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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추리반2' 정종연 PD, 정성이 닿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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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추리반2' 정종연 PD, 정성이 닿다 [인터뷰Q]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3.03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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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지난달 18일 공개된 8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여고추리반2'.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는 이번 시즌을 통해 '여고추리반' 만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다고 강조했다.

'여고추리반2'는 한층 진화하고 거대해진 세계관과 다채로워진 스토리로 단순한 예능을 넘어 독보적인 콘텐츠를 완성하며 그 진가를 톡톡히 보여줬다. 지난 18일 종영한 '여고추리반2'는 티빙의 첫 오리지널로 제작됐던 지난 시즌1 대비 8주간 시청UV 총합 약 120%(동일 기간 기준) 이상 증가하며, 프랜차이즈 IP의 성공을 알리는 성과를 올렸다.

 

[사진=티빙(TVING) 제공]
[사진=티빙(TVING) 제공]

 

지난달 2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종연 PD는 "그동안 시청률의 노예로 살다가 OTT를 하니 잘 됐는지 안 됐는지를 잘 모르겠더라. 티빙에서 잘 했다고 하니까 ‘잘 됐구나’ 하고 있다. 반응도 제가 느끼기에는 좋고 출연자들 스태프들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3월 시즌1 종영 직후 멤버 변동 없이 제작된 시즌2, 시즌1과 비교해 가져가려고 했던 가장 큰 차별점이 무엇인지 묻자 정종연 PD는 "대탈출이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여고추리반은 추리물"이라고 답했다.

정종연 PD는 "여고추리반이 대탈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자기만의 색깔로 향해 멀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여고추리반은 방탈출 같은 어드벤처가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탈출 같은 스케일에서 벗어나서 추리물답게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사진=티빙(TVING) 제공]
[사진=티빙(TVING) 제공]

 

◆ 폐교를 학교로, 배우를 선생님으로 만드는 디테일

'여고추리반2'는 태평여자고등학교에서 전학 간 다섯 명의 추리반 학생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최예나가 더욱 거대한 사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어드벤처다. 시즌2는 시즌1과 달리 학교를 넘어 마을까지 공간을 확장했다. 5명의 멤버들 역시 교문 밖으로 나가 추리를 이어갔다.

정종연 PD는 "교문이 상징적인 장치였다. 프로그램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특수성이 있었는데 그 선을 넘어야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여고라는, 학교라는 바운더리를 정하고 시작했지만 공간적으로도 변화가 있어야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학교 전체를 촬영 배경으로 쓰는 '여고추리반', 장소 선정 기준이 궁금했다. 정종연 PD는 "제작비 출혈이 적으려면 폐교가 멀쩡해야 한다. 그나마 멀쩡한 학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대한 손이 덜 가는 학교를 고르고 그 주변에 스토리 적으로 이용할 만한 공간이 있나 참고한다. 너무 크면 감당이 안돼서 적당한 사이즈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적당한 장소를 찾은 후, 특징에 맞는 디테일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정종연 PD는 "내 입맛에 맞는 학교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장소 이후에 정하는 스토리가 더 많다. 시즌2는 빈 점포 몇 개를 빌렸다. 그 주변에 실제로 점포들이 문을 닫은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다. 촬영 마치고 그대로 빈 공실로 남겨뒀다. 만나분식 자리에 편의점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여고추리반의 살벌한 몰입도 뒤에는 NPC(Non Player Character : 게임 속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배우들의 활약이 있었다. 시즌1에 이어 실제 학교를 연상케 하는 디테일한 연기의 선생님 역 배우는 물론, 시즌2에서 중요한 키를 쥔 학생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멤버들의 '진정성'을 끌어냈다.

정종연 PD는 "출연자들에게 대본만 던지지 않는다. 일찍부터 모여서 리허설 하면서 압박면접처럼 이 경우 저 경우 다 시켜본다. 머리 하얗게 됐을 때는 이런 단어를 쓰라고 대비까지 한다. 대사 하는 배우들 대부분 인이어를 끼고 있지만 의식하면 어색할 수 밖에 없어서 미리 준비를 많이 시킨다"

현장에서 몰아치는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NPC 역할로 개그맨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정종연 PD는 "티비, 영화 경험도 좋지만 연극 경험을 많이 보려고 한다. 실시간 연기에 담력이 있는 배우들을 선호한다. 코미디언들이 기본적으로 공연에 익숙해 순발력이 빠르다. 오디션에서도 압박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밝혔다.

