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1:00 (화)
이윤정 박승수, 신인왕을 성장시킨 특별한 라이벌십 [SQ초점]
상태바
이윤정 박승수, 신인왕을 성장시킨 특별한 라이벌십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2.04.18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남동=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생애 기회가 단 한 번뿐인 V리그 신인상의 영예는 이윤정(25·김천 한국도로공사)과 박승수(20·안산 OK금융그룹)에게 돌아갔다. 둘 모두 특별한 라이벌십을 통해 성장한 케이스라 눈길을 끈다.

이윤정과 박승수는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남녀부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윤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데뷔하지 못하고 실업에서 경력을 쌓은 중고신인으로 기자단 투표 31표 중 17표를 얻었다. 박승수는 고등학교-대학교 선배인 양희준(23·의정부 KB손해보험)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16표를 얻어 단 1표 차로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한 이윤정은 올 시즌 앞서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던 돌고돌아 프로에 입문했다.

이윤정(오른쪽)과 박승수가 신인상 영예를 안았다.
이윤정(왼쪽)과 박승수가 신인상 영예를 안았다.

기존에 세터가 이고은과 안예림 2명 뿐이던 도로공사는 실업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윤정을 지명했고, 기대에 부응했다. 2라운드부터 주전으로 도약해 팀 연승을 이끌었다. 승승장구하다 잠시 정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고은과 선의의 경쟁 속에 팀의 고공비행에 앞장섰다. 실업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은 만큼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플레이와 다양한 공격루트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윤정은 "시즌 초반에는 욕심이 없었는데 중반부터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신인상을 받은 만큼 부담과 책임이 늘어난 것 같다. 잘 준비해 다음 시즌에 이를 이겨내보도록 하겠다. 김종민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셨다. 코트에 서는 시간이 많아 감사했다. 내 역할을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프로에 직행하지 않고, 실업을 거쳐 데뷔한 선수로는 처음 신인상을 받았으니 배구 '미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이제 많은 이들의 롤 모델이자 본보기가 됐다.

"강민식 수원시청 감독님께 많은 걸 배웠다. 실업과 프로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실업 생활이) 도움이 크게 된 것 같다. 수원시청 동료들이 많은 축하와 응원을 보내줬다"며 "졸업하면서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에 실업행을 결정했는데, '프로에 도전할 걸 그랬나' 하면서 후회하기도 했다. 지금은 프로 온 게 너무 좋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후회되는 선택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윤정이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이고은도 막내 구단 광주 페퍼저축은행의 고액 러브콜을 받고 이적하게 됐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두 세터가 결국 윈윈하게 된 셈이다.

"팀에 온 뒤 가장 의지했던 게 (이)고은 언니다. 경쟁자지만 팀을 위해 많이 돕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력한 덕에 많은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됐을 때 한편으로 너무 많이 의지했던 만큼 속상하기도 했다. 서로 응원을 많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윤정(오른쪽)과 박승수가 신인상 영예를 안았다.
이윤정(왼쪽)과 박승수가 신인상 영예를 안았다.

키 193㎝의 윙 스파이커(레프트) 박승수는 경부사대부고·한양대 1년 선배인 미들 블로커(센터) 양희준과 신인상을 다퉜다. 박승수가 1라운드부터 기회를 잡고 뛰기 시작하면서 치고 나갔다면, 양희준은 후반기에 KB손보 주전으로 도약,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결국 1표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OK금융그룹에서 처음 배출한 신인상 수상자인 박승수는 "신인상을 너무 받고 싶었다. 한 표 차이로라도 받게 돼 뿌듯하고 기쁘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양희준이 후반기 상승세를 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냐고 묻자 내놓은 대답이 걸작이다. "솔직히 좀 불안했다. 내가 꼭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했다"면서 "포스트시즌(PS)을 지켜보면서도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양)희준이 형이 PS 들어선 경기를 못 뛰어서 다행이었다"고 밝혀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다. 본인의 장점인 리시브를 살려 프로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내 장점은 잘 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시브에 자신 있는 만큼 공격적인 면에서 많이 보완하고 싶다. 다음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리시브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