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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네키루 "지하? 우린 라이브아이돌" 문화다양성과 왜색논란의 양면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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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네키루 "지하? 우린 라이브아이돌" 문화다양성과 왜색논란의 양면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2.03.17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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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박영웅 ㆍ사진 손힘찬 기자] 최근 국내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무대에서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며 이슈의 중심으로 올라서고 있는 팀들이 있다. 일명 지하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우리나라 지하아이돌은 이웃 국가인 일본 지하아이돌 문화에 영향을 받으며 시작됐다. 처음에는 일본 지하아이돌을 좋아하는 모임 정도로 시작됐지만 현재 이들은 안정적인 공연 시스템과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며 일부 마니아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지하아이돌은 우리나라 서브컬처의 한 장르로 올라서려고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이런 인기 성장세와는 다르게 대중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하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일본이 시작점인 만큼 '여과 없이 일본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며 '왜색 논란'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지하아이돌 문화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마냥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활동 방향성은 어떤 것인지를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스포츠Q는 1세대 지하아이돌 그룹인 네키루의 리더이자 지하아이돌 선구자로 불리는 소정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 국내 지하아이돌 주요 개념, K팝아이돌과 무엇이 다른가?

지하아이돌은 일본에서 넘어온 문화다. 실제 일본에서 지하아이돌의 대략적인 개념은 TV나 주요 매체를 활용하지 않고 소규모 라이브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는 언더그라운드 아이돌 팀들을 말한다. 이들은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들과는 일부 다른 수익구조를 갖는다. 소규모 라이브를 계속 개최하며 본인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상품화해 자신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직접 현장 수익을 올리는 형식으로 수익 창출한다.

우리나라 지하아이돌 역시 일본 지하아이돌의 개념과 많이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지하아이돌은 대략 20~30여 팀 정도 된다. 이들은 소규모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월 수차례씩 정기 공연을 펼치고 이곳에서 본인들의 굿즈를 팔거나 공연 후 팬과의 일명 '교류'라는 소통의 시간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팬과의 소통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부분은 K팝 아이돌과 지하아이돌의 정체성을 구분 짓게 하는 요소다. K팝 아이돌은 팬들과 사인회를 하거나 공연 후 팬들과 소통을 한다고 해서 돈을 받거나 이것을 수익의 주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일본은 매이저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AKB도 악수회 같은 것을 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이런 문화가 마이너 아이돌 문화인 지하아이돌들에게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일본만의 아이돌 문화가 그대로 들어오면서 국내 지하아이돌에게까지 적용이 된 모습이다.

"지하아이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팬들과 아주 가깝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우리는 공연 끝나면 팬들과 교류 행사를 갖습니다. 교류 행사를 자세하게 설명 드리면 공연이 끝나고 멤버별로 찾아오신 팬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을 해주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것을 돈을 받고 진행합니다. 얼마의 금액에 100초를 대화하는데 인기가 많은 팀은 많은 수익을 올리고 안 되는 팀들은 수익을 못 올리는 구조입니다. 교류 시간은 보통 한 시간 반 내에서 팬분들과 사진 찍고 이야기 하면서 진행됩니다. 지하아이돌을 좋아해 주는 마니아분들 대부분이 이런 교류행사를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교류행사를 통한 수익은 K팝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른 지하아이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 같아요."

 

◆ 국내 지하아이돌 문화의 대표주자 네키루

최근 이런 지하아이돌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팀도 늘어나고 마니아층도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하아이돌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국내 서브컬처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중 지하아이돌 1세대 팀이자 현재 가장 막강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네키루는 이들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다.

지난 2019년 데뷔한 네키루는 현재 소하. 나류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사실상 지하아이돌문화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팀으로 꾸준한 라이브 활동과 막강한 팬덤을 만들어내며 현 국내 지하아이돌 시스템 정착에 기여를 했다. 현재 멤버들 생일날 지하철 광고가 게재될 정도로 인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하아이돌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성장 과정은 어떨까?

"저랑 같이 하는 멤버와 함께 고교 시절부터 일본 지하 아이돌 문화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이런 행사가 없었습니다. 한국에 오는 일본 팀들은 종종 있어 이걸 직접 가서 보고 즐기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일본 지하아이돌 내한 이벤트를 진행한 기획자가 한국에서 시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활동을 제안했죠. 이후 이타페스라는 상설 무대를 만들어 20세부터 활동을 하게 된 것이 현재 우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당시를 생각하면 한국 팀들이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것은 아이돌아레나라는 행사였습니다. 당시 한국팀은 두 팀 이었는데 우리와 레어스테라는 팀이었죠. 레어스테는 지금 해산했고 계속 팀을 이어오는 것은 우리들뿐입니다."

 

◆ 네키루 인기를 바탕으로 지하아이돌 문화를 이끄는 팀중 하나가 되다

네키루는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면서 현재는 지하아이돌 중 손에 꼽힐 만큼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크루 형식의 총 4개 소속팀을 데리고 아이돌 팔레트라는 정기 공연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현재 국내 지하아이돌 팀이 20~30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 크루가 씬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네키루의 활동 이력과 팬덤을 보면 현재 지하아이돌의 활동 현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가 활동한 지 3주년이 넘었는데 초창기에는 라이브 공연을 하면 관객들이 10~30여 명 정도가 오셨어요. 하지만 현재는 씬이 확장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속 생기면서 우리 공연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크게 늘게 됐죠. 사실 지하아이돌의 관객 구성을 보면 코로나 이전 부터 일본 지하아이돌을 보기 위해 직접 해외를 다니던 팬분들 그리고 입소문을 듣고 공연을 한번 보러왔다가 팬이 되는 분들, SNS를 통해 우리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접하고 즐기기 위해 오는 분들 이렇게 구성됐다고 할 수 있죠. 이런 분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To Hermitage'라는 크루를 만들었고 아이돌 팔레트라는 새로운 라이브 공연도 기획 했습니다."

