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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보는 국가대표의 자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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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보는 국가대표의 자질은?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28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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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강연...옆에서 부모는 말없이 지켜봐주고 선수는 기술 뿐만 아니라 판단력,인성도 갖춰야 해

[스포츠Q 강두원 기자] 한국에는 축구 국가대표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은 초등학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일념 아래 훈련하고 또 훈련한다.

그런 선수들에게는 부모가 있다. 무릇 부모란 자식이 항상 편하고 부족함 없는 삶을 살기 원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운동, 특히 축구를 시키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언제나 응원해주고 지원해주고 관심을 가져다주며 훌륭한 선수로 자라나길 원한다.

그렇다면 과연 자식이 훌륭한 선수로 자리매김 위해 부모로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열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에서 ‘지도자가 보는 부모의 자녀지원’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을 풀어 놓았고 그것을 듣기 위해 많은 선수와 선수 부모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일언반구조차 없었던 홍명보 감독의 부모님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자질로 판단력과 인성을 중요시했다. 선수 부모들에게는 지나친 관심보다는 옆에서 차분히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제 부모님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축구와 관련돼 내린 결정은 단 두 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자신을 축구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결정해 준 것. 홍 감독은 2대 독자다. 당연히 집안에서 힘든 운동을 시키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축구를 놓지 않고 축구에 열정을 보이자 결국 축구부에 들어가 공을 찰 수 있게 됐다.

오늘날의 부모라면 자식이 축구선수가 된다고 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최대한 서포팅을 해준다. 박지성의 아버지인 박성종씨는 어린 시절 왜소했던 박지성의 체격을 키우기 위해 온 야산을 뒤져 개구리란 개구리는 모조리 잡아다 먹였다는 일화는 이를 대변한다.

홍명보 감독 역시 체격이 왜소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부모는 그 어떤 지원도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축구부에 들어간 것을 허락해줬으니 그 다음은 너가 판단하고 선택해라’는 식의 무언의 충고를 보내줬다고 한다.

두 번째는 대학 진학을 결정할 시기. 홍 감독이 동북고 졸업반이던 시절 3개 대학에서 오퍼가 왔다고 한다. 동북고 감독과 홍명보 감독, 그리고 홍 감독의 어머니는 홍 감독의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는데 홍 감독의 어머니는 A대학으로 가야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한다.

당시 홍 감독이 생각하기에는 자신이 A대학으로 가기엔 실력이 약간 부족했다고 느꼈지만 8년의 학창시절 동안 그 어떤 말도 없었던 어머니가 선수생활의 중요한 순간 결단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앞날을 이끌어주셨다고 했다.

◆ 자식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에서 자리를 가득 메운 청중들이 홍명보 감독의 강연을 듣고 있다.

홍 감독은 자신과 축구에 대해서는 말을 잘 섞지 않는 부모님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축구를 하는데 있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또한 "좋은 부모라면 절대 일희일비하지 않고 필요 이상의 동기부여는 좋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항상 자식의 경기를 본 이후에 ‘패스가 부족했네’, ‘좀 더 돌파가 필요해야 했네’ 등의 지적을 하면 결국 선수가 본인 만족을 위해 경기를 하지 않고 부모를 위해 경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이 모든 것을 챙겨주고 지원해주었다면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은 선수 자신이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면 정도를 넘어선 관심과 지적은 결국 팀의 중심을 흔들게 되고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보다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길 원한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팀 동료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부모의 지나친 자식 관리는 자식의 성공을 저해하는 것으로 관철된다는 말이었다.

◆ 인성을 갖춘 선수는 감독들이 가장 먼저 선택해

그렇다면 현재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무엇일까.

홍 감독은 2007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대표팀에 뽑힌 명단을 보며 청소년대표 출신이 10%도 안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후 2009년 U-20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을 파주로 소집했을 때 아는 선수가 거의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비결은 ‘인성’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그 선수들을 데리고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가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인성을 갖춰라’였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맡으며 ‘원팀(One Team)'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에 차출되는 23명의 선수는 모두 체격도, 성격도, 능력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며 "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내가 아닌 남을 생각하고 나를 위해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추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상대에 대한 배려심으로 발전하고 결과적으로 ’원팀‘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포츠Q 노민규 기자] 28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국가대표, 그 이름을 빛내다'에서 구자철의 아버지 구광회씨가 아들의 성장기와 비화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노력한 선수가 성공한다는 것은 어느 종목이나 적용된다. 홍 감독 역시 "자신이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선수가 대성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선수 스스로 자신이 얼마만큼 잘할 수 있는지,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이것을 옆에서 그저 지켜봐주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실력이 좋은 선수는 축구로 성공할 수 있지만 인성을 갖추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는 인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이런 선수가 지도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는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것은 프로팀에서 조금만 두각을 보이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전에 축구선수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부분, 기술도 기술이지만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의 강연에 앞서 국가대표 미드필더 구자철의 아버지 구광회씨가 '구자철 선수의 대표성장기'라는 주제로 구자철의 성장과정과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숙소를 이탈하지 않을 것, 반 15등 이내의 성적을 유지할 것, 이 세 가지를 꼭 지키라고 당부했다"며 "마지막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풀어줬다"고 웃었다.

이어 구씨는 학부모들에게 "선수 본인이 해야 할 일과 부모가 해줄 일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부모로서 진로를 알아봐주고 방향설정을 해줄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역시 본인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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