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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픽', 두산 최원준 '영웅 세대교체' 예고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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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픽', 두산 최원준 '영웅 세대교체' 예고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0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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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리엘 미란다의 갑작스런 이탈, 로버트 스탁의 다소 아쉬운 첫 경기. 어깨에 부담을 잔뜩 짊어진 채 나섰으나 최원준(28)은 끄떡 없었다.

최원준은 3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1구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존경하는 선배의 마지막을 완벽하게 장식해주고 싶었던 마음까지 더해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투구가 나왔다.

두산 베어스 최원준이 3일 한화 이글스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원준. 첫 두 해 적응기를 거치고 나선 2019년 가능성을 보였고 2020년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승 투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엔 12승 4패 평균자책점(ERA) 3.30으로 김태형 감독이 믿고 쓰는 토종 선발이 됐다.

지난해 ERA와 탈삼진 1위에 올랐던 미란다가 개막을 앞두고 돌연 부상으로 빠져나가며 걱정이 커졌다. 박건우까지 NC 다이노스로 떠난 마당에 두산 전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가들이 뽑은 5강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개막 2연전 스탁에 이어 등판하게 된 최원준.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평소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유희관의 두산 선수로서 마지막 행보가 바로 이날이었기 때문. 경기 후 은퇴식이 예정돼 있었고 반드시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유희관 또한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원준이에게 꼭 이기라고 했다. 분위기 안 좋게 은퇴식 하면 안 된다. 지면 관중들이 열 받아서 나갈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의 농담 섞인 발언과 달리 동료와 후배들은 자못 결연한 데가 있었다. 두산에서만 뛰며 101승을 거둔 ‘전설’ 유희관의 은퇴식이 빛바래게 할 수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날 은퇴식을 맞은 유희관(왼쪽)의 시구를 지켜보고 있는 최원준. [사진=연합뉴스]

 

최원준은 1회부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고 수비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력함을 과시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적인 커맨드, 최대 10㎞ 시속 차의 슬라이더 등을 통해 위기를 지워갔다. 5회엔 탈삼진 2개, 6회엔 2사 2루에서 슬라이더로 탈삼진을 이끌어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6회까지 단 81구. 완벽한 투구를 했기에 이대로 마운드에서 내려보내는 게 아쉽게 느껴질 법했다. 경기 후 최원준은 “많은 팬들이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분들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공의 힘이 좋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며 “투구수 81개였는데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첫 경기라 배려해주신 것 같다. 불펜 형들이 잘 막아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고 김태형 감독도 “최원준이 공격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말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유희관에 대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최원준은 “(유)희관이 형이 부담을 많이 줬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은퇴식을 앞두고 승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했다. 

“최원준은 내가 많이 예뻐했던 후배”라고 밝힌 유희관은 “투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본인들이 깨닫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게끔 조언을 많이 했다. (최원준은) 그걸 다 받아주고 이해해준 후배였다”고 추억했다.

두산에서만 뛰며 통산 101승,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 팀 좌투수 최다승 기록을 쓴 전설의 마지막. 그러나 최원준은 유희관을 이어갈 투수가 자신임을 알리듯 이날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2년 연속 10승 이상을 챙긴 최원준의 24번째 승리. 이미 팀 역사를 쓴 전설의 마지막 앞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에이스로서 당당히 시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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