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쇼트트랙 여자계주 은메달, 활짝 핀 미소에 담긴 의미
상태바
쇼트트랙 여자계주 은메달, 활짝 핀 미소에 담긴 의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3 2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여자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에 익숙한 종목이라 한편으론 아쉬움이 따르지만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앞서 많은 시련을 견뎌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연속 메달을 따낸 뒤 보인 미소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이 나선 대표팀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결승에서 4분3초63의 기록으로 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8연속 결승에 올랐고, 7번째 메달(금 6, 은 1)을 수확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금메달에 이어 대회 3연패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값진 은메달이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낸 뒤 활짝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번 올림픽 준비 과정은 특히나 지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 여자계주 결승에는 이 종목 강자들이 모두 모였다. 4위로 스타트를 끊은 한국은 네덜란드, 중국, 캐나다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1000m 금메달을 목에 건 '괴물' 수잔 슐팅을 앞세운 네덜란드가 줄곧 선두를 지켰고, 한국은 체력을 비축하며 반전을 노렸다.

3바퀴를 남긴 시점까지 4위에 처졌던 한국은 승부수를 띄웠다. 김아랑이 인코스를 파고 들며 중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고,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2바퀴를 남기고 특유의 아웃코스 질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네덜란드와는 격차가 벌어진 상태였지만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캐나다를 따돌리며 2위로 마쳤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활약으로 한국 선수단은 5번째 메달(금메달 1개·은메달 3개·동메달 1개)을 확보했다. 쇼트트랙에서 나온 3번째 메달(금메달 1개, 은메달 2개)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 지난했던 준비과정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던 최민정은 평창 대회 2관왕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2개째 획득했다. 맏언니 김아랑은 3개 대회 연속 계주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경기 직후 막내 서휘민은 눈물을 흘렸다. 김아랑은 최민정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마자 동생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위로했다.

[사진=연합뉴스]
갖은 우여곡절을 딛고 팀워크를 다져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올림픽을 앞둔 2021~2022시즌 많은 일이 있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심석희(서울시청)가 평창 대회 때 동료들을 뒤에서 험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고의 충돌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화제가 됐다. 심석희는 최민정과 대표팀 쌍두마차로 꼽힌 또 다른 에이스였다. 그가 평창 대회 당시 대표팀 코치와 나눈 메시지에서 최민정과 김아랑을 헐뜯는 내용이 밝혀졌으니, 전력은 물론 팀워크 면에서도 타격이 상당했다.

여기에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한 김지유(경기 일반)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를 치르다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빠졌다. 대신 6, 7위로 아쉽게 탈락한 서휘민(고려대)과 박지윤(한국체대)이 합류했으니 대표팀은 혼란 속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팀워크부터 다져야 했다.

대표팀은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 시리즈 여자계주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차대회 2위가 최고순위였으니, 역대 최약체 여자 대표팀이라는 평가와 마주하기도 했다.

결국 심석희는 국가대표 자격 2개월 정지를 받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1월 말까지도 올림픽 본선에 출전할 5인이 누가 될지 확정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훈련에 임해야 했다. 여자계주는 베이징 대회 앞서 치른 최근 7개 대회 중 6차례나 우승한 종목이라 부담감이 상당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여자계주 3연속 메달을 따냈다. [사진=연합뉴스]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계주 포함 2관왕에 오른 박승희 S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이 그 어려움을 잘 설명했다. 그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끝나면 통상 1년간 같은 멤버가 호흡을 맞추는데, 이번 여자 대표팀은 현재 구성으로 팀을 꾸린 게 얼마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에이스 최민정 역시 지난해 월드컵 1차대회를 치르다 무릎과 발목 부상을 입어 중도 하차하는 등 심신 양면으로 고통받았다. 이번 대회 어렵게 오른 1000m 결승에서 슐팅과 접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고 대성통곡했던 그 눈물의 이유를 짐작케 한다.

모든 경기가 종료된 뒤 간이 시상식에 참가한 여자 대표팀 멤버들은 모두 활짝 웃었다. 최민정 역시 부담감을 털어낸 듯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고, 같이 시상대에 오른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휴대 전화로 '셀카'를 촬영하며 영광의 순간을 기념했다.

이날 남자 500m 준결승에서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강원도청)이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뒤엉켜 미끄러지면서 탈락한 아픔을 달래는 입상이기도 하다. 이제 16일 남자 대표팀이 5000m 계주에서 바통을 이어받고, 최민정 등은 1500m에서 다시 금빛 질주를 노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