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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우상혁, 한국에 육상 세계 챔피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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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우상혁, 한국에 육상 세계 챔피언이라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21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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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그것도 높이뛰기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우상혁은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뛰어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명 중 유일하게 2m34를 통과했다.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보한 그는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2m36) 보다 높은 2m37에 도전했지만 1, 2차시기에서 바를 건드렸고 3차시기는 포기했다.

특유의 쇼맨십은 여전했다. 군인 신분 우상혁은 특유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는 물론 축구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찰칵 세리머니까지 펼치면서 영광스러운 순간을 마음에 담았다.

[사진=AP/연합뉴스]
우상혁이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승했다. [사진=AP/연합뉴스]

시상식에선 자신의 롤 모델 스테판 홀름(스웨덴)으로부터 메달을 건네받아 기쁨이 배가 됐다. 홀름은 181㎝ 작은 키로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를 제패했고, 개인 최고 2m40을 뛰었다.

우상혁이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차지자 홀름도 우상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홀름과 우상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우상혁은 "홀름이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 있었고, 남자 높이뛰기 시상을 했다"며 "내가 3위 안에 들었으면 홀름에게 메달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 꿈을 7개월 만에 이뤘다. 메이저 대회인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2m34에 도전한 로이크 가슈(스위스),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해미시 커(호주), 치아구 무라(브라질)는 3차례 시기 모두 2m34를 넘지 못해 우상혁의 우승이 확정됐다. 도쿄 올림픽 공동 1위 탬베리도 이날 2m31에 머물러 우상혁에게 밀렸다.

그동안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은 한국인 관심 밖에 있는 대회였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 한국 선수가 출전한 건 2012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에 나섰던 이연경(허들 여자 60m) 이후 10년 만이었다. 종전 세계실내육상선수권 한국 선수 최고 순위는 1995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손주일이 달성한 5위다.

[사진=AP/연합뉴스]
우상혁이 지난해 도쿄 올림픽 4위에 오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다음 목표는 오는 7월 예정된 '실외경기' 세계선수권대회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김도균 한국 육상 대표팀 수직도약 코치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간 우상혁은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훈련했다. 지난달 체코에서 2m36을 넘어 도쿄 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2m35)을 바꾸더니, 같은 달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실내 육상대회에서 2m35를 뛰어 정상에 등극했다. 2022년 들어 유일하게 2m35 이상 뛴 선수이자 세계랭킹 1위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제 실력을 발휘했다.

우상혁은 지난해 도쿄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를 막고 있던 올림픽 8위 벽을 깬 성과였다. 도로 종목인 마라톤에선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에서 이봉주(은메달)가 메달을 땄지만 한국 육상은 점점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우상혁이 힘찬 도약으로 세계 정상권에 다시 도달한 것이다.

우상혁은 고교 시절부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유망주의 패기정도로 치부됐던 발언은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낙관으로 바뀌었다.

그는 스스로도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고 한다. 충남고 2학년이던 2013년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에서 2m20을 넘어 우승했다. 이듬해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선 2m24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 올림픽과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m28을 뛰어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진택(금메달) 이후 16년 만이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피로골절 등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김도균 코치를 만난 뒤 몸과 마음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6월 올림픽 직전 4년 만에 개인 최고기록 2m31을 세우며 기준기록이 아닌 랭킹포인트로 도쿄 올림픽행 막차를 탔다. 그리고 본선에서 화려한 쇼맨십과 이에 걸맞은 실력까지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진=AP/연합뉴스]
우상혁은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상혁은 "정말 힘들 때 김도균 코치님을 만났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할 때 코치님은 '상혁아, 넌 더 할 수 있어'라고 말씀해주셨다. 코치님과 함께 한 훈련 성과와 나 자신을 믿게 됐다"고 했다. 김 코치는 당장은 기록이 나오지 않더라도 실력을 착실히 다질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우상혁을 이끌었다. 우상혁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이 방향이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역시 김 코치님 생각이 옳았다"고 했다.

이른 입대 역시 김 코치의 설득에 기인한 것이었다.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기 전인 2021년 3월 입대했는데, 군인 신분으로서 절제된 생활이 올림픽을 앞둔 우상혁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우상혁은 연합뉴스를 통해 "월드 리더(세계랭킹 1위)로 대회에 출전한 게 처음이다. 솔직히 부담을 느꼈다"면서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늘 최초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런 큰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도균 코치는 "나는 훈련 때는 선수를 믿지 않는다. 선수가 '이 정도면 됐다'고 말할 때, 나는 '조금 더 해야 한다'고 다독인다"며 "경기 때는 선수를 믿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분명히 위기는 올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 위기가 왔다. 우상혁에게 '자신을 믿어'라고 말했고, 압박감을 잘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선수권 기준 기록(2m33)을 통과해 오는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 선수 중 실외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2011년 대구 대회 경보에서 6위로 마쳤지만 상위 선수들이 줄줄이 도핑에 적발되면서 3위가 된 김현섭 단 한 명뿐이다.

[사진=AP/연합뉴스]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거는 등 큰 대회에 어렸을 때부터 강한 면모를 보였던 우상혁. [사진=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AP/연합뉴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이어진다. 20년 만에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그 다음 목표는 당연히 2024 파리 올림픽이다.

우상혁은 "나도 '할 수 있다'를 외치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도 뛰어나다는 걸 안다"며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세계적인 선수와 자주 마주치고, 친분도 쌓았다. 오늘은 내가 이겼지만, 다음엔 누가 더 좋은 기록을 낼지 알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코치도 "올림픽을 치른 다음 해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시즌을 늦게 시작하곤 한다.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도 바심이 출전하지 않았고, 탬베리도 실전을 치르지 않은 채 나섰다"며 "우상혁은 좋은 상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세계선수권 등 다음 대회는 더 열심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상혁은 "도쿄 올림픽에서 공동 우승한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탬베리는 2024년 30대 중반이 된다. 나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20대"라며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8세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보다 왼발이 작은 짝발인 데다 키 188㎝, 높이뛰기 선수로서는 작은 편인 그는 자신이 외치고 다녔던 대로 세계 최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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