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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행 파격, 박병호 본보기는 유한준 [2022 프로야구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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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행 파격, 박병호 본보기는 유한준 [2022 프로야구 F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29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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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22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막판 대어 중 하나였던 ‘국민거포’ 박병호(35)까지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예상처럼 키움 히어로즈가 아닌 KT 위즈로 팀을 옮기게 돼 야구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KT는 29일 “FA 박병호와 3년 간 계약금 7억 원, 총 연봉 20억 원, 옵션 3억 원 등 총액 3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보상금 22억5000만 원까지 더하면 총액은 50억 원을 뛰어넘는다.

올 시즌 첫 통합우승을 이룬 KT는 명확한 투자 전략에 나섰다. 내부 FA 황재균(4년 60억 원), 장성우(4년 42억 원)을 붙잡은 데 이어 박병호까지 품에 안았다. 일회성 우승이 아닌 왕조 건설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KT다.

박병호(왼쪽)가 29일 KT 위즈와 3년 총액 30억 원 FA 계약을 맺고 남상봉 대표이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는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거포다. 2005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가능성을 인정 받으면서도 1군에선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는데, 2011년 넥센(키움 전신)으로 트레이드되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았다.

2012년 프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31홈런 105타점을 쏘아올리며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총 5차례나 홈런왕에 올랐다. 2014,2015시즌엔 연속으로 50개 이상을 담장 밖으로 날렸다. 2012,2013년엔 2년 연속 KBO MVP에도 등극했다.

2016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는데, 당시 구단에 1285만 달러(152억5300만 원)을 안기기도 했다.

미국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남기고 국내에 돌아왔지만 2018년엔 타율 0.345 443홈런 112타점, 2019년엔 다시 한 번 홈런왕(33개)에도 올랐다.

다만 최근 2년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에 머문 그는 올해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을 기록했다. 한 방과 타점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으나 전성기 때 박병호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급격한 실력 저하)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도 많아졌다.

2011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리그 대표 거포로 거듭난 박병호가 10년 만에 정든 팀을 벗어나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박병호 또한 키움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었다. 더구나 올 시즌 연봉 15억 원을 받았는데, C등급으로 분류돼 보상선수와는 무관하지만 연봉의 150%에 해당하는 보상금과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가 부담스러워 타 구단에서 쉽게 욕심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 탓인지 키움과 협상에 큰 진전이 없었고 FA 시장이 열린 뒤부터 꾸준한 관심을 나타내온 KT가 결국 박병호를 품게 됐다.

KT 올 시즌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다. 다만 타선의 힘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단단했던 마운드에 비해 타선의 임팩트는 부족했다. 강백호를 제외하면 크게 파괴력 있는 타자가 없었다. 선두를 질주하던 KT가 막판 순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숭용 KT 단장은 “박병호는 한 달 동안 공들인 선수”라며 “최고의 타자와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해 부진했지만 홈런은 KT 내 1위, 타점은 2위에 달하는 성적을 냈다. KT가 박병호에 욕심을 낸 이유가 나타난다.

KT는 올 시즌 유한준(가운데)과 박경수 등 베테랑들의 맹활약 속에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사진=스포츠Q DB]

 

또 하나는 더그아웃 리더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다. 타격 생산력과 경험까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유한준이 오버랩된다. 히어로즈 출신이자 누구보다 워크에식(직업정신)이 뛰어난 타자로 대표되는 둘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는 유한준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선수”라며 “강백호와 함께 1루를 보면서 지명타자로도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준의 공백으로 강백호를 뒷받침해줄 타자가 사라졌다. 더구나 KT의 시즌 막판 저력과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베테랑들이었는데 키움에서 많은 선수들이 따르고 존경심을 나타냈던 박병호는 유한준의 대체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KT의 투자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병호가 완연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우려다.

박병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소속사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필 편지를 통해 “KT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시고 영입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 선수로서 그에 보답하고 상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엄중히 느껴진다”고 밝힌 그는 “좋은 대우를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올 시즌 우승팀이자 젊고 패기 넘치는 KT에 오게 됐는데 책임감을 느끼고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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