"아예 한 시간 동안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뛰어넘는 디테일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많이 노력했고, 교감 선생님, 김부식 선생님, 이두근 선생님 캐스팅에 정말 공을 들였어요. 특히, 김부식 선생님은 진짜 수업이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진=티빙(TVING) 제공]
[사진=티빙(TVING) 제공]

 

◆ '진짜'라서 더 재밌는 여고추리반

제작진의 집요한 디테일은 멤버들의 '찐'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종연 PD는 "촬영을 다시 하면 안되냐는 출연자가 예전엔 있었다. 근데 다시 찍으면 다 안다. 출연자가 '나중에 다시 찍으면 돼'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말 좋은 리액션이 안 나온다. 그걸 한 번 열기 시작하면 안된다. 시청자들이 알아볼 만큼의 리얼함을 획득하려면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제가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가면 촬영하기 너무 어려워서 깜짝 놀라고 수습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뜻대로 움직였을때 안도하게 되고요.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몰입해서 빌런에게 지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다보니 절대 생각한 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아요. 패턴을 믿고 준비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큰일도 몇 번 났었고요."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멤버들이 NPC에게 진심으로 분노해 비속어를 뱉는 모습이 담겼다. 정종연 PD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만큼 몰입하고 정신이 없다는 뜻이다. 저는 그렇게 정신 빼놓는 게 목적이다. 출연자들도 점점 편하게 느끼는 거 같다. 험한 말 해도 비난하지 않고 그 상황을 응원해주시지 않나. 그래서 멤버들도 경계심이 풀어졌다"고 전했다.

정종연 PD가 꼽은 시즌2 명장면도 멤버들의 '과몰입'이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정종연 PD는 "지우가 추리반에 쳐들어갔을 때가 가장 좋았다. 명백하게 선역이지만 멤버들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지켜보면서 진짜 싸울까봐 긴장했다"고 운을 뗐다.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멤버들이 사물함에서 물건을 꺼내갔기 때문에 신지우가 주도권을 가지고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인 거 잖아요. 자기들도 켕기는게 있으니까 막 못하더라고요. 리얼이기 때문에 더 재밌었어요. 추리소설에 적힌 글자였으면 뻔하고 의미 없는 장면일 수도 있을텐데 이게 진짜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사진=티빙(TVING) 제공]
[사진=티빙(TVING) 제공]

 

◆ 그래서 시즌3, 하나요?

"시즌3 합니다. 시기나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지는 않았고 말씀드릴 수도 없지만, 티빙도 원하고 있고 저도 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시즌2 역시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범인이 유유히 사라지는 결말로 막을 내렸다. 때문에 사라진 빌런이 시즌3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다음 시즌에 어떤 계획이 있었다기보다 캐릭터에 충실했기 때문에 나온 결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실은 여고추리반 멤버들이 경찰의 영역을 넘어선 악인을 해결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등장한 빌런 캐릭터가 여고추리반에게 당할 정도의 레벨이 아니다. 선우경이라는 악역의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는데 신경을 썼다. 그래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게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시즌2를 통해 시즌3에서 보완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까? 정종연 PD는 "오답노트 있지만 정말 중요해서 공개하기 어렵다. 시즌1에서 얻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시즌2가 진행됐고, 시즌2하면서 고생했던 것이 시즌3에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시즌을 봤던 사람이 기대치 않았던 점이 있어야 시즌3를 보는 이유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정종연 PD는 여고추리반2를 마무리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는 "2년 동안 '대탈출', '여고추리반' 쉬지 못하고 계속 했다. 52주 동안 정말 쉬지 못하고 일을 해서 번아웃이 됐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축난 건 맞다. 그렇다고 놀겠다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약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정종연 PD는 "요즘 방송계가 종편 막 생길 때처럼 또 다른 폭발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를 위한 문도 좀 열린 것 같고 재밌는 시기다. 지금 아니면 못할 일들이 또 있을 거 같아서 고민할 게 많다. 그러면서 대탈출, 여고추리반에 대한 아이디어 생각할 수 있을만큼 뇌를 잘 널어놓고 재충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즐기는 그 방식이 맞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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