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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계승된 '쿨러닝' 정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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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계승된 '쿨러닝' 정신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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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눈이 오지 않는 나라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이 1988년 캘거리(캐나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쿨 러닝'. 당시 자메이카 대표팀이 전한 동계스포츠 불모지의 도전정신은 34년이 흐른 현재 2022년 베이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메이카 션웨인 스테픈스와 님로이 튀르고는 15일 중국 베이징 옌칭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 출전, 30위(3분04초12)로 마쳤다.

3차시기까지 치러 상위 24위 안에 들지 못해 4차시기는 주행하지 못했고, 참가국 30개 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기록은 아쉬웠지만 그들의 참가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는 상당하다.

'쿨러닝' 정신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메이카는 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 24년 만에 출전했다. [사진=AP/연합뉴스]

자메이카는 평소에도 눈을 구경하기 힘든 나라다. 설상가상 '쿨 러닝'의 후예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다 어려운 환경과 마주했다. 

자메이카는 영연방 국가라 봅슬레이 남자팀 멤버 4명 전원 자메이카-영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스테픈스는 현역 영국 왕립 공군 상병이고, 애슐리 왓슨은 영국 셰필드 할람대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럭비선수였던 매슈 웨크페는 미국 프로풋볼(NFL) 마이애미 돌핀스 입단 테스트를 받았던 인물. 유일하게 자메이카에 거주하던 튀고는 지난해 1월 월드컵에 참가한 뒤 팬데믹 여파로 영국에 남았고, 스테픈스 집에서 숙식하며 맨땅에 헤딩하듯 올림픽을 준비했다.

얼음 위 훈련을 포기한 그들은 도로 위에서 자동차를 밀며 훈련하고,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을 벌이는 등 갖은 어려움 속에 이번 대회를 바라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목표했던 금액을 모으진 못했고, 캐나다에서 중고 썰매를 구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쿨 러닝' 속에서 자메이카 선수들은 차를 팔아 훈련 비용을 마련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출전해 "리듬을 느끼고, 운율을 느끼고. 이제 봅슬레이 시간이다!"라고 외쳤다. 실제 대회에선 3차시기 도중 썰매가 부서져 실격됐음에도 부서진 썰매를 끌고 결승선까지 걸어 들어와 감동을 안겼다.

[사진=AFP/연합뉴스]
트리니다드토바고 선수들도 어렵사리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사진=AFP/연합뉴스]

자메이카는 이번 대회 여자 모노봅에도 출전했고, 이제 남자 4인승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남자 4인승에선 캘거리 대회 이후 꾸준히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최근 명맥이 끊겼던 터라 더 괄목할 만하다. 1994년 릴레함메르(노르웨이)에선 강국 미국을 제치고 역대 최고 14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자메이카는 1998년 나가노(일본)를 끝으로 4인승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에 24년만에 썰매에 몸을 싣는다.

이제 영화 제목 '쿨러닝'은 그 도전정신을 대표하는 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자메이카뿐만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몸소 보여주는 선수들은 이번 대회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선수단 구성부터 쉽지 않았다. 악셀 브라운은 2인승에 함께할 파트너를 찾지 못해 애를 먹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는 육상선수 출신 안드레 마르카노에 연락해 올림픽을 준비해보자고 제안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그렇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봅슬레이에 참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파이크 아브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메이카 최초의 알파인 스키 올림픽 대표 벤자민 알렉산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파인 스키에서도 쿨러닝 정신은 전개됐다. 여름 나라 선수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지난 13일 남자 대회전 경기가 열렸고, 사우디아라비아인 최초로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파이크 아브디가 이목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자메이카 첫 알파인 스키 올림픽 대표 벤자민 알렉산더, 역시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리처드슨 비아노(아이티), 섀넌 아베다(에리트레아), 카를로스 매데르(가나) 등이 설원을 누볐다.

아리프 모드 칸(인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해 9월로 예정된 결혼까지 미뤘다. 요한 구 콩칼베(동티모르)는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동티모르 유일한 국가대표로 나왔다.

이날 알파인스키센터에 많은 눈이 내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출전한 89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46명만 1·2차 시기를 모두 완주했다. 아브디는 합계 2분46초85로 44위, 칸이 2분47초24로 45위, 알렉산더가 3분18초52로 46위에 랭크됐다. 완주한 선수 중 최하위 3인을 차지했는데, 이 종목에서 우승한 마르코 오데르마트(스위스·2분09초35)와 최하위 알렉산더 간 격차는 1분09초17이나 났다.

칸은 경기를 마친 뒤 "눈이 많이 내려 다음 기문이 겨우 보일 정도로 어려웠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 완주할 수 있었다"며 "올림픽에 처음 나와 좋은 경험을 했다. 꿈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혀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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