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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인천 유나이티드 잔디 개선될 수 있나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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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인천 유나이티드 잔디 개선될 수 있나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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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1(프로축구 1부) 인천 유나이티드의 잔디는 나아질 수 있을까. 전문가가 말하는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인천의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구장은 구조상 잔디 생육이 어려운 경기장으로 통한다. 매 시즌 잔디 문제가 거론됐지만 올 시즌 특히 인천의 잔디가 2022 하나원큐 K리그1 초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 지도 하에 '잔류왕' 이미지를 벗고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홈구장 잔디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성용(FC서울)이 공개적으로 잔디 상태를 비판했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은 잔디 상태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시즌부터 30여년 이상 잔디환경연구소를 운영해온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파트너십을 맺고 23개 구단 모든 홈구장 잔디 관리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컨설팅 과정이 미디어에 처음 공개됐는데, '상암벌'보다는 '숭의아레나' 잔디의 호전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쇄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축구전용구장은 구조상 잔디 생육이 어려운 경기장으로 통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경덕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잔디환경연구소 소장은 "한국 축구장 대부분이 2002 한일 월드컵 때 지어진 돔구장이라 일조량에 문제가 있다. 미학적으로는 좋지만, 필드 자체가 지하에 있는 경우도 많다"며 "인천은 특히 지반이 매우 낮아 문제가 가중된다. 항상 통풍 문제가 따른다. 송풍기를 이용해 통풍을 돕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송풍기 위치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제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전용구장은 현재 지자체가 아닌 구단이 직접 잔디를 관리하고 있다. 지반이 낮고 관중석 1, 2층이 연결되는 구조라 통풍이 잘 안 돼 잔디 생육이 어렵다. 2020년 잔디 생육용 조명을 시범 운영하기도 하는 등 일조량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극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좋지 않은 배수성 역시 문제다. 시간당 300㎜가 적절한 수치인데, 인천전용구장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물, 비료 등이 토양에 스며들기 전 용탈된다. 또 클럽하우스가 없어 훈련 때도 잔디를 계속 쓰다 보니 회복할 시간도, 이를 보수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비료는 보통 뿌리에서 흡수하는데, 잎에서 바로 흡수되는 비료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며 "사실 지난해 7월까지 인천 잔디가 굉장히 좋아졌는데, 올해 2월 특히 가물었다. 예년 대비 강수량이 10%정도에 그쳤다. 그렇잖아도 배수량이 많은데, 건조하기까지 하다보니 응집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연맹의 이런 체질 개선 노력은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인천 구장의 잔디는 나아질 수 있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목동으로 안방을 옮긴 서울 이랜드FC도 잔디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경덕 소장은 "지반은 1, 2년만에 고칠 수는 없는 문제다. 많은 단체가 얽혀 있어 의사결정이 쉽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다려주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이식된 하이브리드 잔디를 까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천연잔디 95% 사이에 인조잔디 5%를 심어 잔디 결합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보니 그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정현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지원팀 프로는 "축구장에 까는 '켄터키 블루그라스'는 서양종으로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냉랭한 한국 기후에서 버티기 어렵다"면서 "또 구단에서 경기장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 시설관리공단 등 지자체로부터 빌려 쓰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잔디 관리에 많은 비용을 들이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정 프로는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심각해 보이지만 사실 인천축구전용구장은 서울 이랜드FC의 목동종합운동장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목동 구장의 경우 잔디들이 아예 뿌리를 내리지 못해 경기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었고, 잠실 구장을 다시 임시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관중을 유치하는 입장에서 잔디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다. 프로스포츠를 위한 다른 제반시설까지 모두 고려하면, 다른 경기장을 구해 홈경기를 개최하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잔디를 경기 외에는 최대한 덜 쓰고, 잔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름이 되기 전 밀도를 가능한 한 높이는 게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휴식기 동안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잔디가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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