"우선 지하아이돌 공연 진행 형식에 대해 간략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예전에 국내 지하아이돌 팀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이타페스, 아이돌 아레나가 있었습니다. 이타페스는 일본팀까지 내한하는 큰 무대를 말하고 아이돌 아레나는 소규모 무대인데 현재 아이돌 아레나는 진행하지를 않게 됐죠. 그래서 우리가 아이돌 팔레트를 만든 것입니다. 아이돌 팔레트 공연장의 규모는 100석이고 우리 크루는 한 달에 두 번 공연을 정기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팀 공연도 많이 생겨나 우리는 공연이 주말에만 있는데 한 달 주말 공연 스케줄은 대부분 꽉 차 있고 다른 쪽에서 들어오는 공연까지 있을 때는 못 가는 일까지 생길 정도로 팬들이 많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공연을 보러 많은 분들이 와주시길 바랍니다."

 

◆ 지하아이돌 왜색논란. 부족한 실력에 대한 만만찮은 비판

지하아이돌이 팬덤을 형성하고 하나의 서브컬처로 등장 하면서 이들의 무대를 본 일부 대중들은 여러 비판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우선 왜색과 관련한 비판이다. 

초창기 지하아이돌은 일본 지하아이돌 문화를 필터링 없이 들여와 공연을 시작하면서 일본어로 노래를 부른다든지 공연 후 돈을 받고 교류를 하는 등 우리나라에는 없는 생소한 일본 아이돌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도마에 올랐다. 이런 부분들이 쌓이면서 국내 일부 대중 사이에서는 왜색이 너무 짙고 우리나라 대중가요 문화와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왜색 관련 비판에 대해 소하의 생각은 어떨까?

"왜색과 관련한 비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완전 일본 지하아이돌을 그대로 모방해서 일본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르라든가 교류 같은 라이브 공연과 수익 방식만 일본에서 따온 것이라고 봐요. 지하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는 대부분 일본 지하아이돌이 팬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부분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팬들과 가깝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은 프로 뮤지션들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것을 원하는 대중들에게 우리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더 노력 중입니다. 한국적인 문화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언어도 우리나라 말이고 노래도 요즘에는 한국어 가사로 많이 하려고 하고 팬분들도 한국분들인 만큼. 일본과는 다른 한국적인 정서가 분명히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초창기이기 때문에 일본 색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더 완성하고 키워나가면 한국 서브컬처 문화로서 확실한 색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색을 가미한 우리만의 지하아이돌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또 하나 지하아이돌에게 뒤따르는 비판은 이들이 과연 프로 뮤지션으로 부를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비판이다. 지하아이돌 중 일부는 직업 뮤지션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취미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지하아이돌 팀들의 음악 실력이 직업 가수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팀들은 일본 지하아이돌을 흉내 내는 정도의 수준이다. 결국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가수로 불러서는 안 되고 일본 아이돌 문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 정도로 치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이런 비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소하의 의견이 궁금했다.

"실력적인 부분에 대한 비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곡을 내면 퀄러티가 낮다는 비판이 많아요.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취미와 본업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은 활동 팀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본업으로 아이돌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곳은 시장이 커서 수익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는 취미로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간도 없고 수익도 별로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부분 때문에 우리 네키루와 크루팀들은 우리들만의 오리지널 곡을 계속 발매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계속 음반을 내면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실력을 끌어올리겠습니다. 시간을 갖고 성장해나간다면 이런 비판들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음반보다는 라이브가 좋다는 평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꼭 공연을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이제는 지하아이돌이 아닌 라이브아이돌로 불러달라

지하아이돌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중 소하는 지하아이돌이라는 본인들의 명칭을 라이브아이돌로 바꿔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는 자하라는 언어 자체가 갖는 어감도 좋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지하아이돌의 정체성을 일본을 흉내 내는 아이들이 아니라 라이브 중심의 공연 아이돌로 확립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지하라는 이름을 잘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하, 지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유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보다 더 지하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단 국내에서는 지하아이돌이라는 이미지가 안 좋은 부분들이 있어요. 일본 지하아이돌 중에서 소수의 이상한 팀들이 있는 데 이런 팀들을 우리나라 팀들에 대입해 생각하는 분들이 일부 있으세요. 그래서 지하아이돌이라는 이름이 아닌 라이브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라이브아이돌 팀들은 일부 일본 지하아이돌 무대나 수익 방식을 일부 따왔을 뿐 공연 활동이 중심이 된 아이돌 팀들입니다. 이런 부분을 꼭 생각해주고 라이브아이돌로 불러주세요."

◆ 문화에 대한 다양성의 시각? 비판부터 극복해야

마지막으로 소하는 "국내 라이브아이돌 문화를 하나의 서브컬처 문화로서 다양성의 시각으로 봐달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소하의 이런 바람이 이뤄질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왜색 논란과 음악 실력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제대로 고치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 스스로 이런 부분들을 열심히 고쳐나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진정한 국내 서브컬처 문화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 소하 소개

인천 검단 출신. 국민대 한국어문학부 한국어 전공. 원래 음악인에 대한 꿈은 없었다.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닌데 문화가 좋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키루 멤버가 됐다. 지금은 크루를 이끌고 있는 대표다. 라이브아이돌계를 대표하는 멤버이자 선구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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