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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준식 오리온 '중심 농구', 진정한 언더독 향해 [프로농구 6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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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준식 오리온 '중심 농구', 진정한 언더독 향해 [프로농구 6강 PO]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13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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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우리 팀의 플레이오프(PO) 키워드는 ‘중심’입니다.”

PO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강을준(57) 고양 오리온 감독이 밝힌 출사표. 핵심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에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무대에서 정작 기본을 지키지 못해 쓰라린 아픔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을준 감독은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안양 KGC인삼공사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경기를 보고 수비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꼈다”며 “집중력 싸움이다. 디펜스와 리바운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오리온 선수들이 4강행을 확정짓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6강 PO에서 하위팀의 4강 진출 가능성은 29.2%. 그러나 오리온은 적진에서 2승을 챙기고 안방으로 돌아왔다. 상대 핵심 외국인 선수 라숀 토마스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1차전 도중 신인왕 이우석과 박지훈까지 부상을 입었다. 역대 5전 3승제의 6강 PO에서 1,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은 모두 4강에 진출해 매우 유리한 상황.

강을준 감독 또한 “여유는 조금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경기 향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고 나섰다.

경기 전 강을준 감독의 말처럼 리바운드 싸움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1쿼터부터 5명이 리바운드를 하나 이상 챙겼고 8-4로 우위, 스코어에서도 24-14로 앞서갔다.

2쿼터 시작과 동시에 연속 공격 리바운드에 성공하며 강을준 감독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했다. 유재학 감독의 현대모비스는 2쿼터 국내 선수로만 라인업을 꾸리며 스피드 우위를 살려 4분 만에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2쿼터 공격 리바운드만 7개를 챙긴 오리온은 다시 기회를 살려갔고 할로웨이가 장재석과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며 8득점, 다시 우위를 점하며 앞서갔다.

잘 버티던 현대모비스는 3쿼터 급격히 흔들렸다. 공이 쉽게 돌지 못했고 할로웨이, 이대성에게 연달아 스틸을 당하며 12점 차까지 벌어졌다. 현대모비스가 힘겹게 점수 차를 좁히려 했지만 이대성의 외곽포 3개, 할로웨이가 협력 수비에서도 침착히 득점, 점수를 더 벌렸다.

이대성은 중요한 순간마다 3점슛을 작렬하며 오리온의 3전 전승 4강행을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4쿼터 막판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현대모비스가 전면 프레스를 펼치며 배수의 진을 쳤고 한자릿수까지 점수 차를 좁혔으나 승부는 이미 기울어진 후였다. 89-81 오리온의 승리.

현대모비스는 물론이고 KGC인삼공사 등 많은 팀이 부상에 울고 있다. 오리온 또한 이런 어려움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강 감독은 “우리는 1년 내내 부상 때문에 가장 힘든 팀이었다. 일일이 말하기 짜증날 정도였다”며 “작년부터 중요 선수들이 없을 때에도 해내는 게 면역이 돼 있다. 시즌 중 할로웨이도, 승현이도, 대성이도 자리를 비웠었는데 벤치 멤버들이 잘 해줬다. 타팀들이 마지막에 부상자가 나오니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을준 감독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에이스 삼총사 중 할로웨이가 26점 21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 4블록슛, 이대성이 3점 4개 포함 22점 3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승현은 9점 5리바운드로 다소 아쉬웠으나 “중심은 에이스들이 잡아야겠지만 기대 이상 해주는 선수들이 나와야 여유 있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처럼 이정현(18점)과 최현민(14점)이 힘을 보태며 낙승을 거둘 수 있었다.

5년 만에 4강행에 오른 오리온은 시즌 내내 압도적인 면모를 보인 서울 SK를 만난다. 시즌 전적은 1승 5패로 약세를 보였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엿새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된 오리온.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도 시즌 내내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 강을준식 ‘중심 농구’로 또 하나의 역전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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