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듀오 박지수(24)와 강이슬(28)을 갖춘 청주 KB국민은행은 무적이었다. 압도적 퍼포먼스로 새로운 왕조의 서막을 알렸다.
김완수(45) 감독의 KB국민은행은 14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2021~2022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KWBL)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 원정경기에서 78-60 완승, 3연승으로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8~2019시즌 이후 3년만이자 창단 후 두 번째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왕조 시대를 구가했던 우리은행을 가볍게 잡아내며 왕권 교체를 알리는 듯한 의미 있는 마무리를 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우리은행에 내주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용인 삼성생명에 패한 KB는 김완수 부천 하나원큐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에게 날개를 하나 달아줬다. 한국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더해 개막 전부터 우승 1순위로 평가받았다.
초보 감독이라고는 해도 부담이 작지 않았다. 지난 시즌 KB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하고도 안덕수 전 감독과 이별했고 강이슬 영입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을 확실히 나타냈기 때문. 우승만이 살 길 이었다.
정규리그 25승 5패. 압도적인 성적으로 2007~2008 단일리그 체제 시작 후 가장 빠른 24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봄 농구에서도 5전 전승으로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박지수와 강이슬 쌍포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성과였다.
박지수는 올 시즌 두 차례나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통산 이 기록을 5번으로 늘렸다. 현역 선수 중 최다 기록 보유자가 됐다. 은퇴 선수까지 포함해도 2위. 두 자릿수 득점과 리바운드는 박지수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지난 1월 20일 부산 BNK전 통산 111번째 더블더블을 작성, 공동 2위였던 정선민 여자 대표팀 감독도 제쳤다. 이제 그 위엔 신정자(158회·은퇴)뿐이다.
만 23세 0개월의 나이로 통산 2000리바운드를 달성하며 최연소 이 부문 기록 보유자가 됐다. 시즌 성적은 30경기 중 26경기에서 평균 28분46초를 뛰며 21.2점 14.4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고 있는 WKBL에서 박지수는 ‘언터처블’이었다. 평균 득점과 리바운드, 2점슛 성공률(59.8%), 자유투 성공(131개), 공헌도(1139.5점)에서 모두 1위였다.
WNBA 병행과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했고 피로 누적과 허리 통증까지 안고 뛰었다. 심지어 봄 농구를 앞두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까지 됐으나 그를 막아설 자는 없었다.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7관왕을 휩쓸며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그는 봄 농구에서도 18.4점 14.2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챔프전 MVP까지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77표 중 무려 69표가 그의 것이었다. 첫 우승을 이끌었던 2018~2019시즌에 이어 두 번째 통합 MVP.
박지수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던 건 강이슬 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박지수에게 집중마크를 하는 사이 외곽에서 기회를 노리던 강이슬에게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이 둘 모두가 보다 수월히 공격을 할 수 있는 윈-윈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삼성생명전 역대 8번째로 3점 600개 기록을 달성하면서 이 부문 최연소 기록을 쓴 강이슬은 KB 공격의 강력한 새 옵션이었다. 박지수가 골밑을 장악했다면 강이슬은 3점 성공(90개), 3점 성공률(42.9%) 1위로 외곽을 지배했다.
이날도 3점슛 5개 포함 양 팀 최다인 32점을 폭발하며 KB의 우승을 자축했다. 프로 입단 후 첫 우승에 감격의 눈물을 흘린 강이슬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WNBA 워싱턴 미스틱스 트레이닝 캠프에 초청받은 것.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채찍질을 하기로 결정했다.
2012~2013시즌 부임 이후 6시즌 연속 우승을 일궈내는 등 여자농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혔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누가 봐도 아쉽게 진 것이 아니라 후련하다”며 “이제 KB가 최고의 팀이고 다른 5개 구단이 도전하는 입장이다. 나도 다음 시즌에도 다시 정상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KB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지수와 강이슬, 첫 시즌부터 우승을 경험하며 큰 수확을 거둔 김완수 감독. 당분간은 ‘KB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당연해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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