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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도 괜찮아, 신태용호 인니 지지받는 이유 [스즈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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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도 괜찮아, 신태용호 인니 지지받는 이유 [스즈키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12.30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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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0-4 대패. 사실상 우승 트로피가 멀어지는 모양새지만 신태용(51)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향해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2020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0-4로 졌다.

실망스런 결과에도 비판보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크다. 2차전에서 역전할 수 있다는 믿음보다는 그동안 잘 싸워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성과에 대한 인정의 차원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이 29일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잇따른 실점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에 내리 3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준우승만 5번을 차지하며 최다 준우승국이라는 웃지 못할 타이틀을 가진 인도네시아가 다시 한 번 2등에 머물 위기다. 공교롭게도 3차례나 태국에 덜미를 잡힌 터라 충격이 더 클 법하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후 “태국이 완벽하게 경기를 했다. 우리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오늘 경기 내용을 보면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욕심을 내려놓은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그간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년 전 부임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발굴에 집중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팀 체질을 변화시켰다.

스즈키컵 디펜딩챔피언이자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 감독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박 감독도 같은 이유로 선수단의 식단부터 싹 바꿨고 강한 체력을 만들어 아세안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한 것도 닮았다. 이번 대회 인도네시아 대표팀 평균 연령은 24.3세.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위주로 꾸렸으나 대회 초반부터 무서운 화력을 뽐냈다. 조별리그 4경기와 준결승 2경기에서 18골을 몰아쳤다. 싱가포르와 준결승에서도 1차전을 1-1로 비기고도 2차전 연장 접전 끝에 4-2로 승리하고 팀을 결승에 올려놨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팬들. [사진=AP/연합뉴스]

 

지략가로 잘 알려진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 꼭 맞는 옷을 입혔다. 간결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빠른 공격을 지향하는 신 감독은 상대팀에 따라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치기도,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에 중점을 둔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에는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잘 버티며 전략적인 무승부를 챙기기도 했다.

5년만의 결승 진출에 인도네시아 내 신 감독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모차마드 이리아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회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신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말했고 현지 매체에선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며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유의 ‘형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신 감독은 K리그와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치면서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결승을 마치고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함께 댄스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아말리 인도네시아 체육부 장관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뽐냈다. 오늘은 태국이 더 뛰어났고 그걸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2차전에선 신 감독이 또 다른 전략을 보여주길 바란다.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욕을 잃지 않고 2차전을 잘 준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 감독은 “공은 둥글고 언제든 최선을 다하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팬들을 위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 감독의 인도네시아는 내년 1월 1일 오후 9시 30분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기적을 써보겠다는 각오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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