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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잡는 두산 스탁, 강속구 투수 전성시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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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잡는 두산 스탁, 강속구 투수 전성시대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5.0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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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최고 시속 157㎞. 로버트 스탁(33·두산 베어스)의 빠른 공에 SSG 랜더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에서 춤을 췄다. 가뜩이나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어려움을 겪는 타자들에게 평균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은 공포 그 자체다.

스탁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 지원 속 팀은 9-0 승리, 스탁은 패배 없이 4번째 승리를 챙겼다.

강속구 투수들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제구. 그러나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스탁은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다.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이 1일 SSG 랜더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호투, 시즌 4승을 챙겼다. [사진=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55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ERA) 4.71을 기록했던 그는 선발 경험은 많지 않았다. 

공의 힘은 워낙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그였기에 충분한 이닝을 소화하기만 한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게 김태형 두산 감독의 생각이었다. 

역시나 위력적인 투구를 뽐내고 있는 그다. 앞서 5경기에서 3승 ERA 2.01로 잘 던지던 스탁은 이날 20승 선착에 나선 SSG를 상대로도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큰 위기도 없었다. 2회말 순간적으로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2개를 내줬으나 1사 1,2루에서 김강민을 유격수 땅볼, 오태곤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강민은 155㎞ 속구에 정타를 맞히지 못했고 156㎞ 속구에 타이밍은 빼앗긴 오태곤의 방망이는 슬라이더에 허공을 춤췄다.

4회 2사 1,2루에서도 김강민에 154㎞ 속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외에도 빠른 공으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SSG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 속구 최고 구속은 157㎞, 평균은 153㎞에 달했다. 102구 중 속구가 70구. 굳이 다른 공을 많이 섞을 필요가 없었다.

스탁의 빠른 공에 SSG 타자들은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고 빠른 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들에게 가끔씩 던지는 체인지업 혹은 슬라이더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삼진 7개를 잡아낼 수 있는 이유였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KT 위즈전 위력적인 투구로 삼진 9개를 잡아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6경기 4승 ERA 1.64. 다승 2위인 그는 효율적인 투구 속에 스탁은 38⅓이닝을 소화했다. 개막전(5이닝 3실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 면모도 보이고 있다. 우려와 달리 최다 이닝에서도 5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을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강속구 투수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도 이날 KT 위즈를 상대로 5이닝 6피안타 5볼넷 9탈삼진 2실점, 시즌 3승(2패) 째를 수확했다. 

올 시즌 최고 시속 159㎞를 찍기도 했던 안우진의 가장 큰 강점은 탈삼진 능력이다. 이날 제구 난조 속 많은 볼넷을 내주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삼진 9개를 잡아냈다. 시즌 누적 탈삼진 49개로 이 부문 1위.

2회가 압권이었다. 오윤석과 배정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으나 무사 만루에서 권동진, 조용호, 김민혁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권동진에겐 빠른 공 승부 뒤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조용호에겐 157.8㎞ 낮게 깔리는 속구, 김민혁에겐 다시 한 번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3회에도 무사 1,2루에서 1점을 내주긴 했으나 2사 만루 위기에서 체인지업으로 권동진을 잡아내며 다시 한 번 스스로 불을 껐다.

SSG 랜더스 윌머 폰트 또한 빠른 공을 앞세워 올 시즌 가장 위력적인 투수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6경기 3승 2패 ERA 2.43. 삼진은 무려 49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한국인 투수 중 안우진이 넘버원이다. 확실히 좋은 구위를 가졌다”고 극찬할 정도. 홍원기 키움 감독도 안우진의 연이은 호투에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스탁과 선발 맞대결에선 5이닝 7피안타 5실점하며 주춤했던 윌머 폰트(32·SSG)도 올 시즌 각광 받는 강속구 투수 중 하나다. 개막전 9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친 데 이어 이후 꾸준한 호투를 펼치며 3승 2패 ERA 2.37을 기록 중이다. 평균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은 물론이고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꽁꽁 묶고 있다. 

피안타율(0.169)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82) 모두 1위. 타자들 입장에서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수치다.

150㎞ 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두고 파이어볼러라고 칭한다. 투수들의 꿈과 같은 유형이기도 하다. 다만 많은 투수들이 제구 난조 속에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스탁과 안우진, 폰트의 행보는 다르다. 뚜렷해진 ‘투고타저’ 흐름 속에 이들은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광속구를 앞세운 이들의 기세가 쉽게 누그러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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