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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맞아? 소박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인류애'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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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맞아? 소박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인류애' 내세웠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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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14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중국. 베이징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도시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3년차, 이렇게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행사가 치러지는 게 당연한 게 아니게 된 이때 중국은 자신들을 앞세우기 보다 인류애를 강조했다.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힘을 빼고 글로벌 보편성에 다가섰다는 평가다.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렸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같은 장소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총연출을 맡았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인류가 놓인 환경적인 차이에 기인해 행사 규모가 축소됐고, 이전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2008년 개회식은 스케일이 압권이었다. 출연진만 1만5000명에 달했고, 식전 행사까지 포함하면 4시간 넘게 소요됐으며 당시 개폐회식 비용만 6000억 원 넘게 쓰였다.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고 중국 가수 리우환, 영국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 등 유명인들이 함께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특유의 스케일을 앞세우는 대신 감염병 시대를 함께 극복해가고 있는 인류애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인해전술, 압도적인 규모로 대표되는 중국이지만 이번 개회식은 이전과 같은 위용을 강조하는 대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팬데믹 시대를 함께 극복하고 있는 전 인류에 헌사를 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출연진 수는 2008년 당시 드러머 수와 비슷한 3000명 정도로 줄었다. 행사 시간도 식전 행사 포함 2시간 30분으로 축소됐다. 출연진에 소위 '셀럽'은 없었다. 대신 학생 또는 베이징과 허베이성에 사는 주민들로 구성됐다.

총연출자 장이머우 감독은 "2008년에는 중국을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였고, 지금은 중국의 세계적인 위치나 지위가 달라졌다"며 "특히 코로나 유행 속에 세계인들과 함께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안에서 중국의 전통미도 엿볼 수 있었다. 중국 국민 레저로 통하는 광장무(廣場舞)와 함께 '복'(福)이라는 글자로 식전행사를 열었다. 본 행사 카운트다운을 하며 중국 24절기를 소개했다. 마침 이날이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인 점을 전하며 모든 세계인과 함께 봄을 맞이하려는 듯 분위기를 띄웠다.

[사진=연합뉴스]
경기장 바닥에 대형 HD LED 스크린이 설치돼 행사를 요소요소 꾸몄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개되고,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게양되며 국가가 연주됐다.

이후에는 앞서 열린 23차례 동계올림픽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이 얼음 형상 무대에 펼쳐졌다. 오륜 모양이 형성된 뒤 선수단이 입장했다. 한국 선수단은 91개 참가국 가운데 73번째로 입장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맏언니인 곽윤기와 김아랑(이상 고양시청)이 기수를 맡았다.

시진핑 주석이 개회를 선언하고, 6명의 중국 체육 영웅들이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참가자 대표 선서가 이어진 뒤 바통은 어린이들이 이어받았다. 600여 명의 어린이가 몸으로 눈꽃 송이를 표현하고, 비둘기 모형을 들어 보이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성화 봉송 당시 수륙 양용 로봇으로 기술력을 뽐낸 중국은 개회식에서도 기술 굴기를 자랑했다. 1만1600㎡에 달하는 무대가 HD LED 스크린으로 설치돼 눈과 얼음을 표현했다. 행사 막판 아동들의 공연 때는 출연자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 스크린에 효과가 표시되는 인공지능 라이브 모션 캡처 기술을 적용했다. 경기장 지붕과 바닥을 수직으로 연결한 스크린을 통해 폭포를 표현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는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소박한 성화로 기억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피날레를 장식한 성화 점화도 튀지 않고 보편성을 강조하려는 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10년씩 끊어 각 시대를 대표하는 중국 동계 스포츠 영웅들이 차례로 성화봉을 들고 달렸다. 영예의 마지막 주자는 2001년생 동갑내기 디니걸 이라무장(크로스컨트리)과 자오자원(노르딕 복합). 기존 거대한 성화대에 불을 점화하는 대신 성화봉을 올려놓았다. 그렇게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소박한' 성화가 불타올랐다.

이날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5일부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20일까지 7개 종목에서 금메달 109개를 놓고 17일간 열전을 벌인다. 

2018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배우 겸 연출가 송승환 씨는 KBS 현장 중계 해설에서 "중국이 2008년에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중국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이제는 어깨에 힘을 빼고 여유로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심플하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단순하게 보여준 것 같다"는 인상을 전한 그는 "자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이 함께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것에만 벗어나 '글로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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