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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대은의 새 삶, 목표는 김병현-홍성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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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대은의 새 삶, 목표는 김병현-홍성흔?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14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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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수려한 외모로 강력한 공을 뿌리는 한 투수가 새로운 야구계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대은(33)이 야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장면. 이젠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KT 위즈는 13일 “KT 위즈 소속 투수 이대은이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신일고 졸업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섰고 이후 일본프로야구(NPB)와 경찰 야구단을 거쳐 2019년 KBO리그(프로야구)에 입성한 뒤 단 3시즌 만에 내린 결정. 야구 팬들로선 아쉬움이 남는다.

이젠 새 삶을 계획한다. 스포츠스타들의 은퇴 후 연예계 진출 열풍 속에 이대은도 이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KT 위즈 투수 이대은이 13일 은퇴를 결정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선수로서 삶은 짧은 임팩트와 길었던 부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교시절 MLB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어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으나 MLB에 데뷔하지 못한 채 미국 생활을 마쳤다. 2015년 일본 지바 롯데로 이적해 그해 9승 9패 4홀드 평균자책점(3.84)로 활약했다.

시즌 뒤엔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 12에서 맹활약했다. 2경기에서 1승 ERA 3.24를 기록하며 초대 대회 우승에 일조했다.

높아진 관심과 기대감이 독이 됐을까. 이듬해 깊은 부진에 빠졌고 결국 국내행을 택한다.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당시 몸에 있던 문신으로 인해 이를 지우고 세 차례 지원 끝에 경찰에 합격하게 된다. 다만 규정상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은 선수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뛸 수 없었는데, 사실상 KBO가 그를 위해 ‘KBO리그를 거치지 않은 선수라도 국제대회에서 활동한 경우’를 조건으로 달며 경기 출전이 가능토록 규정을 바꿨다.

퓨처스리그에서 압도적 활약을 펼친 이대은은 2019년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클로저로 4승 2패 17세이브 ERA 4.08로 기대감을 자아냈는데 두 번째 시즌 1승(4패) 1세이브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팔꿈치 뼛조각 수숙을 받고 지난 시즌 중반 돌아온 그는 3승 2패 1세이브 9홀드 ERA 3.4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15년 프리미어 12 한일전 호투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던 이대은. 강렬한 임팩트와 달리 부진이 길어지며 결국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우승반지를 꼈고 오랜 연애를 이어온 힙합 가수 트루디와 결혼 소식도 알리며 겹경사를 맞았으나 돌연 은퇴 소식으로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대은은 “KBO에서 시작한 첫 시즌 이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팬들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개인적으로는 팀 우승에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며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대와 달리 부진이 길어졌던 건 사실이지만 지난 시즌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완전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은퇴 과정에서 감독과 상의도 없었다고 알려 의구심을 더한다. 

‘새로운 삶’이라는 표현에 주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연예계 진출을 타진 중이라는 풍문과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안정환(축구), 서장훈(농구)은 은퇴 후 연예계에 진출하더니 강호동(씨름) 신화를 재현했다. 어느덧 예능인들 가운데서도 톱 MC급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야구계로만 국한해도 최근 김병현과 홍성흔 등이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은퇴 후 방송인으로서 삶이 예상되는 이대은. 최근엔 복면가왕 등에 출연하며 이미 예능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

 

뭉쳐야 찬다 이후 스포츠스타 출신의 예능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 능숙하기보단 투박함에 가깝지만 꾸밈없고 진솔한 태도와 발언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대은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쳤고 NPB에서도 한 시즌 반짝했다. KBO리그에서도 마찬가지. 신인 자격으로 나선 2019년엔 최저 연봉(2700만 원), 2020년 1억 원, 2년차 부진으로 지난 시즌 5000만 원을 받았다. KBO리그 진출 후 수령한 총 연봉은 2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나이를 고려할 때 향후 고액 연봉자로 올라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연스러운 상황.

연예계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선수 시절부터 소속사(스포츠인텔리전스)가 있었고 방송인 아내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나혼자산다 황재균 편에 잠시 출연했고 복면가왕에도 나서며 방송인으로서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방송인으로서 재치와 센스 등에 대해선 아직 평가할 수 없으나 수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어 기존 예능에 진출한 선배들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섭외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야구 팬들로선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의 말처럼 방송인으로서는 신인의 자세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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