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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의 깜짝등장, LG가 기다린 '그 타자' 될까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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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의 깜짝등장, LG가 기다린 '그 타자' 될까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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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7경기 타율 0.364(22타수 8안타) 5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500.

지난해 리그를 주름잡았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의 성적이 아니다. 이름도 생소한 송찬의(23·LG 트윈스)가 시범경기 가장 뜨거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송찬의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2 KBO(프로야구) 시범경기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타점 맹활약하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송찬의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대포를 날리며 LG 트윈스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삼촌’ 송구홍 그늘, 드디어 어깨를 펴다

송찬의는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선린인터넷고를 거쳐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2차 7라운드 전체 67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의 꿈을 이뤘지만 상상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당시 LG 단장이 LG 트윈스 출신이자 송찬의의 삼촌인 송구홍(54) 전 한화 이글스 코치였다. 일부 팬들은 송찬의가 혈연에 의해 뽑힌 납득할 수 없는 지명이라고도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찬의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도 소극적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뒤늦게 털어놨다.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줄곧 육성선수 신분으로 머물렀다. 현역병으로 입대해 지난해 2월 군 복무를 마쳤다. 퓨처스리그에서 조금씩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에서야 드디어 KBO리그 선수로 정식 등록됐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긴장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야구를 시작하면서 항상 꿈꿔온 순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시작일 뿐이기는 하지만 이젠 삼촌 앞에서도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현역병으로 군 생활을 마친 송찬의는 전역 후 급성장한 면모를 보이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신의 한 수가 된 ‘소총수’ 복무

프로선수로서는 쉽지 않은 현역병 입대 결정이 송찬의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군 입대 후에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부대에 양해를 구해 글러브와 배트를 가지고 들어갔고 스윙이나 캐치볼을 하며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다. 같은 부대에 머물던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도규(24)가 그의 파트너였다. 

소총수 보직을 받고 군 생활을 보낸 송찬의는 “군에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내 야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며 “병사에게도 휴대전화가 지급돼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좋은 타자의 영상을 보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 동안 더욱 간절해진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나섰고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01로 활약했다. 지난해 11월엔 마무리 캠프에서 류지현 LG 감독의 눈에 들었고 올 시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소총수라는 보직과 달리 송찬의는 시범경기에서 리그 최고 거포로 거듭나고 있다. 홈런 5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22일 이반 노바와 김광현에게 멀티 홈런을 쏘아올린 송찬의.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포지션 소화로 류지현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다재다능 유틸리티, LG 거포 갈증을 풀리라

22일 SSG전은 송찬의라는 이름을 야구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경기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신 선수들을 상대로 연달아 대포를 가동했다.

빅리그에서 90승을 챙긴 이반 노바의 시속 150㎞ 투심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앙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린 그는 KBO리그를 점령하고 MLB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꿰찬 김광현을 상대로도 과감히 배트를 휘둘렀다. 150㎞ 초구 속구를 받아쳐 좌월홈런을 터뜨렸다.

8안타 중 장타가 무려 6개. 토종 거포 기근에 시달려온 LG가 간절히 기다려온 타자다. 송찬의는 “그동안 준비한 게 경기에 잘 나와서 기분 좋다. 노바는 공이 빠르고 변화구도 좋아서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며 “김광현 선배는 워낙 공이 좋으니 빠르게 승부를 보고자 했다”고 홈런 상황을 복기했다.

아직 정규시즌은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 1순위로 손꼽히고 있다. 입단은 2018년이지만 송찬의는 아직 1군에서 데뷔도 하지 못한 중고신인. 신인왕 후보 결격 사유가 없다.

다양한 활용성은 류지현 감독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송찬의를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1루수와 3루수를 주로 맡았는데 이번 시범경기에선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포수와 3루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들뜨지 않는다. “빠른 공 공략은 자신 있지만 특정 구종에만 강한 타자로 남고 싶지 않다. 공격과 수비 모두 부족한 게 많다”는 그는 “중고 신인왕 등 거창한 목표보다는 1군에 진입하고 팀 우승에 공헌하는 게 내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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