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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놀라운 'CA(차이나 어드밴스)'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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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놀라운 'CA(차이나 어드밴스)'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2.12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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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중국이 등장하자 여지없이 의아함을 자아내는 판정이 나왔다. 여러모로 많은 논란을 자아내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 중에서도 쇼트트랙은 ‘쇼킹 베이징’ 표현으로도 부족한 충격적인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회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이 열린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한국에 앞서 1조로 나선 중국. 결승선까지 11바퀴를 남겨두고 리원룽이 넘어졌고 결국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판정은 어드밴스를 통한 결승 진출이었다.

모두가 의아한 결말. 2조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한국은 오는 16일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하게 됐다.

중국 리원룽(오른쪽)이 11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넘어진 뒤 동료 선수가 터치를 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국체대), 곽윤기(고양시청), 김동욱(스포츠토토)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1위로 달리다 네덜란드에 잠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바통을 넘겨받은 ‘맏형’ 곽윤기가 노련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었고 결국 1위로 결승에 올랐다.

반면 앞서 경기를 치른 중국은 전혀 달랐다. 억울할 만한 결과라는 것엔 수긍할 수 있다. 캐나다 파스칼 디옹과 선두를 다투던 중 스케이트 날이 부딪혔고 리원룽이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 터치한 뒤 분전했지만 벌어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불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3사에서 중계를 한 쇼트트랙 대표팀 출신 해설위원들은 하나 같이 “날끼리 부딪힌 경우 실격이 나올 수 없다”, “구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원룽(오른쪽)이 넘어지긴 전 캐나다 파스칼 디옹의 스케이트 날과 충돌하고 있는 장면.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구제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했지만 중국은 어드밴스를 통해 결승으로 향했다. [사진=SBS 중계화면 캡처]

 

그러나 개최국 중국에 불가능한 건 없었다. 심판진은 한참 동안 비디오 판독을 했고 순위표 마지막에 자리한 중국 국가명 옆엔 ‘FA’가 적혀 있었다. Final A라는 뜻으로 상대 선수에 의해 넘어지거나 피해를 입은 것이 인정돼 기준 순위 안에 들지 못했음에도 어드밴스(advanced)를 얻어 다음 경기 진출 기회를 얻는 것을 일컫는다.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실소를 터뜨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본다. 참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성재 캐스터는 “마치 쇼트트랙 자유이용권을 얻은 듯한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쇼트트랙계에서 중국의 나쁜손은 악명이 높다. 한국은 올림픽을 비롯해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수차례 중국의 반칙에 울었다. 거기에 홈 이점까지 입은 올림픽.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우려는 컸다. 곽윤기는 “바람만 스쳐도 실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정신의 결정체인 올림픽이기에 곽윤기의 말은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5일 중국은 2000m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터치를 하지 않고도 결승에 진출했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선 황대헌과 이준서가 납득되지 않는 판정으로 실격처리됐는데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건 모두 중국이었다. 결승에선 런쯔웨이가 리우 샤오린 산도르(헝가리)에게 1위를 내주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 한 번도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공교롭게도 경쟁 상대가 모두 실격을 받은 덕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챙겨갔다.

이날 남자 500m에서 어드밴스로 준준결승에 오른 쑨룽(왼쪽). 네덜란드 옌스 반트바후트의 레인 변경 반칙 전 쑨룽이 강력하게 어깨로 민 뒤 문제가 없다는 듯 양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BS 2TV 중계화면 캡처]

 

이날 남자 500m 예선 7조 경기에서도 4위 쑨룽이 어드밴스를 받고 준준결승으로 향했다. 옌스 반트바후트(네덜란드)와 충돌 이후 밀려났는데 이 과정에서 반트바후트가 레인 변경을 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다. 다만 쑨룽도 레이스 초반 강하게 어깨를 밀어 넣었는데 이 장면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쑨룽은 충돌 후 양손을 들며 심판을 향해 어필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는데 쑨룽은 어드밴스를 얻어냈다.

중국의 진출이 우연이 아닌 필연처럼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날 주심이 남자 1000m에서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켰던 피터 워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심판위원이었다는 점이다.

준결승에서 1,2위를 차지하면 순위표 측면에 QA가 붙는다. Qualified for Final A. 파이널 A에 진출할 자격을 스스로 획득했다는 것. 그러나 중국 옆엔 FA가 붙었다. 가해자도, 실격을 받은 사람도 없었음에도 중국은 예정이라도 돼 있듯,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결승에 진출했다.

4위로 통과하고도 납득하기 힘든 판정으로 어드밴스를 받는 중국. 4위 중국의 기록 옆엔 어드밴스로 결승 진출을 뜻하는 FA가 적혀 있다. [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차이나 어드밴스.’ 중국 옆에 붙어야 할 표기는 QA도 FA도 아닌 ‘CA’였다. 중국이기에 받을 수 있는 어드밴스.

중국 선수들이 일찌감치 떨어졌던 남자 1500m에선 특별한 판정 논란이 없었던 것만 봐도 중국이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걱정인 건 중국과 경쟁해야 할 나머지 종목들. 특히 잦은 몸싸움이 예상되고 중국 선수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13일 남자 500m와 16일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중국. 더 많은 메달을 가져가기 위해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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