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1-27 21:35 (일)
여자배구 '역대최강', 현대건설의 비애
상태바
여자배구 '역대최강', 현대건설의 비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3.22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역대급 최강 전력을 구축, 트레블(3관왕)을 목표로 달리던 수원 현대건설의 질주는 여기까지였다. 2년 전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감염병 탓에 여정을 끝마치지 못하면서 비운의 주인공으로 남게 됐다.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여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매뉴얼에 따라 21일 인천 흥국생명-서울 GS칼텍스 간 6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조기 종료됐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부 7개 구단 단장들은 21일 비대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2월부터 여러 구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부상자까지 있어 경기에 나설 최소 인원(12명)을 충족하지 못한 팀들이 늘어나면서 리그 중단 일수가 늘어났다. 결국 매뉴얼에 따라 리그를 5라운드 순위를 기준으로 마무리짓게 됐다.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했던 2019~2020시즌 막판에도 1위였지만 시즌이 일찍 매듭지어져 버리는 바람에 '우승'하지 못하고 '1위'로 남았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같은 불운을 겪게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지난 1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풀세트 끝에 승리한 경기가 올 시즌 현대건설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전초전인 KOVO컵부터 들어올린 현대건설은 정규리그가 개막한 뒤에도 내내 선두를 지켜왔다. 올 시즌 36경기 중 31경기를 소화해 28승(승점 82)을 따냈다. 90.3%의 압도적인 승률. 2위 김천 한국도로공사(승점 70)와 격차를 벌려 승점 1만 더하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대관식을 치르지 못한 채 시즌을 끝내게 됐다.

2년 만에 다시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던 현대건설이 감염병이라는 큰 장벽까진 넘어서진 못한 셈이다. 정규리그 1위 확정이 유력했던 22일 광주 페퍼저축은행과 맞대결에 맞춰 준비한 '리그 1위' 현수막은 끝내 펼쳐보이지 못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조기 종료가 결정된 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올 시즌 정말 행복하게 배구했다. 아쉽지만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챔피언' 칭호는 얻지 못했지만 올 시즌 현대건설은 여자배구 V리그 역사상 가장 강한 팀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2라운드까지 12경기 전승을 기록했다. 3라운드 첫 경기에서 가장 강력한 대항마 한국도로공사에 패한 뒤에도 다시 연승을 달렸다. 5라운드에서 다시 한국도로공사를 만나 패하기 전까지 15연승을 거뒀다. 흥국생명이 2019~2020시즌부터 2020~2021시즌에 걸쳐, GS칼텍스가 2009~2010시즌 각각 달성한 종전기록 14연승을 넘어섰다.

최초로 단일 시즌 10연승을 두 차례나 달성했고, 최소 경기 20승(21경기) 기록도 세웠다. 27경기 만에 26승(1패·승점 76)을 쌓아 2012~2013시즌 우승팀 화성 IBK기업은행(25승 5패·승점 73)이 작성한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승점 기록도 새로 썼다.

여자배구 판에서 감독이 처음이었던 강성형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역대 최강팀을 이끌었다. [사진=스포츠Q(큐) DB]
여자배구 판에서 사령탑에 오른 건 처음이었던 강성형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역대 최강팀을 이끌었다. [사진=스포츠Q(큐) DB]

지난 시즌과 선수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키 192㎝ 힘과 높이를 갖춘 외국인선수 야스민(미국)이 합류해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포지션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게 전부였다.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은 야스민과 트윈 타워를 구축해 압도적인 높이로 공격을 주도했다. 득점 7위, 오픈공격 1위, 블로킹 1위에 오른 양효진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시즌 전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국가대표팀 감독 부름을 받고 국제무대를 경험한 센터 이다현과 세터 김다인은 리그 정상급 자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던 주장 황민경과 리베로 김연견도 제 컨디션을 찾으면서 견고한 리시브 라인을 형성했다. 

주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현대건설의 장점으로 꼽힌다. 윙 스파이커(레프트) 고예림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압도적인 공격력의 정지윤이 조커로 들어와 맹활약했다. 맏언니 황연주는 수시로 코트에 들어와 체중이 무거운 야스민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베테랑 세터 이나연을 비롯해 웜업존에 머무는 선수들 모두 경기 중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은 지난 시즌 트레블을 이룩한 GS칼텍스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득점 1위(2739점), 서브 1위(세트당 1.36개), 공격성공률 2위(41.98%), 블로킹 2위(세트당 2.51개), 속공 1위(53.12%), 리시브 3위(33.26%) 등 전 지표가 고르다는 점은 약점이 크게 없었던 현대건설의 올 시즌 경기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사진=스포츠Q(큐) DB]
현대건설은 최근 3시즌 중 2시즌이나 1위를 달렸지만 끝내 우승하지 못한 비운의 팀으로 남게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주장 황민경은 4라운드 도중  "지금보다 행복한 시즌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이겨본 적도 없고, 다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다. 누구 하나 크게 아프지 않기도 하다"며 "사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좋았다. 5라운드 이후 승점을 못 딴 경기가 없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지금의 멤버들로 잘 맞춰왔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감독님께선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신다. 우리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역으로 우리도 먼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강성형 감독이 보인 소통의 효과를 전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꼴찌로 마쳤지만 마지막 9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따내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강성형 신임 감독이 부임하고서 국내 선수들끼리 나선 KOVO컵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구단도 트레이닝·재활 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선수들의 요구 사항에 귀를 기울이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 감독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주전과 비주전 구분 없는 원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연승 숫자가 늘어나자 지고 있을 때도 극복할 수 있다는 위닝 멘탈리티가 팀 전체에 새겨졌다. 5라운드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다 역전한 경기는 그 하이라이트였다. 6라운드 도로공사와 첫 맞대결에서도 풀세트 끝에 승리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KOVO는 2019년 12월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표현 방식을 (우승, 준우승이 아닌)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다. 2021~2022시즌 현대건설은 역대 최강의 팀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애석하게도 또 다시 '우승' 및 '챔피언' 타이틀 획득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