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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주 김정주 별세, 그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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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주 김정주 별세, 그가 걸어온 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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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국내 게임산업 부흥을 이끌었던 벤처 1세대 경영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유명을 달리했다. 

1일 넥슨의 지주사인 NXC는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향년 54세.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1일 향년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넥슨 제공/연합뉴스]

 

별도 국내에 빈소를 마련할 계획은 전해지지 않는다. 회사는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다.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둔 뒤 ‘바람의 나라’ 개발에 착수했고 1994년 자본금 6000만 원으로 대학 동기인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넥슨을 창업했다. 고인은 수년 만에 회사를 국내 게임업계 정상급 업체로 키워냈다. 넥슨은 엔씨(NC)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3N’으로 불리며 국내 3대 게임사로 자리매김했다.

CD게임에 더 익숙해 있던 당시 세계 최초 그래픽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 나라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이 연이어 흥행 가도를 달렸고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이후에도 모바일 게임 분야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2020년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7월 NXC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의 성장을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루소 형제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 달러(4800억 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도 넥슨이 보다 다변화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후 넥슨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는 등 블록체인 사업에도 발을 뻗었다.

넥슨이 설립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사진=넥슨 제공]

 

김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글로벌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던 그는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개관했고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2018년 넥슨재단 설립 후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 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하는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넥슨의 창업주이자 내 인생에 멘토였던 그리고 존경했던 김정주 사장님이 고인이 되셨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김정주 사장님은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 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셨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며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경험하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아가는 것에 진심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며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애도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한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사진=김택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대학교 공대를 나온 김 대표는 85학번, 고인은 86학번으로 연이 깊다. 2012년엔 김 대표와 고인이 손을 잡고 넥슨이 NC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M&A를 추진하려는 의도였다. 지분인수 3년만인 2015년 10월 넥슨이 NC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큰 꿈은 무산됐고 경쟁사 창업주이면서도 같은 생각과 뜻을 공유했던 사이였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한국 IT, 게임 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故(고) 김정주 님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개척자적인 발자취는 우리에게 큰 족적을 남겼다. 항상 게임업계의 미래를 고민하며 걸어온 고인의 삶에 깊은 애정과 경의를 표하며 오랜 게임업계 동료로서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 슬픔이 클 고인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출신 카카오 차기 대표도 페이스북에 “업계의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인이 지난해 7월 NXC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난 뒤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으로 영입해 넥슨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개편했다.

향후에도 넥슨과 넥슨코리아 경영은 이사회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고인은 지난 2018년 5월 1000억 원대 기부 계획을 발표하며 자식들에게 상속은 하되 경영권은 세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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