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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비 사파타, 외로움 견딘 빛나는 2등 [PBA 월드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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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비 사파타, 외로움 견딘 빛나는 2등 [PBA 월드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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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마지막에 패하며 씁쓸한 엔딩을 맞는 2등.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우승자에게로 향하고 준우승자에겐 “축하한다”는 말 대신 “고생했다”라는 표현이 더 알맞은 것처럼 인식된다.

블루원리조트 엔젤스 외국인 동료 스롱 피아비(32·캄보디아)와 다비드 사파타(30·스페인)가 그랬다. 28일 2022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나란히 준우승에 머물렀다.

누구보다 아쉬울 둘이었으나 가장 크게 만족감을 보인 것도 그들이었다. 월드챔피언십 2등. 충분히 값진 성과였기에 후회 없는 마무리였다.

스롱 피아비가 28일 2022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 캄보디아 영웅, 충분히 빛났던 도전

스리쿠션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던 피아비는 지난해 돌연 프로당구 무대에 뛰어들었다. 세트제 방식과 스리쿠션 2점제, 낯선 테이블과 공. 첫 대회 17위로 마칠 수밖에 없었던 그였다.

제대로 준비하고 나선 첫 대회. 소속팀 블루원리조트가 타이틀스폰서로 나선 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섰다. 5차 대회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고 준우승, 4강, 8강 진출 1회씩. 많은 포인트를 쌓았다.

6,7차 대회 64강에서 탈락했던 그는 이번 대회 32강에서 1승 2패로 탈락위기에 몰렸으나 가까스로 16강에 올랐고 끝내 결승까지 진출했다. 김가영(신한 알파스)은 올 시즌에만 3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던 상대. 피아비의 우승을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 세트스코어 1-1에서 급격히 흔들렸고 1-4(7-11 11-6 5-11 1-11 1-11)로 다소 맥  없이 패했다.

우승 상금 7000만 원이 걸린 한 판. 그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부담도 컸다. 경기 후 피아비는 “조금 속상하지만 여기까지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며 “어제는 두, 세 시간밖에 못 잤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설레는 마음도 들고 했다. 중요한 대회인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잠이 안와서 음악도 듣고 늦도록 가족과 통화하다보니 아침이 됐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보니 스스로를 자꾸 의심하게 됐다. 확신을 갖지 못했다. 피아비는 “프로라는 큰 무대는 처음이다. 시작할 때만 해도 프로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겪어보니 확실히 잘치고 안전하고 완벽하게 해야 되는 게 프로라는 걸 느꼈다”며 “아직 아마추어라는 걸 느꼈다. 많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개인 대회 2회 우승 등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피아비는 한국을 찾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행복한 비시즌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그럼에도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2승을 챙겼고 이날 상금 2000만 원을 더해 올 시즌에만 7940만 원을 수확했다.

아쉬운 건 고향에 머물고 있는 가족이다. 시즌을 마친 만큼 이젠 그토록 그리웠던 가족들과 함께 한다. “가족이 보는 가운데 경기에 나서고 싶은 꿈이 있었다. 늘 가족과 함께 하는 선수들이 부러웠다”며 “경기를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 자녀가 없어 (가족이) 비자 기간이 3개월 정도만 가능하다. 4월말 쯤에 한국에 방문해 다음 시즌 대회 땐 초청할 계획이다. 너무 기분이 좋다. 한국에 오셔서 병원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드릴 계획”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 오해와 싸운 사파타, 상승세 그대로!

준우승만 한 차례 경험했던 사파타는 지난해 PBA 월드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우승 상금 3억 원을 챙겼다. 강동궁(SK렌터카 위너스)과 9세트 혈전에도 신들린 샷 감각을 보였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은 더 성장했다. 준우승 두 차례를 차지했고 나머지 대회에서도 4강, 8강 16강에 올랐다. 예선 탈락은 단 한 차례.

앞서 결승에서 만났던 쿠드롱을 다시 만난 사파타는 어딘가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첫 세트 5점을 먼저 따내고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내리 3세트를 잃었다. 이후 경기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8세트까지 승부를 끌고 오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엔 쿠드롱에 우승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팀리그 부진에도 다시 한 번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오르며 저력을 보인 사파타(왼쪽). 스스로 충분히 만족한 시즌을 보낸 그는 다음 시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사파타는 “대회에 나서다보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첫 세트에 포지션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찬스도 많이 놓쳤다”며 “쿠드롱 같은 세계 톱급 선수 만나면 항상 어려운 경기한다. 특히 결승전에서 만나면 200% 이상 경기를 해야 찬스가 온다. 항상 나보다 잘한다고 느낀다. 5,6세트에서 리듬을 탔기에 9세트를 가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2년 연속 가장 규모가 큰 월드챔피언십에 올랐다. 팀리그에서 유독 약했던 것과 대비됐다. 팀리그에선 25승 33패, 포스트시즌에선 3승 6패로 부진했다. 사파타는 “유튜브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왕중왕전에서만 잘하고 팀리그에서 못한다고. 그러나 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며 “개인전은 세트제이기에 더 편한데 팀리그는 한 세트만 기회가 주어지기에 점수를 내기가 더 어렵다. 100% 컨디션으로 치기 쉽지 않다. 상금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부 팬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좋았다. 준우승도 여러 차례 했다. 공교롭게 팀리그도 그렇고 다 쿠드롱과 만나서 패하긴 했다”고 웃으며 “물론 우승하면 더 좋았겠지만 충분히 좋은 성적이다. 멘탈이 강해진 게 비결”이라고 전했다.

첫 시즌에 비하면 훨씬 더 꾸준한 성적을 냈다. 다음 시즌 기대감이 커진다. 사파타는 “다음 시즌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연패를 달성한 절대강자 쿠드롱을 저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충분히 쿠드롱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상대긴 하지만 마민캄한테 잡히기도 했고 좋은 경기를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오해 등에도 외롭게 버텨온 피아비와 사파타. 마지막엔 웃지 못했지만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시즌을 보냈다. 다음 시즌 행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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