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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 황대헌이 보여준 품격 [SQ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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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 황대헌이 보여준 품격 [SQ모먼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3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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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반칙 판정으로 탈락했는데, 이날 치른 2경기에서 보여준 노련함과 매너만큼은 빛났다.

황대헌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 2조에서 레이스 막판 추월하는 과정에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유리한 인코스에서 먼 4번째 자리에 배정된 황대헌은 4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계속 하위권에 맴돌면서 기회를 엿본 그는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속도를 올렸다.

마지막 바퀴에서 우다징(중국)을 제친 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앞서가던 스티븐 뒤부아(캐나다)를 추월하려다 부딪히면서 뒤로 밀려났다. 황대헌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고, 황대헌에 걸려 휘청인 뒤부아 역시 4위로 들어왔지만 반칙을 당한 게 참작돼 결승 진출 어드밴스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왼쪽)은 뒤부아에게 곧장 사과를 건넸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뒤부아에게 다가가 무리한 추월에 사과를 건넸다. 결과적으로 뒤부아도 결승에 올라가게 돼 미안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대헌은 경기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캐나다 선수(뒤부아)에게 미안해서 사과했다"며 "결국 실패했지만, 시도도 안 해볼 수는 없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면서 끝내기보다는 끝까지 시도하고 실패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준준결승에선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했다. 

역시 가장 바깥 코스에서 시작한 그는 5명 중 5위로 출발했다. 올 시즌 월드컵 2차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500m에서도 메달 기대주로 꼽힌 그답지 않게 좀처럼 스퍼트를 끊지 못했다. 4바퀴 반만 도는 단거리 종목이라 빠르게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왼쪽 발에 힘이 실리지 않는 듯 코너를 돈 뒤 직선 주로에서 치고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계속 5위를 지키던 그는 마지막 바퀴 들어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어 3위로 점프했고, 마지막 코너를 돈 뒤 칼날 내밀기로 2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진=연합뉴스]
황대헌(오른쪽)은 뒤부아와 엉켜 미끄러졌고, 레인 변경 반칙 판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를 중계한 박승희 SBS 쇼트트랙 해설위원도 "왼쪽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왼쪽 발에서 힘을 못받고 있는데, 어려운 과정에서도 노련함을 보여줬다"고 놀라워했다.

1000m에서 편파성 판정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그는 지난 9일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풀이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까지 치르면서 이번 대회 개인전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제 오는 16일 동료들과 5000m 남자계주 결승에 출전해 금메달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황대헌은 "오늘로 개인전이 끝났는데, 후회나 미련 없이 레이스를 펼친 것 같다"면서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남은 단체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단체전은 (내 이름이 아닌) 한국으로 나가는 종목인 만큼 준비한 것을, 우리의 팀워크를 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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