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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혁 '꽈당', 평창 이유빈-최민정과 달랐던 이유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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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혁 '꽈당', 평창 이유빈-최민정과 달랐던 이유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05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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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년 전과 같은 불운. 그러나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과 함께 금빛 질주를 꿈꿨던 한국 쇼트트랙이 고개를 떨군 채 대회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첫 경기 준준결승 1조에서 결승선 3바퀴를 남기고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넘어지면서 2분48초308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3위로 마쳤다.

4년 전 평창 대회 때가 오버랩되는 장면. 당시엔 역경을 딛고 올림픽 기록을 써내며 결국 정상에 섰는데 대체 무엇이 달랐던 걸까.

5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 계주 준준결승에서 넘어진 박장혁(오른쪽)을 이유빈이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정(24·성남시청), 박장혁(스포츠토토), 황대헌(23·강원도청), 이유빈(21·연세대)으로 레이스에 나선 한국. 많은 악재 속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한국은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다.

최민정은 설명이 필요치 않은 ‘여제’, 이유빈은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흥 강호. 남자부에서도 황대헌은 500m 등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자. 박장혁도 앞서 열린 남자 1000m 예선에서 조 1위로 통과하며 개인 첫 올림픽을 기분 좋게 열었다.

1,2번은 여성인 최민정과 이유빈, 3,4번은 박장혁과 황대헌이 맡았다. 쉽게 올라서지 못하고 맞은 마지막 3바퀴. 3위에서 역전을 노리던 박장혁에게 불운이 닥쳤다. 코너를 돌던 중 오른발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붙잡혔고 자신의 왼발과 충돌하며 넘어진 것.

4년 전 3000m 여자 계주 준결승이 떠올랐다. 당시 레이스 초반 이유빈이 넘어졌는데, 최민정이 재빠르게 터치하며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 대회 쇼트트랙 3000m 여자 계주 준결승 당시 넘어진 이유빈(왼쪽)과 터치하고 있는 최민정. [사진=연합뉴스]

 

이날은 달랐다. 황대헌이 다음 순번을 위해 앞서 달리고 있었고 박장혁이 넘어진 것을 확인한 뒤에도 내부 트랙을 한 바퀴 돌고서야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 사이 중국, 이탈리아와 간격은 한 바퀴까지 벌어졌다.

평창 때를 떠올리면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심석희(서울시청)-최민정에 이어 이유빈이 바통을 넘겨받았고 김예진으로 이어질 차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원래대로라면 김예진이 레이스를 펼칠 차례였지만 이유빈이 넘어지는 걸 뒤에서 지켜본 최민정이 빠르게 사고를 수습했다.

세부적인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녀 각 대회에서 각 주자는 필수적으로 한 번은 달려야 하지만 그 이상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능했던 것. 즉, 김예진이 향후 레이스에 가담하기만 한다면 직전 주자로 나섰던 최민정이 이유빈과 터치한 게 문제가 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혼성 대회. 기존 규정대로 적용할 경우 혼성 종목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스피드가 더 빠른 남자 선수가 더 많이 뛰도록 운영할 것이 뻔하기 때문. 이에 각 선수당 500m씩 총 2000m를 달리도록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터치를 기다리며 앞서가던 황대헌(오른쪽)이 넘어지는 박장혁(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유빈과 최민정은 뒤에서 박장혁이 넘어지는 것을 지켜봤으나 이미 레이스를 마친 상태였고 결국은 앞에서 대기하던 황대헌만이 넘어진 박장혁을 대신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실의의 빠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간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최민정, 이유빈은 특별한 말없이 빠져 나갔고 황대헌은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러시면 안 되죠”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장혁은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믹스트존을 지나쳐갔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만은 없다. 최민정은 여자 500m 예선에서 1위로 통과했고 남자 1000m에선 박장혁과 황대헌, 이준서(22·한국체대)가 모두 1위로 다음 라운드에 나서게 됐다. 아쉬움은 크지만 고개 숙여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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