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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진욱 삼진쇼, '봄데'는 또 설렌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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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진욱 삼진쇼, '봄데'는 또 설렌다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0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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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봄데.’ 롯데 자이언츠의 별칭 중 하나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시즌 초 상위권을 달리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순위가 하락하는 특징을 놀리며 생겨난 수식어다.

반대로 롯데의 봄은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볌경기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롯데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보다 탄탄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2년차 왼손투수 김진욱(20)이다. 김진욱은 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탈삼진10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이 5일 NC 다이노스전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욱은 강릉고 시절부터 떡잎이 달랐던 기대주였다. 2학년 때부터 네 차례나 팀을 결승에 올려놨고 마지막 대회였던 제54회 대통령배에서는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도 당연히 그의 몫.

롯데는 2020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번으로 김진욱을 선택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9억 팔’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이의리(KIA 타이거즈)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혔다. 자신도 넘쳤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데뷔 후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ERA)은 10.80. 위기 상황만 되면 제구가 영점을 잡지 못했다. 이닝당 1개 이상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졌다.

구원투수로 변신해서 경기감각을 끌어올린 건 다행이었다. 불펜으로 등판해서만 4승을 따내며 ERA도 3.29까지 낮췄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절치부심했다. 실내 연습장에서 수건을 들고 섀도 피칭을 하며 밸런스를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강점인 속구 위력을 높이기 위해 낙차 큰 커브 완성도 높이기에 주력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지난해 아쉬움을 보였던 루키 김진욱은 2년차 첫 경기에서 7이닝 10탈삼진 1실점 호투, 개인 선발 첫 승을 따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노력의 결과는 시범경기부터 기미를 보였다. 2경기서 8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했고 ERA는 0이었다. 잠재력을 더 높이 산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그를 개막 3번째 경기인 이날 내보냈다.

넓어진 존 덕분일까. 김진욱은 과감했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낸 뒤 속구로 과감한 승부를 택했다. NC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다.

4회 박준영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은 걸 제외하곤 흠잡을 데 없었다. 박건우에겐 두 차례나 삼진을 잡아냈고 5번 윤형준은 3연타석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번 스토브리그 롯데를 떠나 자유계약선수(FA)로 NC로 이적한 손아섭도 벼르고 나선 경기에서 김진욱에게 삼진 하나 포함 침묵하며 이날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롯데 왼손 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서 탈삼진 10개를 기록한 건 2014년 장원준(두산 베어스) 이래 무려 8년만. 더불어 만 19세 9개월 투수 김진욱은 1995년 주형광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삼진을 거둔 롯데 10대 투수가 됐다. 프로 진출 후 첫 선발승이기도 했다.

롯데는 시범경기에서 1위를 달렸음에도 개막 전 2약으로 꼽혔다. 뚜껑을 열자 2승 1패로 예감 좋은 시작을 알렸다.

투수진 선전이 반갑다.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선발 찰리 반즈가 5이닝 1실점 호투하며 팀에 시즌 첫 승리를 안겼다. 2차전에선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5⅓이닝 1실점으로 선전했다. 여기에 김진욱까지. 

팀 3선발로 낙점돼 승리까지 안긴 김진욱(오른쪽에서 2번재)이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35세이브를 챙긴 김원중(29)과 20홀드씩을 기록한 구승민(32)과 최준용(21) 등 불펜 활약은 수준급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과 옆구리 통증으로 시범경기를 건너 뛴 글렌 스파크맨도 오는 10일 두산 베어스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김진욱이 첫 경기부터 선전하며 선발 나머지 한 자리만 남았다. 이인복과 최준용, 나균안 등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불펜진엔 지난해 35세이브를 챙긴 김원중과 20홀드을 기록한 구승민이 있다. 여차하면 마찬가지로 20홀드를 챙겼던 최준용이 복귀할 수도 있다. 3경기에서 불펜진은 10이닝을 4실점 잘 막았다.

롯데는 올 시즌을 준비하며 사직구장에 큰 변화를 줬다. 담장을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뒤로 당기며 외야를 널찍하게 만든 것. 타자에게 유리했던 구장에서 투수친화적으로 변신했다. 김진욱의 호투 등 마운드가 탄탄해질수록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타선도 3경기 33안타 15득점으로 전체적인 감각이 좋다. 안치홍, 이대호, 정훈, 한동희 등 주축 타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외인 DJ 피터스는 홈런까지 신고했다. 신인 조세진과 고승민, 추재현, 지시완 등도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 기대감이 크다.

아직 홈 개막전을 치르지 않은 가운데 투수진의 연이은 호투와 뜨거운 타격감까지 뽐내고 있는 롯데. 넓어진 사직구장의 특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함께 팬들의 마음에 봄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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