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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 서동철 눈물, PO 미디어데이 뒤집어진 이유는? [SQ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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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용 서동철 눈물, PO 미디어데이 뒤집어진 이유는? [SQ현장메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0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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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스포츠Q 안호근 기자] “책을 굉장히 많이 보는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만화책.”

강을준(57) 고양 오리온 감독의 한마디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농구 ‘성리학자’로 유명한 강을준 감독의 어록이 또 하나 생성되는 순간. 최준용(서울 SK)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더 나아가 전희철 SK 감독과 서동철 수원 KT 감독은 눈물까지 흘렸다.

7일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KBL)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가 열린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호텔리베라서울 그랜드볼룸. 각 팀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이 봄 농구 출사표를 밝힌 뒤 선수들의 상호 질문 시간. 재치 넘치는 질문이 오갔다.

강을준 고양 오리온 감독(아래, 왼쪽)이 7일 특유의 언변으로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를 뜨겁게 달궜다. [사진=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김낙현의 질문은 6강 PO 맞상대인 안양 KGC인삼공사 사령탑 김승기 감독을 향했다. “운이 좋으신 것 같다. 작년엔 제러드 설린저 덕에 우승을 차지하셨는데 올 시즌엔 오마리 스펠맨이 매우 잘한다. 비결이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어릴 때부터 술을 많이 사느라고 빚을 많이 졌다. 많이 베풀다보니 돌아온 것 같다”고 받아쳤다.

반대로 KGC인삼공사 전성현은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을 향해 물었다. “6강 PO 보증수표로 유명하신데 4강도 가시고 준우승까지 하셨다”면서 “나는 우승 반지가 2개다. 우리를 이기면 반지를 하나 드릴까 하는데 받을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 유 감독은 어딘가 씁쓸해 보이는 미소와 함께 “뭐든지 준다니까 고마운데 우승 반지는 낙현이한테 받고 싶다”고 응수했다.

치열한 신경전 속 오리온 이대성은 “선수단을 대표해 양해 말씀을 드린다. 재밌게 하려고 준비했다”고 전제를 깔더니 전희철 SK 감독을 향해 “최근 밸런스게임이 유행인데 PO와는 상관이 없지만 올 시즌 끝나고 (김)선형이가 FA(자유계약선수), 그 다음 시즌엔 (최)준용이, 다음엔 (안)영준이가 풀리는데, 셋 중 하나만 택한다면 누굴 고르겠느냐. 3초 안에 답해달라”고 말했다.

난감할 수 있는 질문에 전희철 감독은 “내가 SK를 떠나겠다”고 우문현답을 내놨다. 이에 이대성은 “아까 준용이가 자기를 선택 안하면 나가겠다고 하더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강을준 감독과 특급케미를 자랑하는 이대성(앞)은 향후 FA 자격을 얻을 서울 SK 선수들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 물어 전희철 감독(위, 왼쪽)을 곤란케 만들었다. [사진=KBL 제공]

 

진짜 하이라이트는 올 시즌 신인왕 울산 현대모비스 이우석에게서 시작됐다. 6강에서 맞붙을 사령탑 강을준 오리온 감독을 향해 “따로 명언 공부를 하시냐”며 “작전타임 중 (이)대성이 형에게 왜 렌즈를 끼라고 하셨나”고 물었다.

강 감독은 작전타임 중 세밀한 지시나 패턴을 요구하기보다 농구에 대한 이해와 다소 원론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명언들이 쏟아져 나오며 ‘강을준 어록 모음’이 탄생하기도 했다. 올 시즌엔 경기 도중 압박 수비에 둘러싸여 하프코트 바이얼레이션을 범한 이대성이 동료를 못 봤다고 하자 “그럼 렌즈껴. 그것도 안보이면 렌즈껴야지”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우석이 짚은 장면이었다.

강 감독은 “감독은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 잘못된 걸 질타하려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이대성이 그런 걸 유도하는 것 같다”고 답한 뒤 명언 비결에 대해 “책을 굉장히 많이 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게 만화책이다. 만화책을 보면 좋은 단어, 표현들이 많이 있다. 이우석도 개인적으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연락하라. 조언해주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선수단과 사령탑들은 박장대소했다. 이후 강 감독의 발언 때마다 바로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SK 최준용과 전희철 감독, KT 허훈과 서동철 감독은 웃음을 쉽사리 멈추지 못했다.

강을준 감독의 발언에 KT 허훈과 서동철 감독, SK 최준용과 전희철 감독 좀처럼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배꼽을 잡았다. [사진=KBL 제공]

 

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 유머를 구사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테면 SK 최준용이나 오리온 이대성, KT 허훈이 대표적. 

그러나 강을준 감독은 이를 의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늘 진지한 발언이 다소 상황과 맞지 않거나 너무 추상적이어서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어 웃음이 터져 나올 때가 있다. 이날 또한 강 감독이 일부러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만화책 발언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강 감독은 최근 감명 깊게 본 만화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요 근래 본건 아니다. 어릴 때 봤던 게 여태 축적돼 있는 것이다. 지금 나이에 만화책을 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진지해 더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이었다.

오리온은 오는 9일 오후 2시 현대모비스와 원정에서 6강 PO 1차전을 시작한다. 매순간 긴박하게 흘러갈 봄 농구에선 또 어떤 명언들로 작전타임을 달굴지 농구 팬들의 기대감을 더 키운 미디어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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