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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 '오열',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다면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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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 '오열',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있다면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09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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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은 '케이타 시리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년 하위권 의정부 KB손해보험에 첫 별을 안기기 직전까지 갔다. 2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 약속은 못 지켰지만 그를 비난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KB손해보험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원정경기 최종전에서 세트스코어 2-3(22-25 25-22 26-24 19-25 21-23) 석패했다.

KB손보는 V리그 출범 이래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팀명이 '스타즈'인데 18시즌 만에 처음 가슴에 별을 달 뻔했다. 지난 2년간 특급 외인 노우모리 케이타(21·말리)와 함께하면서 팀 분위기를 쇄신한 끝에 정상을 노크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사상 처음 PO에서 승리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희대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역대 한 경기 최장 경기시간(177분)을 기록했으니, 어떤 팀이 우승하더라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케이타가 만든 극적인 반전이다.

KB손해보험이 V리그 출범 후 사상 처음 챔프전에 올라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번 시리즈 중심에는 케이타가 있었다. 케이타는 쓰러져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케이타는 이날도 리그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답게 훨훨 날았다. 지난 3일 플레이오프(PO)를 시작으로 7일간 4번째 경기에 나섰음에도 가공할 타점과 점프력을 과시하며 점수를 쓸어담았다. 케이타는 이날 블로킹 3개 포함 57점을 냈다. 이는 챔프전 역대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2010~2011시즌 대전 삼성화재 가빈이 세운 53점을 넘어섰다.

케이타는 지난 시즌 KB손보에 입단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올 시즌까지 두 해 연속 득점 1위에 올랐고, 올 시즌에는 공격성공률과 서브 부문까지 석권했다. 케이타를 등에 업고 날아오른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3위로 10년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았고, 올 시즌에는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선두를 다퉜다. 2위로 PO를 거쳐 챔프전까지 나섰다.

패기 넘치던 약관의 케이타는 2년 전 "한국에 우승하러 왔다"고 선언했고, 올 시즌 우승은 놓쳤지만 V리그 역사를 갈아치웠다. 올 시즌을 끝으로 타 리그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5세트 21-22로 뒤진 상황에서 오픈 공격에 실패한 그는 네트 앞에 쓰러져 한참을 울먹이며 일어나지 못했다.

케이타는 지난 챔프전 2차전 역전승을 견인한 뒤 "내가 (우승하겠다고) 약속한 게 있다. 나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승은 못 이뤘지만,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란 약속은 이행했다.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시즌 내내 케이타에게 높은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했다. 매 경기 팀 공격 50% 이상을 점유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에 큰 기복 없이 꾸준히 경기력을 냈다. 특히 포스트시즌(PS) 들어선 20점대 이후 거의 모든 공이 케이타에게 연결됐지만, 상대는 이를 알면서도 막아내지 못했다.

케이타는 쓰러져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만년 하위권 KB손해보험이 V리그 출범 후 사상 처음 챔프전에 올라 명승부를 연출했다.

KB손보는 케이타의 편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체육관과 라커룸에 말리 국기를 게양했고, 가족을 입국시키려고 시도했다. 팀원들은 케이타의 말리 자택에 가전제품을 선물해 배송했고, 케이타는 신발을 돌리며 화답했다. 케이타는 "KB는 내게 가족"이라며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선수 한 명의 힘으로 팀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지난 두 시즌이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KB손보는 가공할 공격력과 화끈한 세리머니를 갖춘 케이타를 중심으로 자신감을 장착했다. 수위급 세터 황택의의 경기운영 아래 김정호, 한성정, 김홍정 등이 제 몫을 하면서 상위권에서 버티는 힘을 키웠다.

경기 후 후인정 감독은 "많이 아쉽고 속이 답답하다. 선수들 올 시즌 너무 잘 해줬다. 성정한 선수들, 제 자리에서 잘 해준 선수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 훌륭한 경기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케이타도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눈물 흘린 것 같다. 충분히 잘 해줬고 케이타가 그만큼 해준 덕에 챔프전에서 좋은 경기할 수 있었다.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마지막 경기라서 이기든 지든 케이타 손으로 끝낼 수 있게 해주려고 안 바꿨다"고 돌아봤다.

후 감독은 "케이타가 트라이아웃에 참가 신청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았다. 접수가 끝나기 전까지 케이타가 V리그에 남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다음 시즌 보완해야할 점들 준비 잘 하겠다. 외인도 중요하지만 국내 선수도 보강할 생각이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얻는 선수 중 좋은 선수 있으면 구단과 상의해서 영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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