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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그리는 상승곡선,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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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그리는 상승곡선, 기가 막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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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차준환(21·고려대)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올림픽 도전사를 새로 썼다. 지난 4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올 시즌 들어 기가 막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메달 획득 기대감을 키운다.

차준환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4.30, 예술점수(PCS) 45.21, 총점 99.51을 기록해 전제 29명 중 4위로 마쳤다.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한국 남자싱글 선수가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5위 안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18 평창 대회에서 그는 쇼트프로그램 15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기존 개인 최고점(98.96점)도 경신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 하뉴 유즈루(95.15점·8위)보다도 점수가 높다.

차준환보다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는 '점프머신' 네이선 첸(미국·113.97점), 가기야마 유마(108.12점), 우노 쇼마(이상 일본·105.90점) 뿐이다. 첸은 하뉴가 보유했던 종전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기록 111.82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을 4위로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전체 23번째로 은반 위에 선 차준환은 '페이트 오브 더 클록 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연기 과제이자 필살기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기본점 9.70과 수행점수 3.33을 받았다. 이후 기본점 10.80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완벽하게 구사했다.

첫 비점프 과제인 플라잉 카멜 스핀도 좋았다. 레벨 4를 받았다. 연기 완성도를 높인 차준환은 가산점이 붙는 후반부에 시도한 마지막 점프 과제, 트리플 악셀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모든 점프 과제를 마친 차준환은 체인지 풋 싯 스핀, 스텝 시퀀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을 모두 레벨4로 처리하며 이번 대회 첫 무대를 마무리했다.

흠 잡을 데 없는 연기였다는 평가다. 연기를 마친 그는 스스로 성에 찬 듯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경기 직후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발표된 점수를 확인한 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점수가 발표되자 브라이언 오서(왼쪽) 코치와 함께 기쁨을 감취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차준환은 "어제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속상한 마음이 컸지만, 일단 오늘은 내 연기에 집중했다"며 "긴장감을 느꼈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연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를 마친 뒤 (100점 돌파를) 조금 기대했지만,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점에 만족한다"며 "워밍업 할 때 (4회전)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하다 살짝 실수했는데 개의치 않았다. 본 경기에서 성공해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 피겨 남자싱글 현재로 자리잡은 차준환이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근 2년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서 코치와 훈련하던 차준환은 2020년 초 감염병으로 캐나다 국경이 봉쇄되자 귀국해야 했다. 이후 국내에서 지도자 없이 홀로 일정을 짜 운동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쿼드러플 점프 연마에 힘썼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선수 최초로 톱10(10위)에 들며 베이징 올림픽 쿼터를 2장이나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11월 일본에서 열린 2021~2022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NHK트로피에선 쇼트프로그램 95.92점에 프리스케이팅 163.68점을 보태 3위(259.60점)에 올랐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3위로 마친 우노가 우승한 대회였다. 차준환이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따낸 건 2018~2019시즌 3차대회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정점을 찍었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 선수들이 출전하는 4대륙선수권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우승했다. 첸(미국), 하뉴(일본)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지만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는 충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년 코로나19로 해외 훈련이 어려워 져 고생했지만 차근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사진=연합뉴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 종류 2가지를 시도한다.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다. 그는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는 조금씩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9일 공식 훈련과 모레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소화하는 마지막 훈련에서 컨디션을 완벽하게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한국 피겨 남자싱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톱10 진입 청신호가 켜졌다. 자신이 평창에서 세운 한국 피겨 남자싱글 올림픽 최고성적(15위)을 거뜬히 넘어설 것이란 낙관이 따른다. 그는 "(순위) 욕심은 내지 않고 오늘처럼 좋은 연기를 펼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준환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상 첫 톱10 입성은 물론 첫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함께 나선 이시형(고려대)은 첫 올림픽 출전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연거푸 실수를 범해 총점 65.69점으로 27위에 머물렀다. 아쉽게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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