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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허구연 취임일성, 프로야구에 울린 경종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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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허구연 취임일성, 프로야구에 울린 경종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3.2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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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계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허구연(71) KBO 신임 총재는 흔들리는 프로야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프로야구에 위기감이 돌고 있는 이유. 부족한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었다.

허 신임 총재는 29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제24대 총재 취임식에서 야구계의 반성 필요성과 인기 부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강조했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가 29일 취임식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똑같은 마이크지만 해설할 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며 입을 연 허 총재는 “어려운 시기에 총재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 누가 맡더라도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야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좋지 않은 일들로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 국제대회 성적도 좋지 않았다. 9회말 1사 만루에 등판한 구원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고 반대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려진 것처럼 달변가인 허 총재는 재임기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KBO가 풀어내야 할 임무와 그 청사진을 밝혔다.

◆ 문제 인식에서 출발, 변화 필요한 팬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잘못된 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800만 관중 시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프로야구를 도태되게 만들었다. 허 총재는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류전 등 A매치를 꾸준히 열겠다면서 “최근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국야구는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며 “냉정히 프리미어12도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준결승전에서도 지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계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며 “그로 인해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 야구 수준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몸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 경기력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둔감했다. 팬심을 읽지 못했다. 프로야구가 잘 나가다보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는 비판도 따랐다. KBO는 중계사의 저작권 보호 등을 이유로 영상 일부를 편집해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배포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튜브를 통한 스낵컬쳐를 넘어 최근엔 1분 내외 동영상인 숏츠 콘텐츠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정반대된 행보.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선수들의 놀라운 플레이, 재밌는 장면 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줄었다.

허 총재는 “이사회에서도 말했다. 그런 걸 막아놓고 팬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젊은 팬들은 사라져가고 있는데”라며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고 전문성이 부족했다. 중계료를 받는 데에만 치중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없으니 문제에 맞닥뜨린 것이다. TF팀을 만들어 전문가들과 함께 협의하며 고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식이 열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허 신임 총재.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어내야 하는 것. 팬서비스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허 총재는 핵심 과제 중 팬서비스 강화를 가장 강조했다. “첫째는 ‘팬 퍼스트’다. 시대에 맞춰 디지털 야구 산업화를 해야하고 MZ세대 유입을 위한 위원회도 창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국내로 돌아온 김광현(SSG 랜더스)은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KBO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허 총재도 화답했다. “31일 미디어데이 김광현, 추신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며 “KBO 선수들이 얼마나 팬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의식을 갖고 그런 얘기를 해준 김광현이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사건·사고는 그만, “솜방망이 처벌 없다”

프로야구 팬들이 급속도로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 끊임없는 사건·사고와 이에 대해 강력히 엄단하지 못하는 KBO의 태도였다.

허 총재는 “프로야구 초창기와 2010년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트렌드가 아니었다. 지금은 쌍방 소통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야구계의 의식 수준은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각종 사건들이 터지고 그 이후 팬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 팬들 사이 KBO를 조롱하는 표현 중 하나로 ‘갓중경고’, ‘킹중경고’ 등이 있다. 물의를 일으키거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 이후에도 어떤 강제성도 없는 ‘엄중경고’로 무마한 사례가 많기 때문.

처벌 강화가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허 총재는 “상벌위 조항들을 한시적이라도 (강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며 “프로야구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큰데 그런 걸 통해 메시지를 던져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여러 구단, 선수 등과 얽혀 있는 법리적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상벌위 회의 후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엄벌은 사실상 찾기 힘들었다. 허 총재는 보다 명확하고 강력한 명문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가이드라인을 명문화된 규정으로 정해두고 처벌하면 그만이다. 누구는 되고 안 되고식이 되면 안 된다”며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 도박, 폭력, 마약 등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사회에)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주는 느낌으로 강하게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허 총재는 선수들의 잘못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며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리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고 명문화되고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역시 허프라’, 인프라 구축 필요성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선 그에 걸맞은 시설과 환경 등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부분을 강조해 ‘허프라(허구연+인프라)’라는 별칭도 얻은 허 총재다. 신축구장 건설 등에 많은 조언을 전하는 등 이와 관련한 공로가 크다.

“800만 관중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올해는 상당히 좋은 조짐이 많다. 양현종, 김광현이 돌아왔고 기대감을 주는 외인들도 많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며 “2025년 대전 새구장이 준공되는데 그해에 맞춰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최선 다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10개 구단이 구장과 시설 등 보조를 맞춰준다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더 총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전 신축 구장 공사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허 총재는 “4년 전 (대전시장) 모든 후보들의 공약에 신축이 있었다. 후보가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미 1600억 원 이상 재정이 확보된 것으로 안다. 정상적으로 건립될 것이라고 믿지만 지자체에서 구단에 대한 적당한 투자 등에 인색하다면 최악의 경우 연고 이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그렇게 안했기에 지자체장들이 쉽게 생각했다고 본다”고 인프라 구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대외협력을 강화해 야구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힘 닿는한 관계부서와 협력하겠다”며 “예로 남해안 벨트를 조성해 그곳에서 2군 캠프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국내에 야구 센터가 없는데 공모와 지자체 등의 협력을 통해 이를 마련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다만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정호 복귀와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웠다. “강정호 선수 건은 어제부터 보고를 받고 살펴보고 있다”며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 종합적으로 취합해 팬 여러분께 알려드리겠다. 그동안 야구 룰 부분에 대해 많이 봤는데 요즘은 규약만 많이 살펴 보고 있다. 모든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 내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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