김사니 코치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여자배구 인기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대 프로스포츠(야·축·농·배구) 중 변방으로 취급받던 배구는 여자부 활약에 힘입어 중심부로 진입했다. 올 시즌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 역시 최고 인기종목으로 통하는 프로야구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이 김연경 뒤를 잇는 스타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올림픽 3관왕 안산의 과녁 조준 자세. [사진=연합뉴스]
한국선수 하계올림픽 첫 3관왕에 등극한 안산. [사진=연합뉴스]

◆ 올림픽 자존심 세운 안산

한국과 시차가 없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이었지만 한국 선수단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던 게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자존심을 세운 건 바로 효자종목 양궁. 그 핵심인물이 바로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안산이다.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6개 중 절반을 안산이 획득했다.

안산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을 싹쓸이해 한국선수 하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관왕 영예를 안았다. 단체전에 나선 3명 중 마지막 순서를 맡아 담담하게 과녁 정중앙을 명중시키는 담대함으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림픽 활약에 힘입어 그는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1년을 빛낸 스포츠선수 부문에서 손흥민(축구·72.8%), 김연경(29.4%)에 이어 3위(10.4%·이상 2명까지 자유응답)에 올랐다. 올림픽을 전후로 안산의 숏컷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젠더 갈등을 부추긴 행태는 그가 올해 경기장 안팎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안산과 함께 여자양궁 단체전 9연패 신화를 쓴 강채영(현대모비스)과 장민희(인천대)를 비롯해 연일 명승부를 연출하며 4강에 진출한 여자배구 대표팀, '삐약' 신드롬을 일으킨 여자탁구 신유빈(대한항공) 등 올림픽에서도 '여풍'은 세차게 불었다.

고진영은 홀로 5승을 챙기며 LPGA 올해의 선수에 등극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진영은 홀로 5승을 챙기며 LPGA 올해의 선수에 등극했다. [사진=연합뉴스]

◆ 여자골프 위상 지킨 고진영, 새 바람 일으킨 '골때녀'

올해 세계최강 한국 여자골프 기세는 다소 흔들렸지만 고진영만큼은 으뜸별 자리를 지켰다. 한국선수들은 11년 만에 LPGA 메이저 무관에 머물렀다. 또 지난 6년간 배출한 신인왕 타이틀도 다른 나라에 뺏겼지만 그럼에도 도합 7승을 합작하며 미국(8승)과 견줬다. 

그 중심에 홀로 5승을 쓸어 담은 고진영이 있다. 시즌 최종전이던 지난달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포함 5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상금왕, 올해의 선수, 한 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를 석권했다. 

시즌 상금 350만2161달러(41억7500만 원)로 상금왕 3연패를 이뤘다. LPGA 투어에서 13년 만에 나온 기록. 시즌 상금 300만 달러를 넘긴 것도 무려 14년 만이다. 한 시즌 동안 5승이나 챙긴 것도 2016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후 5년 만이다.

SBS 여성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를 담아내고 있는 예능 '골때녀'는 하반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TV프로그램 중 하나다. 축구를 처음 접하는 만큼 아직 실력도 부족하고, 다치기 일쑤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진정성에 시청자들 마음이 동했고, 그 인기는 곧장 시즌2 제작으로 이어졌다. 최근 개인 참여형 축구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생활 여자축구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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