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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 넘은 고진영, 연습중독이 만든 여제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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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 넘은 고진영, 연습중독이 만든 여제 [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0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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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넘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겠다는 고진영(27·솔레어)의 일념이 그를 여제로 만들어놨다.
 
고진영은 6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지(28·KB금융그룹), 이민지(호주·이상 15언더파 273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통산 13승 째를 챙겼다.

3개 대회를 건너뛰고 나선 시즌 첫 도전이었지만 고진영은 강했다. 그만큼 잘 준비돼 있었다. 왜 그가 현 최강자인지를 알 수 있는 대회였다.

고진영이 6일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5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으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눈앞의 성과만이 아니라 더 나은 골프선수가, 더 나은 샷을 구사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동계 훈련 기간 이시우 스윙코치와 지옥훈련을 돌입했다.

먼저 비거리 증가와 샷 정확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보다 스윙폼 교정에 나섰다. 복근에 힘을 유지하며 손과 팔, 몸이 하나로 움직이는 스윙을 위해 애썼다. 스윙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인지 앞서 열린 3개 대회도 건너뛰었다.

새 스윙을 장착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드라이버는 평균 비거리 224m를 기록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은 89.28%로 정교했다. 아이언샷은 그린 적중률 83.33%로 나흘간 버디 22개를 잡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선두 전인지에 1타 뒤진 채 시작한 고진영은 7번 홀까지 버디를 하나도 낚지 못해 우승 경쟁에서 뒤처지는 듯 했다.

그러나 무서운 후반 스퍼트를 보였다. 8번 홀(파5)에서 4라운드 첫 버디를 잡은 고진영은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더했고 13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4연속 버디 행진을 이어가며 순식간에 공동선두까지 도약했다.

트러블샷을 침착하게 시도하는 고진영. [사진=AFP/연합뉴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났다. 15번 홀(파3)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그린을 살짝 지나 프린지에 떨어졌지만 10m 넘는 퍼팅을 성공시키며 한 타를 줄였다. 이정은6(26·대방건설)와 공동 선두로 맞은 18번 홀(파4)에서 드라이버를 페어웨이에 잘 올려놓은 그는 핀 3m 가까이에 아이언샷을 붙였다. 반면 이정은은 앞발 내리막 경사로 된 러프에서 친 공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고 벙커샷마저 그린을 지나가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후 고진영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은 소렌스탐(2005년)과 유소연(32·2017년)이 써낸 종전 기록(14라운드 연속) 넘어선 쾌거다. 연속 언더파 기록에서도 소렌스탐(2004년), 리디아 고(뉴질랜드·2015년)를 제치고 30라운드로 최장 기록 보유자로 올라섰다.

우승 기자회견 직전 열린 시상식에서 “꿈만 같다.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내가 자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 한 고진영은 회견에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는) 작년에 부산에서는 긴장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은 압박감 속에서 경기하면서도 해내서 내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록을 깼지만 누군가가 또 깰 것”이라면서도 “내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고 놀라운 성적을 내는 것엔 남다른 멘탈이 있다. 12번 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며 흔들렸지만 이후 4연속 버디로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고진영은 “12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수한 나한테 화도 났다”며 “6개 홀이 더 남았으니 버디를 더 잡아낼 수 있다고 나를 다독였다”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는지 공개했다.

우승 퍼트를 성공한 뒤 캐디 데이브 브루커(왼쪽)과 포옹을 나누는 고진영. [사진=AFP/연합뉴스]

 

이번 대회 유독 후반에 강했던 고진영. 앞선 라운드에선 후반 9개 홀에서 3언더, 2언더, 3언더파를 쳤던 그는 이날 후반 버디 5개 포함 4언더파로 우승을 일궈냈다. 후반 홀이 난이도가 더 높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이 또한 단단하면서도 긍정적인 멘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고진영은 후반에 강했던 것에 대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고 웃으면서 “전반에는 늘 스윙이 불편했다. 그래서 후반이 되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기에 더 좋은 경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7일 귀국하는 고진영은 오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하는 JTBC 클래식에 나선다. 잠시 여유를 부릴 만도 하지만 고진영의 머릿속은 오직 골프로만 가득차 있다. “겨울 훈련이 끝나고 나온 첫 대회였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 스스로 잘 알았기 때문에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다. 골프를 좀 쉽게 치면 좋겠다”고 답해 청중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2연승이자 최근 10개 대회 중 6차례 우승이라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인 고진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5만5000달러(3억1200만 원)를 챙겼다. 상금왕 4연패를 향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고진영은 통산 상금을 935만7985 달러(114억4800만 원)로 늘렸다. LPGA 역사상 21명에 불과한 1000만 달러(122억 원) 돌파에도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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