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2:42 (목)
기성용 작심발언, 형님이 나선 이유 [K리그]
상태바
기성용 작심발언, 형님이 나선 이유 [K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2.28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기성용(33·FC서울)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인더비'를 마친 뒤 상대 팀을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정확히는 인천 홈구장 잔디 상태를 비판했다. K리그(프로축구)를 대표하는 '형님' 중 한 명인 그가 앞장서 이를 지적한 이유가 뭘까.

기성용은 26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 2022 하나원큐 K리그1(1부)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을 열었다.

"오늘도 멀리서 응원해주신 모든 팬분들 감사드립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항상 인천원정을 갈 때면 부상 걱정과 경기 걱정을 하게 됩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경기장 잔디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선수들은 항상 부상에 노출돼야 하고 경기력 또한 아쉬워질수 밖에 없습니다. 비단 서울뿐 아니라 모든 구단 선수들이 아마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인천구장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열정적이고 격렬하고 정말 좋은 분위기와 좋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참 아쉬웠습니다. 특히 많은 관중들이 오셨을 땐 더 아쉽습니다"라며 "'인천 선수들하고 같은 입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천 선수들도 더 좋은 환경속에서 경기를 한다면 선수들도 훨씬 부상위험으로부터 멀어지고 더 신나게 하지 않을까요..?"라고 썼다.

기성용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 홈구장 잔디 상태에 작심발언을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성용이 자신의 SNS를 통해 좋지 않은 인천 유나이티드 홈구장 잔디 상태에 작심발언을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성용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중반 매끄럽지 않은 잔디 상태 탓에 미끄러진 뒤 땅을 걷어차며 분노를 표했다. 지난해 9월에도 이 경기장에서 경기하다 부상을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지만 17분 만에 근육에 이상을 느껴 피치를 빠져나와야 했다. 그때도 이를 언급했던 그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데 아쉬움을 느끼고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심판 판정,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신에게 불거진 의혹을 해명 혹은 이에 사과하는 게 아닌 상대 구장 잔디 관리에 대해 지적하는 일은 예사 일이 아니라 축구 팬들 관심을 집중시킨다.

인천축구전용구장은 설계 특성상 통풍이 잘 이뤄지지 않아 잔디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자체가 아닌 구단이 직접 잔디를 관리하고 있는데, 구단은 잔디 생육 관건 중 하나인 일조량 확보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극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0년 잔디생육용 조명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안익수 FC서울 감독 역시 경기 전 매끄럽지 않은 잔디 상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는 봄이 채 오기 전 시즌을 빠르게 시작해 더 잔디 상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인천에서 경기가 열릴 때 많은 선수들이 넘어지고, 부상자가 나온다는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인천은 올 시즌에도 많은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린 터다. 더 좋은 잔디 상태에서 뛴다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게 사실이라 누구보다 잔디 상태 개선을 바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지난해에도 같은 경기장에서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사진=기성용 인스타그램 캡처]
기성용은 지난해에도 같은 경기장에서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사진=기성용 인스타그램 캡처]

2017년 국내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앞서 잔디를 통째로 갈아엎은 바 있기는 하지만 매 비시즌마다 이런 대대적인 공사를 단행하기는 어렵다. 인천구장 지반 및 기후 특성에 기인해 단기간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확실한 효과를 낸다는 보장도 어렵다. 결국 매 경기 잔디가 파이고 흙이 돌출된 부분을 보수하는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는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기도 하다.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잔디 관리를 잘 한 구단에게 주는 '그린스타디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을 비롯해 많은 구장들이 여름 장마철 이후 잔디 아래 흙이 노출돼 이른바 '논두렁' 잔디로 불리는 일이 허다하다. 한국 특유의 기후, 풍토와 연관된 일인 만큼 잔디는 K리그 구성원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기성용은 "정말 최고급 환경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닙니다. 최소 프로 경기에서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선수들도 부상으로부터 보호받고 더 좋은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에게 더 기쁨을 줄 수 있는 경기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맺었다.

특히 올 시즌 K리그는 11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예정돼 예년보다 일정을 타이트하게 소화한다. 더 빠듯한 일정 속에서 부상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잔디가 선수들 몸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K리그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