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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편지와 트럭시위, 2021 프로야구 FA시장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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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편지와 트럭시위, 2021 프로야구 FA시장 특이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12.30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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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홈런왕을 5번이나 차지한 '거포' 박병호(35)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했다. 박병호는 자필편지에 복잡한 심경을 담아 미안함을 전했지만 일부 키움 팬들은 트럭 시위까지 벌이며 간판스타 이적에 항의했다.

키움의 상징과 같던 박병호가 KT에 전격 입단했다.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30억 원에 보상금 22억5000만 원(직전연봉 1.5배)까지 52억 원이나 투자한 KT 정성에 박병호가 움직였다.

박병호는 에이전시 리코스포츠를 통해 손편지로 히어로즈 팬들에 작별인사를 했다. 

"많이들 놀라셨겠지만, 저는 이번 FA 신청을 통해 KT로 팀을 옮기게 됐습니다. 2011년 7월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던 날이 기억납니다. 그때부터 10년의 시간이 흘렀네요"라며 "긴 시간 제가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응원해 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다.

KT 위즈로 이적하며 10년간 몸 담았던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 '거포' 박병호가 자필편지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진=리코에이전시 인스타그램 캡처]
KT 위즈로 이적하며 10년간 몸 담았던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 '거포' 박병호가 자필편지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진=리코에이전시 인스타그램 캡처]

박병호는 이어 "유망주로 머물던 시절 히어로즈 선수로 뛰게 되며 전폭적인 기회를 받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KS) 우승 문턱까지 경험하고, 메이저리그(MLB)라는 야구선수로서 꿈의 무대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복귀를 결정했을 때도 히어로즈 구단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셨고, 저에게는 고향 같은 구단이었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히어로즈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강했으나, 주어진 상황에서 프로야구선수 박병호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신 KT 구단의 감사함도 간과할 수 없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비록 팀을 떠나게 됐지만, 히어로즈에 대한 감사함과 팬분들에게 받은 사랑과 응원 평생 간직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박병호가 전한 진심은 팬들에 잘 닿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팬들의 분노까지 삭이진 못했다. 몇몇 키움 팬들은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와 홈구장 고척스카이돔 앞으로 트럭을 보내 항의 문구를 띄웠다. 박병호의 미국 진출 당시 이적료로 152억 원이나 챙긴 구단이 이제는 노장이 된 박병호와 협상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영구결번 1순위로 꼽히는 박병호를 떠나보낸 데 성난 민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 키움 팬은 KBS를 통해 "정말 프랜차이즈 다 떠나보내는구나. 여러 선수들 있는데 다 참았어요. 근데 박병호 선수 건은 못 참겠더라"라며 트럭 시위까지 벌이게 된 배경을 전했다.

박병호 이적에 트럭시위에 나선 키움 팬들. [사진=커뮤니티 캡처]
박병호 이적에 트럭시위에 나선 키움 팬들. [사진=커뮤니티 캡처]

프랜차이즈 스타가 이적하면서 원소속팀 팬들에게 직접 쓴 편지로 인사를 건네는 일, 구단의 FA시장 행보에 불만을 품은 팬들이 트럭을 앞세워 항의하는 일은 2021년 겨울 스토브리그를 대표하는 현상으로 통한다.

앞서 자신이 오래 몸 담았던 팀을 떠나며 상당한 대우를 보장받은 나성범(NC(엔씨) 다이노스→KIA(기아) 타이거즈, 6년 150억 원), 박건우(두산 베어스→NC, 6년 100억 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NC, 4년 64억 원) 박해민(삼성 라이온즈→LG(엘지) 트윈스, 4년 60억 원)까지 모두 편지로 복잡미묘한 심경을 전했다. 

친정팀 KIA와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복귀를 확정한 양현종(4년 103억 원)도 편지를 띄웠다. 협상 중 구단과 의견 차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론이 나빠져 마음고생을 했던 터였다. 

FA시장이 과열된 상황이다. 연일 돈잔치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이적시장 폭풍에서 한발 물러선 구단 팬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상당하다. 팬들은 구단 운영에 트럭 시위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은 한화 이글스는 물론 최근 몇년간 박건우를 비롯해 황금기를 이끈 멤버를 8명이나 FA로 내준 두산, 황재균을 잡고 박병호를 영입하기 전까지 조용히 움직였던 통합챔프 KT까지 트럭에 실어보낸 팬심과 마주해야 했다.

자필편지와 트럭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FA시장 계약 총액 1000억 원 돌파를 앞둔 한국 프로야구 또 하나의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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