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00 (금)
돌아온 여제 임정숙, 2년 인내 결실 [프로당구 PBA]
상태바
돌아온 여제 임정숙, 2년 인내 결실 [프로당구 PB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04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왕’이 돌아왔다. 임정숙(36·SK렌터카 위너스)가 긴 침묵을 깨고 정상에 서며 화려한 마무리를 했다.

임정숙은 3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 방송센터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당구 마지막 투어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최지민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4-2(11-2 11-9 9-11 11-10 1-11 11-2)로 승리를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화려한 커리어와 달리 지난 2년간 좀처럼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임정숙은 가족들의 배려 속에 가장 극적으로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임정숙이 3일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프로당구 원년 임정숙은 가장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3차례 정상에 섰다. 임정숙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달고도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손발이 떨리고 수면을 잘 이루지 못하며 부족한 면역력 기능으로 인해 경쟁자들에 비해 온전히 당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남편이자 PB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종주와 함께 당구장을 운영하면서도 잠을 아껴가며 훈련에 매진한 결과였다.

화려한 명성과 함께 맞은 두 번째 시즌. PBA 팀리그까지 나서며 체력적 부담은 더해졌다. 팀도, 개인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준우승 한 차례 등 여전히 기대감을 놓을 수 없는 우승 후보였다.

올 시즌은 달랐다. 6차 대회까지 최고 성적은 32강에 불과했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두고 벌이는 왕중왕전 격 대회 LPBA 월드챔피업십 진출도 꿈 같은 이야기처럼 보였다.

이번엔 달랐다. 128경 서바이벌 무대 첫 경기가 가장 고비였다. 라운드 내내 고전하던 임정숙은 에버리지 0.393으로 허덕였다. 그러나 이후 탄탄대로였다. 4강에선 김가영을 3-0 셧아웃시켰다.

정상에서 만난 최지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2세트를 따낸 임정숙은 3세트를 내줬고 4세트를 다시 가져왔지만 5세트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세트스코어 3-2로 추격당했다. 정신을 가다듬은 임정숙은 6세트 첫 이닝 득점에 이어 4이닝부터 8이닝까지 공타 없이 5이닝 연속 득점하며 11점을 채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승전에서 집중력 있게 샷을 준비 중인 임정숙. [사진=PBA 투어 제공]

 

경기 후 임정숙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상대 (최)지민이가 결승이 처음이었는데 긴장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당당하게 잘 치더라. 나 혼자 너무 긴장했다. 떨림을 이겨내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며 “5세트때 집중력이 너무 흐트러져서 그 또한 이겨내는 게 힘들었다. 차라리 5세트를 빨리 내주고 다음 세트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했다. 힘들었지만 경기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무려 2년 1개월이 걸렸다. 이제 이미래(TS샴푸 히어로즈)와 함께 LPBA 통산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임정숙은 “네 번째 우승인 만큼 네 배로 기쁘다”면서 “통산 3승 이후 준우승을 한 번 했는데 그 이후로 공이 조금씩 망가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여러 사람한테 배우고 그걸 습득해서 제 것으로 만들려다 보니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이장희 감독과 주장 강동궁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기존 스승이던 남편 이종주에게 배우는 것들까지 합쳐지며 오히려 혼선이 생겼다. 

“그것을 이겨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번 시즌에도 계속 고생했는데 이번 우승을 통해 조금씩 기준이 다시 잡혀가는 것 같다”며 “처음엔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차근차근 노력하다보니 결국 내 것이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경기 후 준우승자 최혜미(오른쪽)와 포옹하고 있는 임정숙. [사진=PBA 투어 제공]

 

아내와 엄마로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많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의 입학식에도, 아버지의 제사도 챙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훈련에 매진했고 성과로 보답했다.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챙긴 임정숙은 랭킹 55위에 머물던 랭킹포인트에서 2만 포인트를 추가하며 6위로 올라섰고 상위 32위까지 나서는 LPBA 월드챔피언십 진출권을 단번에 얻어 냈다.

월드챔피언십은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우승자는 무려 1억 원의 상금을 가져간다. 통산 4승을 거둔 임정숙의 누적 상금은 총 7755만 원. 기세를 타고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선다면 3시즌 동안 차곡차곡 쌓은 누적 상금보다도 더 큰 상금을 한 번에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임정숙에겐 팀이 먼저다. “앞으로 팀리그 잔여일정이 남았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개인 투어 왕중왕전인 LPBA 월드챔피언십도 남아있는데 3월 한 달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시간이 없어서 탄탄히 준비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오늘 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남자부 PBA 챔패언십은 4일 오후 1시부터 4강전(프레드릭 쿠드롱-김종원,김임권-최원준)에 이어 오후 9시 30분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프로당구는 오는 11일부터 팀리그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곧이어 PBA-LPBA 월드챔피언십을 치른 뒤 시즌을 마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