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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메달 기대주⑥] 피겨 차준환-유영, 이젠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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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메달 기대주⑥] 피겨 차준환-유영, 이젠 세계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25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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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대한체육회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목표로 금메달 1∼2개, 종합순위 15위를 설정했다. 전통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예전보다 고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으로 보이지 않는 여러 어려움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을 가리지 않고 메달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 기대주를 만나볼 수 있다. 알고 보면 더 재밌을 베이징 올림픽 앞서 스포츠Q(큐)에서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추려봤다. [편집자주]

다시 한국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일까. ‘퀸’ 김연아(32·은퇴) 이후 잠잠했던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일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진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 [사진=AFP/연합뉴스]

 

23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막을 내린 2022 국제빙상경긴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선 차준환(21·고려대)이 우승, 여자부에선 이해인(17·세화여고)과 김예림(19·수리고)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며 베이징행 청신호를 밝혔다.

◆ 가파른 상승세, 차준환 퀀텀 점프!

4년 전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로 평창올림픽에 나섰던 차준환. 15위에 그쳤지만 무난히 대회를 잘 마친 것만으로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재보단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였기 때문.

4년 후 올림픽을 코앞에 둔 차준환이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역사를 새로 썼다.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98.96점, 프리스케이팅 174.26점, 총점 273.22점을 받아 정상에 섰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따낸 최초의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이전까지는 여자 싱글에서만 메달이 나왔다. 2009년 밴쿠버 대회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2020년 서울 대회에선 유영(18·수리고)이 은메달, 이번 대회에서 이해인과 김예림이 각각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전 안방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한국 피겨 역대 최고 성적인 5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이더니 이번엔 사고를 쳤다. 당시 기록한 종전 개인 최고점 265.43점을 7.79점이나 끌어올리며 이룬 쾌거.

쿼트러플 점프 완성도 높이기에 매진하고 있는 차준환. 4년 전에 비해 얼마나 발전한 기량을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AFP/연합뉴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 네이선 첸(미국), 하뉴 유즈루(일본)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점검하고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의미를 지닌 성과다.

숙원 과제인 쿼드러플 점프에선 아쉬움도 보였다.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를 뛴 후 착지가 불안해 빙판 위에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를 무난하게 뛰는 등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무사히 마쳤다.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이젠 보여줄 때가 왔다.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개인 최고 기록을 깨고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스스로도 그동안 훈련한 걸 다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자신감을 얻은 건 가장 큰 수확. 베이징에서 비상을 꿈꾸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통한 인터뷰 영상에서 차준환은 “한국 남자 최초 메달을, 우승으로 이뤄 뜻깊다”며 “올림픽에 2번째 출전하는데 평창 때보단 더 후회 없는 경기, 4대륙 대회보다 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트리플악셀을 주무기로 삼는 유영은 최근 발표된 여자 피겨 싱글 랭킹에서 3위까지 올라섰다. [사진=연합뉴스]

 

◆ 세계 3위 유영, 트리플악셀을 주목하라

김연아 은퇴 이후 수 많은 ‘포스트 김연아’ 후보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 와중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유영이 눈길을 끌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세계신기록 금메달을 보며 꿈을 키운 ‘연아키즈’ 유영은 4년 전 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르고도 나이 제한에 걸려 아쉽게 다음 무대를 기약해야 했다.

올림픽 개막을 열흘 여 앞두고 지난 22일 발표된 ISU 세계랭킹에서 유영은 2963점을 획득, 지난해 11월 5위에서 두 계단 점프한 3위에 올랐다. 김연아 이후 가장 높은 순위. 세계랭킹은 최근 세 시즌 국제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산정되는데 그만큼 유영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려온 베이징 올림픽. ‘폭풍성장’한 유영은 이번 시즌 ISU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연속으로 메달을 차지한 건 2009년 김연아 이후 12년만. 챌린저시리즈에선 은메달까지 수확했다.

세계 3위까지 올라선 유영이지만 경쟁 상대를 자신뿐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 트리플악셀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해온 유영이다. 트리플악셀은 과거 아사다 마오(일본)가 김연아를 넘기 위해 내세웠던 필살기. 다만 그 또한 회전수 부족, 착지 실수 등으로 인해 완벽히 소화해내지 못했던 고난도 점프 기술이다.

과거에 비해 완성도를 많이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트리플악셀은 유영의 고민거리다. 이번 4대륙선수권에서도 필살기인 트리플악셀을 꺼내들었는데, 수행 도중 넘어졌고 결국 6위에 머물렀다.

자신의 연기만 잘 해낼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세계 1·2위 러시아 안나 쉐르바코바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이상 18) 등 경쟁자에 주목하기보단 유영이 과연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칠 수 있을까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4대륙선수권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동메달을 목에 건 김예림. [사진=EPA/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선 유영과 함께 참가한 은·동메달을 수확한 김예림(19·수리고)과 이해인(17·세화여고)이 더 주목을 받았다. 둘은 세계랭킹 12위, 16위로 유영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더욱 놀라운 성과였다.

다만 이해인은 올림픽 선발전에서 3위를 기록하며 탈락해 베이징 무대엔 나서지 못한다. 김예림은 이번 대회 클린연기를 펼치며 개인 최고인 209.91점을 획득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수준 차가 있기에 클린연기로 무대를 마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올림픽을 앞두고 큰 대회에서 수확한 메달이 경험과 자신감 상승 측면에서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됐다.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는 차준환과 이시형, 유영, 김예림은 귀국 후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코호트 훈련을 이어가며 최종점검에 돌입한다. 남녀 싱글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 시대를 잇는 놀라운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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