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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푼 프로야구, 기다려온 치맥의 시대 [SQ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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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푼 프로야구, 기다려온 치맥의 시대 [SQ현장메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0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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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우리가 알던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관중 입장수 제한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야구장의 백미 ‘치맥(치킨+맥주)’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개막 시리즈가 열렸다. 2020년 무관중, 지난해 수도권 10%, 비수도권 30%에게만 허용됐던 개막전 관람은 이제 전면 수용으로 바뀌었다.

지난 2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분위기. 여전히 육성응원 제한은 남아 있으나 관중들의 표정은 최근 어느 때와 비교해서도 밝았다.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개막 시리즈. 3일엔 1만134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 2020년엔 대부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누적 관중은 32만 명. 지난해엔 제한이 한결 완화됐으나 122만 명으로 2018년 807만 명, 2019년 728만 명에 비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꺾여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기대가 커졌다. 정부의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야구장 입장이 가능해지면서 각 구단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선 감독들이 홈구장 홍보에 나섰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KT위즈파크엔 통닭이 유명하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우리 구장에선 프리미엄 커피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고척돔으로 오라”며 관중 유치에 나섰다.

그만큼 관중 없는 야구장은 삭막했고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2년이었다. 선수들 또한 “경기력으로 보답할테니 야구장을 찾아달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 만에 경기장 취식이 가능해지며 관중들은 먹거리를 마음껏 즐겼다. [사진=연합뉴스]

 

2일 지난 시즌 우승팀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 수원 KT위즈파크엔 2년 6개월 만에 1만 이상 관중이 운집했다. 이강철 감독이 홍보한 통닭을 사기 위한 줄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에선 프로야구 창단 40주년을 맞이해 두산 레전드 박철순, 김형석, 홍성흔, 더스틴 니퍼트가 동반 시구를 펼쳤고 팬들은 관중석에서 먹거리를 즐기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3일 경기에도 달아오른 분위기는 이어졌다. 잠실구장에선 두산에서만 101승,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유희관의 은퇴식이 열렸고 1만1345명이 경기장을 메웠다.

경기 전 관중들은 밝은 표정으로 각자 먹거리를 사들고 경기장을 찾았고 이닝이 끝날 때마다 매점이 늘어서 있는 복도는 북새통을 이뤘다. 관중들은 치킨과 떡볶이, 커피와 맥주 등 먹거리 쇼핑에 여념이 없었다.

아쉽게 2패를 떠안았으나 송파구 한화 팬 이예슬(32) 씨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에도 경기장을 종종 찾기는 했지만 맥주도, 치킨도 예전처럼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제한이 풀리다보니 확실히 이전보다는 더 야구장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많은 관중들이 응원전을 펼쳤으나 육성응원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최태현 씨는 "육성응원이 가능해지면 거의 매일 경기장을 찾아 응원석 쪽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화창한 날씨에 피크닉 온 것 같은 기분, 승리의 기쁨까지 챙긴 두산 팬들의 만족도는 더 컸다. 인천에서 먼 발걸음한 김서진(17) 군은 “먹기리와 함께 야구를 볼 수 있어 놀러온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좋았다”고 말했다. 인근인 송파구 문정동에서 온 최태현(41) 씨는 “지난 2년 동안 즐기는 재미가 부족해 자연스레 경기장 찾는 일이 줄었다”면서도 “응원도 있지만 연인이나 부부끼리 데이트하러 오는 재미도 있는데 제한이 풀려서 좋다. 오랜 만에 아내와 함께 맥주도 한 잔하고 음식과 함께 즐기니 예전 느낌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아직은 부족함도 있다. 소리 높여 선수들을 응원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로선 박수와 응원봉을 두드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

이예슬 씨는 “예전보다 낫긴 해도 완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루 빨리 한화의 자랑인 8회 육성응원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태현 씨는 “원래 테이블석보다 응원석 쪽을 찾는 편인데 코로나 이후엔 육성응원을 못해 재미가 사라졌다”며 “오늘은 음식 섭취가 가능해져 테이블석을 찾았지만 육성응원이 가능해지면 거의 매일 경기장을 찾아 응원석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위기론에 많은 우려가 따랐고 개막전 관중수도 기대이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개막 시리즈를 찾은 관중들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의 기류도 읽어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으로, 구단은 관중들을 즐겁게 할 각종 이벤트 등으로 관중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퍼즐과 같은 육성응원마저 가능해진다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자연스레 더 많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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