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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오리지널 드라마 강세, 판이 뒤집히다 [2021 연예결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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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오리지널 드라마 강세, 판이 뒤집히다 [2021 연예결산①]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2.2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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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2021년 드라마 시장은 소위 '고퀄리티'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성장이 돋보이는 해였다.

특히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넷플릭스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면서 K팝, K-무비에 이은 K-콘텐츠 열풍을 이끌었으며,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역시 완성도 높은 오리지널 시리즈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반면, TV 방송 드라마는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한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를 제외한 모든 미니시리즈에서 시청률 20%를 넘지 못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 '오징어 게임', '지옥'… K-콘텐츠가 일으킨 돌풍

지난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공개 4일 만에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발표된 지 4주 만에 전 세계 1억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하면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역대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은 글로벌 히트작이 됐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전세계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정상에 오른 이후 46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1970~80년대 어린이들이 골목길에서 자주 하던 '오징어 게임'에서 제목을 따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데스게임’ 장르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뽑기 등 한국적인 놀이를 접목시켜 해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 '고담어워즈'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트로피를 안았고 미국영화연구소 특별상,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도 수상했다. 여기에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한 달 정도 먼저 열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평가되고 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는 드라마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까지 총 3개 후보에 올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한국 드라마가 후보에 오른 건 '오징어 게임'이 처음으로,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만 그치며 넘지 못한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K-콘텐츠의 매력에 빠져든 글로벌 시청자들은 다른 한국 드라마에도 큰 호응을 보였다. 10월 공개된 '마이네임'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차트 3위에 올랐으며,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은 공개 다음날 바로 글로벌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디피(D.P.)’는 한국 시리즈로는 유일하게 뉴욕타임스(NYT)의 ‘2021년 해외 TV쇼 10선’에 꼽히는 등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공유, 배두나, 이준 주연의 SF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오는 24일 공개하며 K-콘텐츠 열풍을 이어간다.

 

[사진=티빙, 웨이브 제공]
[사진=티빙, 웨이브 제공]

 

◆ '술도녀', '이상청'... 토종 OTT의 약진

국내 토종 OTT 역시 올해 눈에 띄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여럿 선보이며 넷플릭스, 애플TV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등 거대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 적극 맞서고 있다. 

지난 10월 공개된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 주연의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은 티빙(TVING)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방영 초반까지는 큰 기대를 얻지 못했으나, 현실 공감을 부르는 유쾌한 장면들이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 5, 6회가 공개된 시점에서는 유료 가입 기여 수치가 전주 대비 무려 178%가 상승했고, 결국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를 달성했다. 유튜브 클립 영상 조회수는 공개 한달 반만에 6000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술꾼도시여자들'은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 30살 여성들의 우정, 직장인의 애환, 현실 술자리 풍경 등은 물론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보기 어려운 거친 욕설까지 담아내는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2030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11월 공개된 웨이브(wavve)의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 역시 OTT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화끈한 정치 풍자와 사회 비판으로 공개 첫날부터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의 성과를 달성했다.

웹툰 작가 이말년의 작품 '이말년씨리즈'의 명대사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목으로 차용한 '이상청'은 사격선수 출신으로 정치 셈법에 따라 떠밀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이정은(김성령)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의 납치 사건을 계기로 갑자기 대중적인 세력을 키우면서 대선잠룡이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정치인 뒤에 가려졌던 보좌진과 공무원의 세계를 그려낸 것은 물론, 최근 몇 년 사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체육계 성폭력 폭로, 코로나19 백신을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의 모습,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는 20대 남성 등 우리 사회에 맞닿아 있는 이슈들을 교묘한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배우 김수현과 차승원을 주연으로 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 역시 양질의 OTT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200억원대 제작비의 대작으로 알려진 ‘어느 날’은 1, 2화 공개 후 신규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254% 폭증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감독 이명우 감독의 과감한 연출과 배우들의 몰입감 높은 연기가 차별점으로 손꼽힌다.

 

[사진=KBS 2TV, MBC 제공]
[사진=KBS 2TV, MBC 제공]

 

◆ 시청률 고전 중인 지상파… 위기 극복 해답은?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발판이 된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물론 '다시보기' 용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깬 티빙·웨이브,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까지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지만, 지상파·종편 채널 드라마는 올해 초라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 하반기 전도연, 이영애, 고현정, 송혜교, 전지현 등 화려한 스타들의 대거 컴백이 높은 기대감을 모았으나, 대부분의 작품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충격을 줬다. 전도연, 이영애, 고현정이 각각 주연을 맡은 JTBC '인간실격' '구경이' '너를 닮은 사람'은 시청률 1~2%(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고, 전지현이 출연했던 tvN '지리산'은 과도한 PPL과 어색한 CG로 혹평을 받으며 시청률 역시 점점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3월에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시청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청원글 및 민원을 접수하며 방송 중단을 요청했으며, 광고를 편성한 20여 건의 기업과 3개의 제작지원사, 장소 제공 등 협찬을 맺은 지자체도 빠르게 '손절'을 선언했다. SBS는 결국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시청자들께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방송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JTBC '설강화' 역시 간첩 미화,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은 하루만에 20만 명이 넘는 청원 인원을 돌파하며 '조선구마사'의 청원 속도보다 빠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광고 및 협찬 철회도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 속 지상파는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가 답을 찾기도 했다. 박은빈 주연 KBS 2TV 퓨전사극 '연모'는 자체 최고 시청률 12.1%로 올해 KBS 하반기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이준호, 이세영 주연의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MBC 드라마로는 3년 만에 처음으로 10%대 시청률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1회 연장을 확정하기도 했다. KBS 1TV는 5년만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방영하며 '사극 명가'의 부활을 약속했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K-콘텐츠와 개성 넘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반격에 나선 토종 OTT, 그리고 위기를 정면 돌파한 지상파 K-사극, 공통점은 결국 '잘 만든' 콘텐츠다. 화려한 캐스팅이나 스타 작가 등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규칙들은 플랫폼 다각화로 인한 시장 재편이 시작되면서 이미 깨졌다는 것이 올해 증명됐다. OTT 플랫폼과 TV 채널, 자유로운 선택권을 손에 쥔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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