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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예바 도핑 위반, '피겨여왕' 김연아 일침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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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예바 도핑 위반, '피겨여왕' 김연아 일침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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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피겨스케이팅 '신기록 제조기'로 통하지만 최근 도핑 규정을 위반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싱글 종목에 출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여왕' 김연아(32·은퇴)가 일침을 날렸다.

김연아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도핑 규칙을 어긴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원칙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다(Athlete who violates doping cannot compete in the game. This principle must be observed without exception. All players' efforts and dreams are equally precious)"고 썼다.

글이 게재되고 12시간가량 흐른 15일 오전 8시 기준 좋아요 20만 개 이상 얻었다는 건 많은 이들, 특히 피겨 팬들이 김연아 생각에 동의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연아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향한 글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발리예바 도핑 논란을 저격한 글임을 알 수 있다. 

발리예바 도핑 논란에 피겨여왕 김연아가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김연아 인스타그램 캡처]
발리예바 도핑 논란에 피겨여왕 김연아가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김연아 인스타그램 캡처]
이호정 해설위원이 기억하는 '레전드' 김연아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진=스포츠Q DB]
김연아가 CAS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IOC, WADA, ISU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스포츠Q(큐) DB]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14일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 결정에 따라 발리예바는 15일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부터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로 꼽힌 발리예바는 지난 7일 ROC 동료들과 함께 피겨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IOC가 "법적 문제로 8일 예정된 피겨 단체전 시상식을 연기했다"고 발표하면서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성분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어 WADA는 2014년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당시 대회에서 그는 총점 283.48점 비공인 세계 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하지만 CAS는 발리예바가 올림픽 기간 도핑에 걸리지 않았고, 지난해 러시아선수권 도핑 결과가 채집 6주가 지난 이달 8일에야 RUSADA에 통보돼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도핑 결과가 그렇게 늦게 나온 건 발리예바 잘못이 아니라는 평결도 곁들였다. CAS가 6시간 가까이 청문회를 벌였지만 접근할 수 있는 사실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라 발리예바에게 온정적인 판결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현역 시절 판정 논란에도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았던 김연아가 발리예바 도핑 규정 위반 건에는 입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현역 시절 판정 논란에도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았던 김연아(왼쪽)가 발리예바 도핑 규정 위반 건에는 입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CAS가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하면서 그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졌다. 

새러 허시랜드 미국올림픽·패럴림픽 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스포츠의 진실성을 보호하고 선수, 코치, 관계자들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올림픽 전체 공동체의 집단 책임"이라며 CAS 결정을 비판했다.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위원장도 "발리예바가 올림픽에 뛸 수 있는지, 기록이 실격 처분될지 등은 오로지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가 올림픽에서 6회 연속 경쟁을 망치고, 깨끗한 선수들과 (이를 기다리는) 대중의 시간을 훔쳤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소치 대회 등에서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을 벌였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WADA 기준을 따르지 않는 러시아만의 도핑 규정은 국제단체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최고참 IOC 위원 딕 파운드(캐나다)는 "이번 사건도 러시아가 전혀 반성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일갈한 이유다.

여기에 세계가 인정하는 '피겨퀸' 김연아마저 CAS 결정을 비판하는 듯한 게시물로 힘을 보탰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선 판정 논란 끝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당시 석연찮은 판정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판정에 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고, 스스로 여정을 마친 데 만족한다고만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일에도 담담했던 그가 이번 도핑 논란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여자싱글 종목 출전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여자싱글 종목 출전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발리예바는 논란을 뒤로 하고 출전을 강행할 전망이다. CAS 결정에 반발한 IOC는 "발리예바가 포디엄에 들면 경기장에서 꽃다발을 증정하는 간이 시상식은 물론 메달 플라자에서 진행하는 공식 시상식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그를 메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사건 조사 결과 발리예바가 WADA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러시아의 피겨 단체전 금메달은 박탈되고, 후순위 팀들이 한 계단씩 승격할 가능성도 있다. IOC 집행위는 아울러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에서 상위 24위 안에 들어 17일 이어지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하면, 공정성을 위해 25번째 선수가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ISU에 요청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14일 일일 브리핑 앞서 "나는 이번 올림픽이 발리예바 사건으로만 기억되질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남자 선수들도 버거워하는 4회전 점프를 능수능란하게 펼쳐 신기록을 써내려 온 발리예바는 약물 스캔들로 그동안 세운 업적 역시 약물 효과에 힘입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발리예바가 최종적으로 도핑 규정을 위반한 게 사실로 확인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선수들의 몫이 된다. 

한국 피겨 여자싱글 국가대표 김예림은 14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대다수 선수들은 CAS 결정을 안 좋게 생각한다. 한 미국 선수는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발리예바의 연기를 매우 좋아하지만 (이번 결정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영(이상 수리고)은 "신경 쓰지 않겠다. CAS 결정을 모르고 있었다. 별 생각 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 한다"며 "올림픽은 오랫동안 준비한 무대인데, 후회 없이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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