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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눈물의 사죄와 반성에도 '대중의 용서' 얻기 힘든 결정적 이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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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눈물의 사죄와 반성에도 '대중의 용서' 얻기 힘든 결정적 이유 [뷰포인트]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20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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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지난 2002년 병역기피 혐의로 국내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이 13년 만에 당시의 상황 설명과 사죄를 담은 인터뷰를 공개했다.

유승준은 이번 인터뷰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당시 병역기피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대중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의 반성과 사죄를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서를 위한 타당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 유승준이 19일 아프리카TV를 통해 반성과 사죄를 하고 있다. [사진= 방송 캡처]

유승준은 19일 홍콩에서 영화제작자 신현원 감독이 진행하는 아프리카TV를 통해 병역기피 혐의로 국내에서 쫓겨났던 심경과 당시의 상황, 현재의 심경 등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했다.

유승준은 인터뷰에서 "심정 고백의 자리가 아니라 그저 여러분께 제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라며 "일찍 사죄를 구했어야 했는데 용기가 없어 나오지 못했다. 병무청과 법무부에 어떤 방법으로든 선처, 기회를 줘서 다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길 원한다"고 솔직한 바람을 나타냈다.

유승준은 이 밖에도 "당시에는 자신이 교만했기 때문에 국적 포기까지 가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디스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기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절대로 돈 때문에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유승준의 공식 사과는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거듭 사과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로운 생각조차 들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유승준의 사과는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형국이다.

MBC 측에서 조사한 유승준 면죄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대중들은 70%가 넘는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SNS와 온라인 등지의 실시간 반응 역시 차갑다. 누리꾼들은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디", "말로만 하는 용서는 와 닿지 않는다", "한국에서 오려는 이유가 돈이 떨어져서인가"등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유승준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 [사진= 방송 캡처]

이처럼 유승준을 향한 대중들의 마음은 여전히 싸늘하고 용서하려는 분위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연예계 복귀를 하든 안 하든 한국에 돌아와 한국인으로서 살고 싶은 유승준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다.

대중들의 이런 반응은 유승준에게 줬던 사랑이 너무 컸던 만큼 받았던 충격과 상처도 컸던 까닭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승준은 가요계의 톱스타이자 안방극장을 섭렵하던 '슈퍼 탤런트'였다.

유승준의 '확실한 용서 구하기'는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에서 밝힌 대로 '국내 입국 금지 철회' 계획이 없는 상황인데다 대중들의 닫힌 마음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유승준이 실제 입대를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우는 전혀 다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일정부분 참작 사유를 찾을 수 있다. 유승준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2004년 병역비리를 일으킨 장혁과 송승헌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2004년 9월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그해 11월 4일 재검을 받고 같은 달 16일 현역으로 입대했다. 당시 두 사람은 돈을 주고 불법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의 사과는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은 악화했다. 이들은 보름을 버티지 못하고 현역 입대를 해버렸다.

이들은 군 생활을 마무리한 후 2008~2010년이 돼서야 모두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누구도 이들의 재기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진정으로 국민의 분노가 풀렸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은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온 이들의 행동을 '용서에 타당한 결과물'로 받아들였다.

송승헌, 장혁의 병역비리는 과거형이 됐고 군 생활을 무사히 완수한 연예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 두 사람은 병역비리 이전의 인기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이들은 군 복무라는 결정을 통해 '타당한 용서'를 끌어낸 것이다.

 

유승준 역시 이들과 같은 방법을 통해야만 확실한 국민의 용서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현재 법적으로 입대할 방법이 없다. 출입국 허가와 귀화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군입대 가능 연령 상한선을 초과해 입대할 방법이 없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께 한국 쪽 관계자에게 시민권을 포기한 후 귀화를 해서 38세 이내에 군에 입대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며 "그러나 38세까지 입대를 하는 제도는 80년대 생만 해당됐다. 70년대 생은 36세까지만 입대할 수 있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진정 고국에 용서를 구하고 군입대를 마치기를 희망했다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했느냐는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의 사과말마따나 '너무 늦어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를 용서할 수 있는 길들이 원천적으로 막혀버린 것이다.

세상일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결국 유승준은 이번 사과를 통해 대중들에게 '진정성은 커녕 시기만 끌다 이제 와서 용서를 비는 것 아니냐'는 비판만 키우고 있다. 때 늦은 용서와 사죄는 오히려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유승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결정적 용서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승준은 1997년 가요계에 해성처럼 나타나 '가위', '열정', '와우', '찾길 바래' 등 많은 히트곡을 양산하며 무려 5년의 세월 동안 정상의 가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2년 군에 입대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에 귀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국민은 유승준이 공익판정을 받았음에도 귀화를 추진한 부분에 대해 더욱 분노 했다.

당시 병무청과 법무부는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11조에 따라 국내 입국을 금지했다. 유승준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현재 그는 중국에서 가수 겸 영화배우로 활동 하고 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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